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 용녀는 고리를 던져 소년을 구하고 오공은 도적을 죽여 수행승을 구하다


p.169

“내 방천극方天戟을 가져오너라!!”


   방천극이란 봉끝에 강철로 된 창과 같은 뾰족한 날과 옆에 초승달 모양의 ‘월아(月牙)’라는 날을 부착한 장병기로, 손잡이에 색깔을 칠해 장식하고, 끝이 정(井)자 모양으로 되어 있는 극(戟)이다. (극은 고대 중국에 있던, 과戈와 창槍의 기능을 갖춘 무기이다.) 두 개의 월아가 손잡이를 중심으로 좌우대칭 형태로 부착되어 있는 것을 방천극이라 하며, 이 월아가 한쪽에만 달려 있는 방천극을 청룡극(靑龍戟) 또는 극도(戟刀)라 했다. 엄밀히 말해 『요원전』에서 금각대왕이 사용하는 것은 방천극이 아니라 청룡극(또는 극도)이어야 하지만, 요즘엔 그냥 섞어 사용하는 것 같다.



방천극 


청룡극


   『서유기』에서 금각대왕이 사용하는 무기는 칠성검이다. 아마 금각과 은각의 다섯 가지 보배 중 자금 홍호로와 양지옥 정병만 나눠 갖고, 나머지 세 개는 같이 쓴 것 같다. 그럼 방천극은 『서유기』에 등장하기는 하는가? 그렇다. 손오공이 잡혀간 삼장 법사를 구출하기 위해서 은각을 죽이고, 이들 요괴의 거처를 말 그대로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며, 이들 요괴들의 어머니 또한 때려 죽여 금각의 분노가 극에 치달았을 때, 금각대왕의 외삼촌 되는 호아칠대왕(狐阿七大王)이 원군으로 오는데, 바로 그 호아칠대왕이 사용하는 무기가 방천극이다. 호아칠대왕은 저팔계의 쇠스랑에 등판을 내리 찍혀 누이와 조카의 원수도 갚지 못하고 죽었다.

   참고로 방천극은 『삼국지연의』에서는 봉선(奉先) 여포(呂布)가, 『수호전』에서는 소온후(小溫侯) 여방(呂方), 새인귀(賽仁貴) 곽성(郭盛)이 쓰는 무기이다.



p.184

“왠지 몰라도 네놈이 그렇게 저 중을 편들던 걸로 보아... 미끼가 돼줄 것 같았지. 예전부터 용아녀 꽁무니에 달라붙어 알짱알짱 대는 것이 그리도 눈꼴사나울 수가 없더니만... 이제 여기가 네 무덤이 될 줄 알거라!”


   플롯홀(plot hole)이다. 정세귀 일당은 손오공이 어떤 상황에 빠졌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고(앞에서 용아녀가 혼자 나타났을 때, 은각을 비롯한 여러 도적들이 손오공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이상했다.) 손오공이 뒷길로 평정산 산채에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현장까지 인질로 잡고 있었는데, 이는 제13회, p.066에서 정세귀 일당이 현장을 죽이지 않은 것에 대한 일종의 변명이다. 그때 이들은 내광사에서 살인, 방화, 약탈을 자행했었기 때문에, 현장을 죽이지 않은 것은 누가 봐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 현장이 죽었더라면 『서유요원전』은 이야기도 제대로 진행 못해보고 끝났을 것이다.)

   어쨌든, 손오공과 정세귀, 영리충 등을 한 데 묶은 것은 제천대성의 힘을 끌어낸 손오공에게 신진철을 연결, 그 힘을 보여주려는 모로호시 선생의 의중이 들어있을 것이다.



p.198

“그래, 아직 이게 있었지! 골짜기의 영기가 남았다면... 이 금환으로...”


   『요원전』에서 용아녀가 금환을 던져 손오공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장면은 『서유기』 6회에서 태상노군이 손오공에게 금강탁(金鋼琢)을 던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금강탁이란 금강투(金鋼套)라고도 불리는데 “곤오(錕吾)에서 산출되는 강철을 두드려 만든 것으로 물과 불이 침범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 세상 어떤 물건이라도 이것을 던져 올리면 모조리 빼앗는 힘까지 지닌 무기(乃錕鋼摶煉的,善能變化,水火不侵,又能套諸物)”이다. 태상노군은 이것을 호신용 병기로 사용하며, 평소에 왼 팔뚝에 끼고 다닌다.

   태상노군이 손오공에게 금강탁을 던지는 이유를 조금 살펴보면,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손오공이 반도원의 9천년 된 복숭아를 모조리 따먹고 옥황상제의 칙령을 거짓으로 남발했으며 반도회의 음식들을 몰래 먹어 연회를 망쳐놓았고 태상노군의 구전금단을 몽땅 훔쳐 먹어 천궁을 뒤흔들자, 옥황상제의 명으로 탁탑 이천왕과 나타 삼태자를 필두로 천병 10만을 이끌어 치게 했다. 그러나 이천왕과 나타가 손오공에게 밀리게 되어, 마침 반도회에 참석하러 온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 이천왕의 둘째 아들이자 자신의 제자인 혜안 행자(惠岸行者)를 시켜 이천왕을 돕게 했으나, 여전히 손오공이 우세였다. 그래서 이빙의 둘째 아들이자 옥황상제의 외조카인 현성이랑진군에게 명을 내려, 손오공을 토벌케 했는데, 손오공이 조금 밀리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막하의 싸움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던 태상노군이 이랑진군을 도와주기 위해 금강탁을 던진 것이다. 금강탁을 맞은 손오공은 “난데없이 공중에서 떨어진 물체에 정수리를 얻어맞고 걸음걸이가 흐트러져, 올바로 서 있지 못하고 휘청거리다가 그만 그 자리에 털썩 고꾸라지고 말(卻不知天上墜下這兵器,打中了天靈,立不穩腳)”아 이랑진군을 비롯한 여섯 의형제들이 “꼼짝 못하게 짓눌러놓고 밧줄로 꽁꽁 얽어 묶은 다음,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칼로 비파골(琵琶骨, 견갑골)을 꿰뚫어(即將繩索捆綁,使勾刀穿了琵琶骨)” 잡아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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