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는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포스터가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이 포스터가 가장 마음에 든다. 차창 밖에 보이는 풍경은 마치 그림 형제의 잔혹 동화에 나오는 느낌이 들만큼 스산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인간의 악마성을 다룬 거대담론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우화가 아니었을까? 때론 키치적으로, 때론 도식적으로 보이는 포스터는 영화에 대한 다른 생각을 끌어내는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북촌방향>의 포스터는 지금은 절판된 어어부 밴드 1집 『손익분기점』을 떠올리게 한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백현진이 특별출현해서일까?) 어어부 밴드의 커버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트위스트 김이 양복을 입고 손발이 묶여 거리에 내던진 모습이 흑백사진으로 찍혀있다. 그 모습은 말로 딱히 표현할 수는 없는 어떤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홍상수 감독의 이 포스터 또한 그렇다. 두 주연배우(과연 홍상수 감독 영화에 주연이란 말을 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편의상)의 모습에서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내가 이 영화를 너무 기대해서일까?  

 

(제작사인 전원사의 트위터에 따르면) 아쉽게도 이 포스터는 국내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이유는 '담배' 때문이라나...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포스터에는 그의 뒤모습, 정확히는 굳은살이 박힌 발뒷꿈치가 보인다. 지금은 절판된『김기덕, 야생 혹은 속죄양』에 실린 조재현의 인터뷰를 보면, 김기덕 감독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찍을 때, 상처로 발가락이 썩어들어가자 칼로 발톱을 파내 썩는 것을 막았다는 일화가 있다. 영화를 완성해야한다는 절박한 몸부림! 그렇기 때문에 그의 굳은살 박힌 발은 그의 영화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 같다.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어찌보면 극영화같고, 어찌보면 다큐멘터리인 것 같기도 한 이 영화는 그의 영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게 아닐까? 내게 그의 발은 강수진의 발만큼, 박지성의 발만큼, 숭고하다. 

하나 더, 포스터에 비친 그의 모습은 뒷모습이다. 뒷모습은 자기 자신이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뒷모습은 자기 자신이 모르는 수많은 약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상처를 입은 사람은 자신의 뒷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김기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그의 뒷모습을 (아주 조금이지만) 보여주었다. 그는 이 영화로 세상과 화해를 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아예 세상에 등을 돌리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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