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 오공은 상주성에서 큰 소란을 일으키고 은각은 책략을 써 용아녀를 꾀어내다


p.122

“이원길! 이원길... 이원길... 이원...기...일!”


   오공이 폭주하기 시작했을 때, 유일하게 기억하는 이름과 얼굴은 제왕 이원길이다. 『요원전』에서 이원길은 부모를 잃은 손오공이 그나마 정붙이며 살고 있던 복지촌의 사람들을 깡그리 학살했다. 그것도 모자라 굶고 있던 백성들이 자신의 쌀을 몰래 먹는다며 게임을 하듯 학살을 진행하고 있다. 죽어가는 민중들의 원념과 오공의 머리를 죄어오는 금환의 고통이 이원길로 수렴되는 순간이다. 지금 그에게는 이원길만이 타도 대상이며, 이원길을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이원길로 보이는 상황이다. 학살을 진행했던 이원길을 없애기 위해 오공 역시 학살을 진행한다. 결국 민중의 더 많은 피를 원하는 무지기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p.132

“천축의 원신이라면... 그것이 가능하나이까?”

“천축이라... 그렇군, 그것도 괜찮겠어... 하지만 천축은 머나먼 곳... 너희 인간들에게는 너무나도 먼 곳이다... 지금... 지금 이 사슬은 너는 물론이거니와 오... 오공조차도 끊을 수가 없다...!”


   용아녀의 질문에 무지기가 말을 돌리고 있다. 무지기는 천축이나 또 다른 원신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아니면 알고는 있지만 모른척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앞에서도 이야기 헸듯이 무지기는 “말을 잘하(善應對言語)”기 때문이다.

만일 무지기가 천축의 원신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천축에 원신, 즉 하누만이 존재한다면, 『요원전』에서 ‘무지기’와 ‘하누만’의 관계는 『머드멘』에서 ‘아엔’과 ‘위대한 자’의 관계와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손오공’과 ‘코도와’가 있을 것이다. 『머드멘』에서 ‘위대한 자’는, 숲을 지키고 전통을 지키는 코도와에게 도움을 준다. 반면 아엔은 부족민들에게 ‘카고(Cargo)’라는 부와 문명을 주면서 숲을 파괴하고 전통을 없앤다. 『머드멘』에서는 자세히 밝히진 않았지만, 결국 파푸아뉴기니는 근대화란 이름으로, 아엔이 승리를 하며 위대한 자는 숲에 머물게 된다.


   


   이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요원전』의 결말을 내 맘대로 생각해 본다면, 오공이 인도에 가서 하누만을 만나, 제천대성의 사슬[輪回]에서 벗어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무지기는 고통 받는 백성들의 원념 속에서 끊임없이 나타나 또 다른 지살에게 제천대성의 칭호를 내리지 않을까... 그냥 짐작일 뿐이다. 가능성은 여러 가지다. 오공은 불교에 귀의할 수도 있고, 불교의 호법신인 제석천(帝釋天)일 수도 있고, 미륵(彌勒)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역사 속의 오공(悟空)이 되어 당의 사신이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짐작일 뿐이며, 자세한 내용은 해당 내용이 언급될 때 하나씩 이야기하는 것으로 한다.



p.132~133

“더욱, 더 많은 피가... 원한이... 탄식이 나는 필요하다! 너희들의 피를 마시고, 너희들의 살을 먹고 나는 더욱 강대해질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너희들의 원한을 풀어줄 것이다! 알겠느냐, 인간들이여! 무력한 버러지들이여! 더욱 더 괴로워해라! 더욱 더 피를 흘려라! 너희들이 흘리는 막대한 피가 내 힘이 되어, 머지않아 너희들의 원수를 쓰러뜨릴 것이다! 자, 할 수 있겠느냐 용아녀? 해봐라! 피바다를 만들어봐라! 그 피와 원한어린 목소리가 하늘에 닿을 때 천명天命은 바뀌어 이 사슬이 끊어지리라!”


   너무나 솔직하게 무지기가 자신의 본심을 이야기해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심스럽지만, 본래 원숭이에게 있는 성질 급한 성격의 발로라 생각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무지기는 나찰(羅剎, Rakshasa)이다.


『라마야나』에 등장한 나찰 타타카


   나찰은 힌두교의 악귀로 지상에서는 제물을 어지럽히고 무덤을 파헤치며 사람을 미혹시켜 잡아먹고, 지옥에서는 죄인을 못살게 군다. 손톱은 독이 묻어 나오고, 음식을 상하게 하며 모양을 바꾸어 나타나 환각에 빠지게 하거나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불교에서도 처음에는 악귀로 받아들여졌으나, 후에 호법 외호신(護法外護神)으로 받아들여져 야차(夜叉, yakṣa)와 함께 사천왕(四天王, Lokapāla) 가운데 비사문천(毘沙門天, Vaiśravaṇa)의 권속에 들어간다.

   『요원전』「대당편」에서 나찰은 두 번 언급이 되는데, 하나는 76회~100회에 등장하는, 저 유명한 나찰녀(羅剎女)이고, 다른 하나는 43회와 45회에 등장하는 비람파(毘藍婆) 보살이다. 그 중 비람파보살과 무지기가 서로 연관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해당 회에서 다루기로 한다.



p.161

“열흘 동안 자리를 펴고 지내면서 복채라고는 사람 목 하나라... 이거야 원, 나도 장안에나 가볼까...”



   이 역술가는 신과선생(神課先生) 원수성(袁守誠)이다. 아직 이름을 밝히지 않아 후에 이야기를 하려 했으나, 지금 이 이야기가 원수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부분인지라, 조금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원수성은 『서유기』 9회(문지사판은 10회)에 등장하는데, 등장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한 어부가 나무꾼에게 “한 점술가가 점을 쳐주는데, 그가 시키는 대로 경하(經河)에 그물을 뿌리면, 백발백중으로 고기가 잡힌다”는 말을 경하 용궁의 야차가 듣고는 용왕에게 보고를 올린다. 경하 용왕은 수족(水族)이 끝장나는 것을 막으러 그 점술가의 점을 망치려는 계획을 짠다. 선비로 변신한 용왕은 원수성을 찾아가 내일 날씨를 묻자, 원수성이 몇 시에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고 그치는지를 얘기하고 정확한 강수량까지 이야기했다. 비를 내리는 것은 용왕의 재량이라, 우쭐한 용왕은 점이 맞으면 복채를 두둑하게 주겠으나, 틀리면 이곳을 떠나라는 내기를 한다. 그런데 정확히 원수성이 했던 말대로 비를 뿌리라는 옥황상제의 소칙이 내려온다. 용왕은 소칙과 조금 다르게 비를 내리는 시간을 다소 어긋나게 하고 강수량을 조금 줄여 원수성의 점괘를 틀리게 하지만, 결국 용왕은 소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위징(魏徵)에게 목이 베이고 만다. 『요원전』에서 원수성이 이야기 한 “복채라고는 사람 목 하나”라는 말은 바로 이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 원수성의 신점(神占)으로 경하 용왕과 위징, 당태종이 연결되며, 후에 관세음보살과 당태종 그리고 삼장법사가 연결된다. 원수성은 단 한 번 등장하지만, 각 인물들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는 『요원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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