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밴드 - 분홍굴착기 : 산울림 35주년 기념 앨범
김창완밴드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김창완밴드의 이번 신보는 산울림 '베스트' 앨범이 아니라 산울림 '트리뷰트' 앨범이다. 본인이 활동했던 밴드의 음악을 트리뷰트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절반은, 자신(들)이 이룩한 지점에 대한 기특함,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이런 기특함에 대한 허세로 채워지지 않을까? 물론, 산울림이 이룩한 음악들은 겸손할 필요가 없으며, 이들은 충분히 이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김창완밴드는 이번 앨범을 단순히 회고와 허세로만 채우지 않았다. 그것은 수록곡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정규앨범만 따지고 봤을 때, 산울림의 활동은 5 시즌으로 나눌 수 있는데, 1 시즌은 1~3집, 2시즌은 4~6집, 3시즌은 7~9집, 4시즌은 10~12집, 그리고 5시즌 13집으로 거칠게 나눌 수 있다. 실제 3형제가 같이 왕성한 활동을 했던 시절은 1시즌과 3시즌 뿐이고, 2시즌은 두 동생들의 군입대로, 4시즌은, 9집 앨범의 실패로 인해, 밴드의 맏형인 김창완이 (거의) 혼자서 활동했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의 면면을 보면, 1번 트랙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와 신곡 '금지곡')를 제외하고 김창완밴드는 9집(5곡), 10집(3곡), 11집(1곡), 13집(2곡)의 수록곡들로 트랙 리스트를 채웠다. 김창완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어했고, 밴드 역시 가장 자부심을 느겼지만, 동시에 시장에서 매몰차게 냉대받았던 9집의 수록곡들은 산울림의 화양연화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김창완 혼자서 산울림이란 밴드를 짊어매고 외롭게 악전고투하며 걸어나갔던 10집과 11집의 수록곡들은, 본의 아니게 산울림이 해체되어 지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자신에 대한 다른 모습을 표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힘든 시절을 지나, 수 년만에 다시 만난 3형제들은 13집에서 역시나 자신들은 아직 건재하다는 '파격'을 보여주었고, 이번 앨범에 실린 두 곡 역시, 여전히 그 때 그 파격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데 모자람이 없다.


음악에 대한 재해석? 아쉽지만, 그런 것은 없다. 오히려 몇 곡은 예전 앨범에 비해 좀 처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게는 음악보다는, 지금 김창완이 살아가고 있는 '각오'를 산울림의 역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더 감동적이다. 진정 이런 게 자기 자신을 위한 트리뷰트라 할 수 있다. 안주하지 않고, 뒤돌아 보지 않고, 계속 전진하겠다는, 나이 든 청년의 힘찬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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