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쉬운 문제야. <13일의 금요일>에 나온 살인자 이름은?
시드니: 제이슨! 제이슨!
살인자: 안됐지만 틀렸어.
시드니: 무슨 소리야! 제이슨이 맞아. 난 그 빌어먹을 영화를 스무 번도 넘게 봤다고!
살인자: 조용히 해 이 멍청아! <13일의 금요일>의 살인자는 제이슨 어머니인 부어히스 부인이야. 제이슨은 2편부터 나온 거라고!  

 

10여 년 전,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에서 이 장면을 봤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선하다. <13일의 금요일>이란 제이슨이란 이름 그리고 하키마스크는 공포영화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도 알 정도로 이제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리메이크와 외전을 포함한) 12편의 작품을 각기 기억하기 보다는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한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올해 12편의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를 보고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기억하거나 언급할만한 가치가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한 게, 분명 볼 이유가 없는 한심하고 지루한 작품인데도, 매 편이 끝나면 바로 다음 편을 데크에 걸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이 영화에 무언가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이 다 죽어가는 시리즈가 30여년을 세월을 견뎌온 이유는 강력한 팬덤과 돈 냄새를 맡은 영화 제작자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한 번 정리해봤다. 이 글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가 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 진화하는지(혹은 망가지는지)에 대한 짧은 기록이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무지막지한 복수극 <왼 편 마지막 집>을 제작하기도 한 숀 S. 커닝햄은 당시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벌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다. 당시 극장가는 존 카펜터 감독의 <할로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 그는 <할로윈>과 마리오 바바 감독의 <피의 만>을 참조해 그와 비슷한 스릴러 영화를 한 편 기획했다. 도시에서 외떨어진 캠프장에서 젊은 남녀들을 피해자로 만들면 볼거리도 되고, 무엇보다도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목은 <캠프 블러드에서의 긴 밤>으로 결정했다.  

버라이어티에 영화를 광고하기 직전, 숀 커닝햄 감독은 제목을 <13일의 금요일>로 바꾸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무의식적인 공포를 끄집어내는데 있어서 이만한 제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숀은 이 제목을 사용할 수 있었고, 그렇게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제목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숀은 이 영화를 시리즈로 기획했었다. 그가 생각한 시리즈는 동일한 이야기의 연속이 아니라, <13일의 금요일>이란 제목으로 매 해 다른 공포영화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영화의 판권을 가진 파라마운트는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자기 완결성을 지닌 <13일의 금요일>이야기의 속편을 무리하게 늘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만다.   

 

   

<13일의 금요일>에서 제이슨은 분명 죽은 존재였다. 하지만, 파라마운트는 죽은 제이슨을 살아있는 존재라 생각하고 시리즈를 만들어갔다. 시리즈 2~4편의 제이슨은 달리기도 하고, 때론 비명(물론 컥컥거리는 소리에 불과했지만)도 지르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이야기는 <13일의 금요일>의 지루한 반복에 불과했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하키마스크를 쓰는 모습과 갈수록 잔인해지는 살인 방법에 따라 인기를 얻게 됐다. 하지만 생각보다 돈을 벌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파라마운트는 4편에서 제이슨을 죽이고 시리즈를 끝내려 했다. 하지만, 4편이 엄청난 흥행을 하게 되면서 파라마운트는 다시 속편을 제작하게 된다. 돈은 귀신하고도 통하게 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를 제이슨의 관점에서 보자면, 2~4편을 1기, 6~8편을 2기, 9~11편을 외전(감히 3기라고 표현하기에는 신성모독 수준이다!)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는 제이슨 말고도 고정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4~6편에 출연한 토미가 바로 그렇다. 4편에서 토미는 제이슨을 죽이고, 5편에서는 그 살인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제이슨의 영혼이 빙의됐으며 6편에서는 다시 살아난 제이슨을 봉인하는 시리즈 사상 가장 위대한(!) 역할을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팬들에게서 가장 괴작으로 평가받는(시리즈 중 괴작 아닌 게 어디 있겠냐만) 5편이 마음에 들지만, 이 영화는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이면서도 제이슨이 나오지 않는 기이한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6~8편은 대부분의 팬들이 기억하는 제이슨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그는 다시 부활하면서 인간이 아닌 초자연적인 존재로 모습을 드러낸다. 웬만한 충격에는 꿈쩍하지 않으며 살아난 시체답게 언제나 느긋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은 쇼크가 아닌 느긋한 공포를 만들어낸다. 이때의 시리즈는, 캐릭터는 점점 완성형에 가까워졌지만,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향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제이슨은 초능력자 여자에게 농락당하기도하고(7편), 크루즈에서 드라큘라 행세를 하기도하고, 뉴욕에서는 킹콩 행세를 하기도 한다(8편). 상황이 여의치 않자 파라마운트는 뉴라인 시네마에 판권을 팔고 시리즈를 끝낸다.   

 

  

뉴라인 시네마에서 만든 두 편의 제이슨 이야기는 점점 더 점입가경이다. 제이슨은 외계 생명체가 되어 다른 사람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존재이기도 하고(<라스트 프라이데이>), 아주 먼 미래에 과학의 힘을 빌려 우주에서 다시 탄생하기도 한다(<제이슨 X>). 시리즈 초반의 어리바리 제이슨을 압도하는 시리즈의 흑역사이기도 하다.   

 

<프레디 vs 제이슨>은 시리즈의 외전이지만, 이 영화는 원래 시리즈보다 제이슨의 모든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영화다. 제이슨은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마련인데, 1기 때에는 물에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히려 외전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시켜서 허술한 시리즈의 캐릭터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준 청출어람격의 영화라 할 수 있다.   

 

 

2009년에 리메이크된 <13일의 금요일은> 1편의 결말부터 시작해서 1기 때의 제이슨을 다룬 영화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뛰어다니는 제이슨이 어색하다는 평이 꽤 있었는데, 그것은 2기 때의 제이슨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를, 바꿔 말해 1기 때의 제이슨이 얼마나 허술했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리메이크의 2편이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오게 된다면 2기 때의 제이슨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난 또다시 피리 부는 사내를 쫓는 쥐처럼 극장으로 향할지도 모르겠다. 툴툴거리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 법. 어찌됐든 제이슨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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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4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4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3일의금융일 2012-06-15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메이크편그것은시리즈축
애두못든다..

Tomek 2012-06-15 09:37   좋아요 0 | URL
나도그렇게생각했었지만
그래도제이슨때문에긍정하련다...

죄이슨니 2015-05-15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궨시리리할로윈이리메이크되니까만들어가지고재이슨이미지만흐렸따

죄이슨니 2015-05-15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할로윈은몰라도13일의금요일만큼은그냥놔두고마음속으로간직할때가훨좋았다,,.결과는2나와도망

Tomek 2015-05-2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