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1943) - 할인행사
아서 루빈 감독, 수잔나 포스터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아서 루빈 감독의 1943년 작(作) <오페라의 유령>은 총천연색(Technicolor) 영화이자 토키 영화입니다. 1925년에 만들어진 <오페라의 유령>에서 이미 확인했듯이,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활자보다는 시각적 이미지에 더 어울립니다. 1925년 작 <오페라의 유령>은 이 점을 알고 있었고, 원작보다 더 탄탄한 이야기로 가공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1925년 작 <오페라의 유령>이 무성영화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크리스틴 다에의 '천상의 목소리'가 어떤지, 유령이 연주하는 불세출의 곡 「위풍당당한 돈 주앙」이 어떤지 상상으로만 떠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토키가 상용화되면서, 우리는 이제 영화에서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를 볼 수 있고, 환상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이런 영화적 이벤트에 적합한 소재입니다. 할리우드가 이런 기막힌 소재를 가만 둘리 없지요.  

그런데 결과물이 참으로 난감합니다. 원작을 그대로 각색해도 좋을 이야기를 할리우드는 이상한 방식으로 각색했습니다. 원작 『오페라의 유령』은 미스터리의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1943년 작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의 미스터리를 거세했습니다. 영화는 초반 30분간 오페라 극장의 바이올리니스트 에릭 끌로댕(클로드 레인스)이 오페라 극장 지하에 사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그는 여배우 크리스틴 드보아(수잔나 포스터)를 사랑하고 수년간 지원합니다. 크리스틴은 그 사실을 모릅니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파리 경시청 경감 라울(에드가 베리어)과 오페라 극장 단원 아나톨(넬슨 에디) 사이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느 날 공연에서의 실수로 에릭은 오페라 극장에서 쫓겨나고, (크리스틴의 레슨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해, 그는 자신의 협주곡을 출판사에 팔려고 하지만, 사기를 당합니다. 그는 충동적으로 살인을 하지만, 상처를 입습니다. 그는 오페라 극장의 지하로 내려가 생활합니다. 그리고 크리스틴을 스타로 만들 계획을 짭니다.   





 

이렇게 미스터리 구조를 포기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볼거리'입니다. 영화에는 3번의 오페라 공연 장면이 나오는데, 오히려 이 영화는 오페라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된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오페라 공연에 집착합니다. 화려한 볼거리와 음악은 정말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뛰어나지만, 이 영화는 원작을 너무나 오독하고 있습니다(원작을 그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성(姓)이 모두 바뀌어 있습니다).   





 

원작의 흥취를 버리고 남은 것은 유치한 삼각관계 로맨틱 코미디와 후반부의 어드벤처 식 활극입니다. 할리우드는 이 비통한 멜로를 유치한 로맨틱 코믹 어드벤처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사(映畵史)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는 몰라도 제게는 악몽인 작품입니다. 



 

 

*덧붙임: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만들 때 1925년 작 <오페라의 유령>뿐 아니라, 이 작품에서도 중요한 요소를 가져왔습니다. 원작에서 유령의 얼굴은 괴물에 가까운 반면, 뮤지컬에서는 이 영화에서처럼 얼굴의 반만 흉칙하다는 설정이 바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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