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요원전西遊妖猿傳 대당편大唐篇 - 오행산五行山의 장章


제5회 - 쌍차령雙叉嶺에서 괴동怪童이 범을 잡고 단두파斷頭坡에서 교위校尉가 수레를 멈추다


p.165

“모르는 일이야. 화과산과 우리 이가촌 뒤편 쌍차령雙叉嶺은 그 막이 맞닿는 산이 아닌가.”


   쌍차령은 『서유기』에서 삼장법사가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떠나는 길에서 여섯 번째 재앙과 환난을 당하는 곳이다. 아직 손오공을 비롯한 세 제자들을 만나기 전인 상황으로 장안(長安)을 떠날 때 따라온 두 종자들이 요괴들에게 산채로 잡아먹히는 광경을 목격한 곳이기도 하다. 『요원전』에서는 화과산이 쌍차령과 맞닿아 있다고 했는데, 『서유기』에서는 쌍차령은 (손오공이 석가여래에게 벌을 받고 있는) 오행산과 맞닿아 있다. 삼장법사는 이곳에서 사냥꾼 진산태보(鎭山太保) 유백흠(劉伯欽)을 만나 호랑이[寅將軍]에게 잡아먹힐 뻔한 고난에서 벗어나고, 또 손오공을 만나게 된다. 『서유기』에서 묘사한 쌍차령은 다음과 같다.


寒颯颯雨林風, 響潺潺澗下水。 香馥馥野花開, 密叢叢亂石磊。 鬧嚷嚷鹿與猿, 一隊隊獐和麂。 喧雜雜鳥聲多, 靜悄悄人事靡。 那長老, 戰兢兢心不寧; 這馬兒, 力怯怯蹄難舉。

   차가운 나무숲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아찔한 계곡에는 시냇물이 무섭게 흘러내린다.

   향기로운 들꽃이 여기저기 활짝 피고, 겹겹으로 포갠 바위 더미가 아찔하게 솟구쳤네.

   시끄럽게 우짖는 사슴하며 원숭이 떼, 이리 뛰고 저리 뛰노는 향노루하며 고라니의 무리.

   어지럽게 지저귀는 산새 소리에, 인적은 하나 없이 적막하구나.

   삼장 법사 금선 장로 불안하여 전전긍긍, 끌려가는 짐승도 겁먹고 앞발굽을 머뭇거리네.



p.166

“이 유백흠이라는 사내는 ‘진산태보’라는 별명을 지닌 이 마을의 사냥꾼이랍니다. 쌍차령을 자기 안마당처럼 돌아다니며 사슴이나 멧돼지를 잡아 생계를 잇는 사냥꾼으로서 그 솜씨는 이 부근에서 제일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사내...”


   ‘진산태보(鎭山太保)’라는 뜻은 “고을의 중심이 되는 산[鎭山, 主山]을 지키는 태보[벼슬아치, 관리인]”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유기』13회와 14회에 등장하는 유백흠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그 이유는, 삼장법사가 아직 세 제자들을 만나기 전, 이 제자들의 역할, 즉 삼장법사를 재앙과 환난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또한 제자 중 하나인 손오공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유백흠은 호랑이를 “들고양이[山貓]” 정도로 치부하면서 사냥해서 잡을 정도의 무예와 담력을 지닌, 일명 상헌터라 할 수 있다.


이런 느낌? (윤태호 作 『미생』에서 인용)


   『서유기』에서 유백흠은 어느 정도 삼장법사와 동행하지만, 국경 근처에 이르자, 호위를 포기하는데, 이로 보아 유백흠의 캐릭터는 실제 역사에서 현장스님이 당(唐)의 국경, 옥문관(玉門關)을 벗어날 때 큰 도움을 주는 호인(胡人) 석반타(石磐陀)에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석반타의 큰 도움으로 현장스님은 옥문관을 벗어나지만, 그 직후 석반타는 동행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석반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대당대자은사삼장법사전(大唐大慈恩寺三藏法師傳)』1권, 『현장 서유기(玄奘西游记)』 제5강에 나오며 『요원전』에서도 87회~100회에 걸쳐 등장한다.

   참고로,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창조한 유백흠은 『제괴지이』「구도왕(拘屠王)」의 어설픈 구도왕 왕이와 닮아 보인다.




p.167

“앗, 이런! 범이다! 이 발자국 크기로 봐서는 아무리 나라도 당할 재간이 없겠어. 거기다 가깝지 않은가!”


