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1 (19)
        타이틀 Masked Ball
        각본 Barry Pullman
        감독 Duwayne Dunham
        방영일 1990
년 12월 15일 
 

 

 

1. 이야기  

데일 쿠퍼와 함께 캠핑을 즐기던 브릭스 소령이 사라졌지만,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한다. 호크가 데일에게 브릭스 소령이 사라지기 전에 했던 ‘하얀 오두막’과 ‘검정 오두막’에 관한 전설을 말해준다.  

데일에 관한 심리가 진행되고 예정대로 DEA 요원 드니스 브라이슨이 트윈 픽스에 도착, 사건을 맡는다. 그와 동시에 데일은 윈덤 얼에게 편지를 받는다.  

제임스는 트윈 픽스에서 조금 떨어진 바에서 에블린이란 여인을 만나고 그녀 남편의 차를 수리한다. 네이딘은 학교에서 빅 에드 대신 레슬링부의 마이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유령숲 개발과 패커드 제재소를 잃은 벤은 실의에 빠진다. 행크가 나타나 벤에게 애꾸눈 잭의 소유권이 이전되었음을 통보하고 떠난다. 벤은 충격에 빠진다.  

조시는 조직의 수장인 토마스 에크하르트가 자신을 죽이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트윈 픽스로 돌아왔다. 그녀는 캐서린을 찾아가 남편 앤드류를 죽인 일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빈다. 캐서린은 그녀를 하녀로 삼는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앤드류 패커드가 나타나 캐서린과 음모를 꾸민다.  









 

 

 

2. 가득 찼지만 텅 비어있는  

<트윈 픽스>의 19번 째 에피소드는 거의 파일럿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등장인물과 사건이 쏟아져 나오지만, ‘로라 파머의 죽음’ 같은 강렬한 구심점이 없는 관계로 이야기는 각자 따로 진행하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이제는 트윈 픽스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극을 이끌게 된다.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이상한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을 떠올려보면, <트윈 픽스>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딴 곳으로 향해 가는지를 알 수 있다.  

가장 큰 실패는 제임스에 관한 에피소드다. 애당초 제임스 헐리는 그렇게 특별한 캐릭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그를 이야기의 한 축으로 설정했다. 게다가 그에게 일어나는 일은 트윈 픽스를 벗어난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다. 이것은 명백한 기획 의도의 오류임 동시에 시즌 오프의 개념이다. 트윈 픽스의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과 그 장소 안에서 일어나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인데, 작가들은 그 전제에서 자꾸 벗어나고 있다.   



 

 

 

3. 흰 오두막, 검정 오두막  

브릭스 소령이 사라지기 전, 데일은 브릭스 소령으로부터 ‘흰 오두막’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호크 보안관보가 데일에게 '흰 오두막'과 '검정 오두막'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걸 대체 어디서 들은 거죠?"

 

호크: 지역 전설이죠. 흰 오두막은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자연을 지배하는 영혼들이 거주하는 곳이에요.
데일: 한 번 보고 싶은 곳이군요!
호크: 많은 사람들이 그랬죠. 하지만 그곳은 오로지 영적인 단계로만 존재해요. 또 ‘검정 오두막’에 관한 전설도 있죠. 흰 오두막의 어두운 면이자 이 세계를 어둠의 힘으로 이끄는 장소이죠. 악몽의 세계에요. 주술로 아이들이 사라지고, 성난 영혼들이 숲에서 나오며, 꽃이 만개하는 것처럼 무덤이 열리죠.
데일: 무시무시하군요.
호크: 전설에 따르면 모든 영혼은 완전한 세상으로 가는 길에 그곳을 거쳐야 한다고 했어요. 그곳에서 자신의 어두운 자아를 만나죠. 우리 종족들은 그것을 ‘문지방의 거주자’라고 불러요. 하지만 만일 그 영혼이 검정 오두막에서 부족한 용기로 자신의 자아를 대하지 못하면, 그 영혼은 완벽하게 파괴된다고 하지요.
데일: 세상에나.  

 

흰 오두막과 검정 오두막은 데일이 꾼 꿈속의 빨간방을 확장한 설정이다. 하지만 이 설정은 굉장히 안타까운 결과물을 낳았는데, 데이빗 린치가 애초에 생각했던 선과 악의 모호함이 사라지고 확실하게 갈리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그 경계의 모호함에 있던 인물/존재들이 편을 갈러 나뉘기 시작한다. 모호함은 사라지고 구분만이 남은 세상. 트윈 픽스는 회를 거듭할수록 그렇게 아우라를 하나씩 잃어 간다.   

