간만에 마눌님께서 스콘을 자시고 싶다고 명하사, 직접 만들어봤다. 스콘은 쿠키에 가깝기 때문에, 홈베이킹이 빵보다는 수월하지만, 그래도 왠만한 빵보다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에 성가시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어쩌겠나, 하명을 받들어야지.


   재료를 저울에 정확히 계량하고 반죽한 후, 반죽에 어느 정도 윤기가 흐르기 시작할 때 비닐(혹은 랩)에 잘 싸서 냉장실에 1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반죽은 두 번에 걸쳐서 하는 데, 처음 버터를 넣을 때는 가루가 고슬고슬하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고 두 번째 우유와 계란을 넣을 때는 위에 기술한 대로, 글루텐이 형성될 (윤기가 보이기 시작할) 정도로 쳐주는 게 좋다.





   숙성된 반죽을 꺼낸 후, 성형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전에) 배웠을 때, 스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죽 숙성과 성형이었는데, 홈베이킹의 특성상, 그냥 손가는 대로 만들었다. 이스트가 없어 구울 때 부풀지 않으니, 패닝은 적당한 간격으로 하면 끝. 반죽을 꺼낼 때 오븐을 미리 예열시키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오븐에 넣기 전에 계란물을 위에 살짝 발라주면 끝. 귀찮다면 귀찮고, 간단하다면 간단한 스콘 만들기다. (이렇게 대충하면 안되는데... 귀차니즘과 홈베이킹의 어드벤티지라 생각하...)





   이 상태에서 오븐에 넣고 약 15~20분간 구워지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오븐에서 구워지는 스콘이, 가운데 부분이 (마치 조개처럼) 살짝 갈라지면, 반죽이 잘 됐다는 증거다. 당연히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





   마눌님 이 모습을 보시고 흐뭇하시어, 남편이 이렇게 제 할일을 하는데,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하시며 냉장고에서 호박을 꺼내 볶음 반찬을 시작하시는데, 고소한 버터향 풍기는 스콘에 얼큰한 새우젓 향이 스며들기 시작, 이 복잡 미묘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남편은 심히 울적했더라. 그렇게 멜랑꼴리한 감성에 빠진 때, 잠깐의 빈틈을 알아차린 스콘들이 스스로 제 몸을 태우니, 아뿔사, 스콘이 타버렸구나. ㅠㅠ





   자세히 보면 맨 위아래 두 개만 좀 탔지 나머지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 음식을 만들고 나면, 손이 먼저 음식을 먹기 때문에, 입은 별로 먹고 싶어하지 않는다. 집사람의 손은 다행이 호박볶음을 먹었기에, 스콘을 무리 없이 먹었다. 난, 탄 거 두 개 먹었고. 평범한 일상도 이렇게 터치를 하니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일상에 대한 의미 부여랄까? 그런 것에서 예술이 시작하는 것이겠지.


   오늘의 예술: 음식, 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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