   『요원전』에서는 유백흠이 호랑이 발자국을 보고 꽁무니를 치는 것으로 나오지만 『서유기』에서 유백흠은 삼장법사 앞에서 호랑이 사냥을 한다. 『서유기』에서 유백흠과 호랑이의 일대격전은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怒氣紛紛,狂風滾滾。怒氣紛紛,太保沖冠多膂力;狂風滾滾,斑彪逞勢噴紅塵。那一個張牙舞爪,這一個轉步回身。三股叉擎天幌日,千花尾擾霧雲飛。這一個當胸亂刺,那一個劈面來吞。閃過的再生人道,撞著的定見閻君。只聽得那斑彪哮吼,太保聲狠。斑彪哮吼,振裂山川驚鳥獸;太保聲狠,喝開天府現星辰。那一個金睛怒出,這一個壯膽生嗔。可愛鎮山劉太保,堪誇據地獸之君。人虎貪生爭勝負,些兒有慢喪三魂。

   싸움터 분위기는 노기등등, 모진 돌개바람은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데,

   노기등등한 싸움터에 사냥꾼은 뚝심을 뽐내고, 미치광이 돌개바람에 얼룩무늬 호랑이는 기세를 뽐내고 티끌을 뿜어낸다.

   저편이 아가리를 쩍 벌려 송곳니를 드러내고 앞 발톱 춤을 추니, 이편은 빙그르르 몸을 돌려 잽싸게 피한다네.

   하늘을 떠받든 세 갈래 강철 작살, 햇볕 아래 눈부시게 빛나니, 수천 가닥 얼룩진 꼬리가 안개를 휩쓸고 구름장을 흩날린다.

   저편의 작살은 앙가슴을 마구 찔러들고, 이편의 송곳니와 두 발톱은 면상을 할퀴어 한입에 삼켜버리려 한다.

   선뜻 돌아가는 몸짓에 잘 피해내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겠으나, 정면으로 마주쳤다가는 염라대왕을 만나보기 십상이라네.

   들리는 것이라곤 얼룩 범의 포효성에, 진산태보의 사나운 기합 소리,

   얼룩 호랑이의 포효성에 산천초목이 흔들려 쪼개지고, 날짐승 길짐승이 놀라서 달아나며,

   진산태보의 사나운 기합 소리, 천궁을 활짝 열고 일월성신 나타내라 호통을 친다.

   저편의 금빛 눈동자가 살기를 드러내면, 이쪽은 대담한 배짱에 노여움이 치솟는다.

   솜씨 좋은 진산태보 유백흠이 여기 있다면,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산군이 저기 있으니,

   사람과 호랑이가 목숨을 탐내어 승부 다투는데, 자칫 굼뜬 동작 보였다가는 삼혼칠백을 몽땅 날릴 판이라네.



p.168~171

손오공과 호랑이와의 사투


   손오공과 호랑이와의 사투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서유기』 13회에서 유백흠이 호랑이를 사냥하는 모습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물론 『서유기』 14회에도 손오공이 호랑이를 때려잡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여의봉으로 단 한방에 머리를 후려갈겨 박살을 내버리지, 이렇게 사투를 벌이지는 않는다. 삼장법사는 손오공이 호랑이를 단매에 때려잡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天那!天那!劉太保前日打的斑斕虎,還與他鬥了半日;今日孫悟空不用爭持,把這虎一棒打得稀爛。正是強中更有強中手!」

“아이고, 하느님 맙소사! 지난번 유태보가 얼룩무늬 호랑이와 싸웠을 때도 반나절이나 걸려서야 겨우 때려잡았는데, 이제 손오공은 엎치락뒤치락 드잡이질도 않고 몽둥이질 한 번에 호랑이를 묵사발로 만들다니, 이야말로 ‘강자 중에 더 힘센 강자가 있다’는 그 말이 맞는구나.”


   손오공은 잡은 호랑이 가죽으로 옷을 해 입는데, 이것은 『요원전』에서도 같다. 참고로 p.170 네 번째 컷에서 손오공이 호랑이 목을 뒤에서 잡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건 『수호전』 22회에서 무송(武松)이 경양강(景陽崗)에서 술에 취한 몸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모습과 흡사하다. 무송은 “왼손으로 호랑이의 정수리 가죽을 꽉 움켜잡고, 철퇴만 한 오른 주먹을 슬그머니 들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정신없이 내리쳤다”고 했다. 무송은 『제괴지이』「창귀(倀鬼)」편에도 보이는데, 거기에서도 호랑이를 때려잡으며 주인공인 아귀(阿鬼, 燕見鬼)를 구해주는 역을 맡았다.




p.179

“이 지경까지 자아를 잃었을 줄이야... 별 수 없지. 지금은 일단 현녀玄女 쪽을 찾아가볼까...”


   ‘현녀’라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구천현녀(九天玄女)’일 것이다. 구천현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수호전』 41회에서 송강(宋江)이 구천현녀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나고 천서(天書)를 받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통비공이 이야기하는 현녀는 『평요전(平妖傳)』의 구천현녀일 것이다. 같은 존재이긴 하지만, 『수호전』의 구천현녀가 서왕모에 가까운 권위 있는 모습의 이미지라면, 『평요전』의 구천현녀는 전사에 가까운 이미지를 지닌다는 차이점이 있다. 자세한 것은 오공이 백운동(白雲洞)에 들어가는 10회에서 기술하는 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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