 

 

3-1. 앤스락스, 안젤로 바달라멘티, 트렌트 레즈너  

예전엔 고유명사 같은 독특한 이름이었지만, 911 테러 이후 보통명사가 된 헤비메탈 그룹 앤스락스(Anthrax)는 <트윈 픽스>의 광팬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드라마에 빠지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트윈 픽스>에 영감을 받은 곡을 만들었는데, 그 곡이 바로 「Black Lodge(검정 오두막)」이다. 이들은 한 술 더 떠 <트윈 픽스>의 음악을 맡은 안젤로 바달라멘티를 모셔와 공동 작업으로 곡을 만들었다.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나인 인치 네일스(NIN)의 트렌트 레즈너 역시 <트윈 픽스>의 광팬으로 알려져 있다. <트윈 픽스>의 방송일이 제멋대로 잡힐 무렵 NIN은 전미 투어를 잡았었는데 <트윈 픽스>의 마지막 방송일이 잡히자 트렌트 레즈너는 “<트윈 픽스>를 봐야한다”는 이유로 투어를 취소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런 점이 기특해서였는지(?), 데이빗 린치는 <로스트 하이웨이>를 감독할 때 그에게 음악 감독을 맡긴다. 린치의 신임을 듬뿍받은 트렌트 레즈너는 <로스트 하이웨이> OST를 자신의 역작 <올리버 스톤의 킬러(Natural Born Killers)> OST와 같이, 기막힌 노래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  

    

 

 

 

4. 드니스/데니스 브라이슨  

데일과 관련한 마약 수사를 위해 트윈 픽스에 도착한 드니스/데니스 브라이슨(David Duchovny)은 복장 도착자(transvestite)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물론 지금이야 <엑스 파일(X-Files)>의 주인공 멀더의 흑역사로 치부되지만... 그는 여성 복장을 했을 때는 자신을 드니스(Denise)라 소개하지만, 남성 복장을 할 때는 데니스(Dennis)라 소개할 만큼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확고한 구분을 가지고 있다.   



         

 

그가 여성복장을 입는 이유는 꽤나 독특하다. 수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 복장을 입었는데, 그 옷이 그렇게 편했기 때문에 아예 여장을 하고 다니는 것이다. 이것은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의 <광란자(Cruising)>의 귀여운(!) 오마주다. 차이가 있다면 <광란자>의 스티븐 형사(알 파치노)는 동성애자가 되어버리고 괴로워하지만, 드니스는 스스로 이 상황을 즐긴다는 점이다.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은, 미국에선 1980년대나 1990년대 모두 동성애자나 복장 도착자들을 위험하거나 신기한 존재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이것은 같은 때 제작된 <양들의 침묵>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조나단 드미 감독 역시 성도착자이자 연쇄살인범 버팔로 빌(테드 라빈)을 ‘미친놈’으로 스케치했다. 199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동성애자들은 시위를 벌였고,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인물에 접근했다는 것을 반성하고 그 이듬해 <필라델피아(Philadelphia)>를 만들었다.  

    

 

 

 

5. 기억할만한 지나침  

네이딘은 같이 학교에 다니는 마이크(바비의 단짝!)에 관심을 갖는다. 그녀는 더 이상 에드에 관심이 없다.  

"에드는 집에 있고 마이크는 학교에 있어. 에드는 집에만 있는데 마이크는 나가길 좋아하지. 좀 현실적이 되자고. 가끔 에드는 우리 아빠같이 나이 들어 보이거든." 

에드가 노마와 함께 같이 지내지 못한 것은 네이딘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부채의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네이딘이 스스로 떠나려 한다. 에드와 노마에게는 물론 네이딘까지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물론 호시탐탐 행크가 노리고 있겠지만.  

 

 



죽은 줄 알았던 앤드류 패커드(Dan O'Herlihy)의 등장은 놀라움 보다는 한숨이 나오는 설정이다. 이미 그 자체로 완료형이었던 인물들이 드라마의 연장을 위해 하나씩 불려나오는 설정은 안타까울 뿐이다.  

 

 

유령숲 프로젝트와 제재소 소유권을 빼앗긴 벤자민 혼에게 행크는 애꾸눈 잭의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소식을 통보한다. 이제 벤자민에게 남은 것은 그레이트 노던 호텔뿐이다.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정신 공황에 빠진다. 더 이상 돌릴 필름이 없는 스크린 앞에 서 있는 벤자민의 모습은 그의 인생이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윈덤 얼이 드디어 움직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행보는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한다.  

 

 

6.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11』 스크립트, 3rd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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