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 취의청聚議廳에서 오공은 불씨에 불을 붙이고 평정산平頂山에서 장군은 주검을 목격하다


p.276

파산호의 죽음


   앞서 정세귀와 영리충이 손오공에게 죽임을 당한 데 이어서, 파산호가 죽음을 맞는다. 『서유기』에서 파산호와 의해룡은 은각의 심부름으로 압룡산 압룡동으로 가는 길에 손오공에게 여의봉으로 뒤통수를 맞아 즉사한다. 정세귀와 영리충은 두 보배를 손오공에게 빼앗겼지만, 은각의 용서로 목숨을 구하기는 하지만, 후에 은각이 손오공에게 죽고, 금각과 크게 싸우는 중에 손오공이 신외신(身外身) 술법을 사용, 손오공의 분신들이 평정산 연화동에 있는 요괴들을 깡끄리 도륙할 때 죽는다.

   『요원전』에서 손오공의 학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 도적이 바로 의해룡인데, 그의 죽음은 금각을 위해 조금 미루어졌을 뿐, 『서유기』의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p.271~272

은각의 죽음


   『요원전』에서 은각은 손오공에게 단번에 금고봉을 맞아 머리가 깨져 뇌수를 흘려 죽는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서유기』에서는 서로 일대 격전을 치룬다. 손오공과 은각의 싸움을 묘사한 시가 있다.


棋逢對手,將遇良才。棋逢對手難藏興,將遇良才可用功。那兩員神將相交,好便似南山虎鬥,北海龍爭。龍爭處,鱗甲生輝;虎鬥時,爪牙亂落。爪牙亂落撒銀鉤,鱗甲生輝支鐵葉。這一個翻翻復復,有千般解數;那一個來來往往,無半點放閑。金箍棒,離頂門只隔三分;七星劍,向心窩惟爭一蹍。那個威風逼得斗牛寒,這個怒氣勝如雷電險。

   바둑판에 호적수를 만나고, 장기판에 솜씨 좋은 인재를 만난 격이라.

   바둑판에 호적수를 만났으니 신바람을 감추기 어렵고, 장기판에 좋은 인재를 만났으니 머리를 짜내고 힘을 써야 할 판이다.

   두 사람의 신장이 맞닥뜨리니, 마치 남산의 호랑이가 싸우고 북해의 용이 다투는 듯하네.

   용이 다투는 곳에 비늘 갑옷이 번쩍번쩍 광채가 나고, 호랑이가 싸우는 곳에 발톱과 송곳니가 어지러이 떨어진다.

   발톱과 송곳니가 흩어져 떨어지니 은 갈고리를 흩뿌린 듯하고, 비늘 갑옷이 번쩍번쩍 광채를 쏟아내니 철엽(鐵葉)의 장벽을 버텨 놓은 듯하다.

   이편에서 엎치락뒤치락 천만 가지 재주를 다 부리면, 저편은 오락가락 일진일퇴, 조금도 빈틈을 열어주지 않는다.

   금고봉이 상대의 이마빼기에서 떨어지기 고작 서 푼이라면, 손행자의 심장을 노린 칠성검은 겨우 손가락 한 마디를 다툴 뿐이다.

   저편의 위풍은 두우궁(斗牛宮)의 성좌를 핍박하여 간담이 써늘하게 만들고, 이편의 노기는 뇌성벽력에 섬전보다 더욱 험악하다.


   이렇게 30여 합을 싸우고도 승부가 나지 않자 손오공은 금각・은각의 노모에게서 빼앗은 황금승을 써 은각을 사로잡으려다가 되려 은각에게 잡힌다. 동굴로 잡혀 들어온 손오공, 술법을 부려 슬쩍 빠져나와 문밖으로 나와서 “손오공의 아우되는 자행손(者行孫)이 왔다”고 소리를 질러 은각과 또 사투를 벌인다. 이때 은각이 ‘자금 홍호로’를 가지고 자행손의 이름을 부르는데, 손오공이 대답하니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손오공의 몸이 빨려 들어갔다. 이 호리병에 갇히면 두세 시간 안에 몸뚱이가 녹아 고름이 되어 버린다. 손오공은 기지를 발휘, 자신의 몸이 다 녹은 것처럼 은각을 속여 호리병에서 빠져 나온 뒤 은각의 진짜 호리병을 자신의 털로 만든 가짜 호리병과 바꿔치기한 후 다시 동굴로 나와서 “여기 행자손(行者孫)이 왔다”고 소리를 질러 은각을 불러낸다. 은각이 호리병을 꺼내자 손오공도 호리병을 꺼내고,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한다. 먼저 은각이 “행자손아!”하고 부르자 손오공이 대답을 했지만, 호리병은 반응이 없다. 손오공이 “은각대왕!”하고 부르자,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응답을 한 은각은 바로 호리병에 빨려들어가 고름이 되었다.



p.286~287

평정산 산채의 대학살


   은각에 대한 분노와 금고봉의 위력으로 폭주한 손오공은 결국 평정산 산채의 모든 이들을 학살했다. 이런 분노는 장철(張徹, Chang Cheh) 감독의 〈금연자(金燕子)〉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은붕(銀鵬)이 금룡회 용문 분타에서 대학살을 벌이는 장면이다. 금룡회는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사파인데, 은붕이 습격하는 순간까지도 반역자들을 잔인하게 처벌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은붕이 정의의 사도인가, 그것 또한 아니다. 은붕은 은둔하고 있는 사매 금연자(金燕子)를 만나기 위해, 온갖 죽일 놈들만 찾아 죽이고 그녀의 표식을 남기고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덱스터Dexter 정도?)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눈 하나 깜빡 않고 모조리 죽여 버린다. 아마도 왕우(王羽, Wang Yu)의 배우로서의 매력이 가장 잘 산 영화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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