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터』 가 끝났다. 물론 완결이 아닌, 시즌 1이 끝났을 뿐이지만, 왠지 아쉬움이 느껴진다. 모든 매체를 통틀더라도, 『다이어터』 만큼 내 마음을 흔든, 주인공에 동화된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 난 매주 두 번씩 수지의 좌충우돌 다이어트에 울고 웃고 했었다. 그건 아마 나도 수지와 같은 처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놓고 표현은 하지 않지만, 한국에서 뚱뚱한 것은 거의 죄악시되고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저 이런 저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뚱뚱한 사람들도 그런 죄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본인들 스스로 그런 "불편함"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 사회는 젊고-마른-정상인에게 모든 것이 맞춰져 있는 사회니까.  

찬희의 말은 당연하지만,  이 사회가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들보다 비만인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가능한 얘기다. 언제나 정상에서 벗어난 (도대체 그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소수자들은 "freaks"취급을 받기 마련이니까. 뭐 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내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기도 하고, 난 그저 다이어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되지도 않는 키보드질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건 다이어트 개론이 아니라, 내 (경험에 따른) 이야기 혹은 수지의 이야기일 뿐이다. 

너무나 익숙하던 것이 갑자기 낯설게 보일 때.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내가 다이어트를 결심한 때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언제나 똑같아 보이던 얼굴이 오늘따라 갑자기 커보일 때, 잘 입고 다니던 바지가 어느 순간 불편해질 때. 뭐 그런 때가 아니었을까. 그럴 때마다 꼭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그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모든 것은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다이어트는 충동적인 경우가 많아서였을 것이다. 

식사량을 조절하거나, 식단을 바꾸는 다이어트는 가장 기본적인 다이어트지만,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다. 물론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살을 뺄 수 있다. 하지만, 식단 조절은 굉장히 엄격하게 지켜야 그 결과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상황에 맞게 자기 합리화를 주장하는 동물이기에, 고통스런 식이조절은 실패할 확률이 너무나 높다. 수지도 『다이어터』 초반부에 그런 오류를 아주 눈물나게 보여주지 않았나!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많이 먹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유독 많이 먹었다고 느끼는 날에는, 먹은 걸 억지로 게워내곤 했다. 변기에 머리를 처박고, 손가락을 억지로 목구멍에 쑤셔놓고 웩웩 거리는 날 발견할 때, 그 때 얼마나 한심하고 서러웠던지. 오늘자 『다이어터』 에서 죄의식을 느낀 수지가 변기통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그래서 유난히 가슴아팠다. 그건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슬픔인 것이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은, 그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화에 나온 수지의 다이어트 방법을 보면, 식이조절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거, 가장 이상적인 다이어트인 동시에,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다. 왜 이 방법이 고통스럽냐면, 눈에 띄는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90분 운동에 제대로 된 식사는 점심 한 끼, 아침, 저녁은 맛없는 풀 투성이의 식사. 이런 고통스런 고행을 시작했으면, 응당 눈에 띄는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거울로 비춰봐도, 저울로 달아봐도, 변하는 게 없으면, 맥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방법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빠르면 2주, 늦어도 4주는 걸린다. 그렇다고 뭉텅 빠지는 것도 아니다. 아주, 병아리 눈물만큼, 조금씩 빠질 뿐이다.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은 조급증이다.  길게 봐야 가능한 것이 다이어트다. 연예인들이 빠른 기간에 살인적인 감량을 하는 것은, 그들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누구라도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고, 하루에 10시간씩 운동을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말로 표현하니까 이렇게 간단하지, 그 살인적인 감량을 위해 그들은 얼마나 큰 고통을 참아냈을까. 하지만, 우리는 결과만을 중시할 뿐, 그 과정엔 관심이 없다. 아마도 우리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언제나 눈에 띄는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포기하고 마는 게 아닐까.   

 다이어트는 금연과 같다. 금연은 (담배를) 끊는 게 아니라, (피우고 싶다는 욕구를) 참아내는 것이다. "한순간의" 결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습관. 비정상적인 세상에 자신을 끼워 맞춘다는 패배주의적인 시선이 있을 수 있지만,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적어도 자기 자신에겐 만족감을 줄 수 있으니까.  

물론 이 시대에 다이어트는 판타지에 가깝다. 놀랍도록 사실적인  『다이어터』조차도 찬희라는 판타지가 개입되어 있다. 『내일부터 다이어트』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주술의 힘을 빌어야 가능한 다이어트라니... 어쩌면, 이렇게 환상에 기대는 것이 다이어트를 이루고 싶은 현대인의 무의식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런지.  

또 하나마나 한 말이 길었다. 그저 2주간 꾹 참으면서, 하루 빨리 수지의 귀환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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