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7 (15)
타이틀 Lonely Souls
각본 Mark Frost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0년 11월 10일
※ 시리즈 가장 큰 비밀이 밝혀지는 에피소드입니다. 혹여 나중에라도 감상을 원하시는 분들은 절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1. 이야기
데일과 해리는 마이크를 데리고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서 밥을 찾지만, 소란만 일으키고 찾지 못한다. 해롤드 스미스가 로라의 일기장을 가지고 있다는 제보에 호크가 찾아가지만 해롤드는 자살하고 일기장은 찢어져 있다.
매디는 사라와 리랜드에게 다음날 고향인 미줄라로 떠날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코마에서 깨어난 네이딘은 자신이 여전히 고등학생인줄 알고 있다.
오드리는 아버지 벤자민에게 로라와의 관계를 실토받고 데일에게 알려준다. 해롤드의 집에서 발견한 로라의 일기장에 쓰인 문구와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서의 정황을 파악한 데일은 영장을 발부해 벤자민을 체포한다.
통나무 여인에게 로드하우스에 가라는 말을 전해들은 데일은 로드하우스에서 거인의 환영을 본다. 바로 그 시각, 매디는 실체를 드러낸 밥에게 살해당한다.
2. 밥 (BOB)
애초 이야기했듯이 데이빗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는 로라 파머에 대한 이야기를 동력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놓으려고 했었다. 최소한 두 번째 시즌의 5번째 에피소드까지는 그들의 의도대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었다.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생각지 못한 것이다.
1990년대 문화 현상으로 불리는 <트윈 픽스>의 인기는 이제 데이빗과 마크의 통제를 훨씬 넘어서 있었다. 로라 파머라는 매력적인 장치는 이 시리즈를 매주 챙겨보는 시청자들이 꼭 알아야 할 문제가 되었고, ABC의 중역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압력을 매주 데이빗과 마크에게 행사하고 있었다.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
게다가 내부적인 문제도 있었다. 데이빗은 잘 직조된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기 보다는, 항상 현장의 즉흥성에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해왔다. 그가 처음에 작업한 시나리오와 그 결과물인 영화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인상주의 화가처럼 이야기의 재현보다는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런 그에게 매주 완성된 이야기로 정해진 시간 내에 드라마를 ‘납품’해야 하는 사실은 <트윈 픽스> 시리즈를 조금씩 멀어지게 했다. 한창 시즌 2를 준비해야 할 때에 그는 <광란의 사랑>을 만들었고, 시즌 2가 진행할 때는 안젤로 바달라멘티와 줄리 크루즈와 함께 뮤지컬 공연까지 기획했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압력으로 그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시즌 2의 초반부에 그는 결국 밥의 실체를 드러냈다.
데이빗은 이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는 이것을 "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이라 얘기했다. 원래의 시놉은 장 르노와 윈덤 얼, 그리고 밥이 시즌 2의 중반부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것으로 정했었는데, 밥의 등장으로 장 르노와 윈덤 얼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어졌기 때문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만일 계획대로 했었다면, <트윈 픽스>는 현실의 위협과 초자연적인 공포가 뒤섞인, 지금보다 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3. 또 다른 살인
문제는 과연 밥의 영혼이 씐 인물을 누구로 할 것인 지였다. 대부분의 시청자들과 심지어 드라마의 스태프들조차도 로라를 죽인 범인은 벤자민 혼이라 생각했었다. 그것은 당연한 추리다. 그는 이 마을에 사는 그 누구보다도 사악했으니까. 그리고 처음 시작된 아이디어도 ‘금발의 소녀가 지역 유지와의 스캔들로 살해당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했으니 이는 얼핏 당연하게 느껴진다. 드라마가 아무리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하더라도, <트윈 픽스>는 현실에 바탕을 둔 드라마지 <환상 특급>이 아니기 때문이었다(물론 지금은 그 계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데이빗과 마크는 범인을 벤자민, 자코비, 리랜드로 압축했다. 그리고 로라의 사촌인 매들린을 살해하는 장면을 찍기 전, 자코비를 탈락시키고 벤자민 역의 리차드 베이머와 리랜드 역의 레이 와이즈를 불러 촬영 준비를 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데이빗은 의자에 앉아있는 레이에게 다가가 그 앞에 쭈그려 앉은 뒤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네, 레이. 자네가 살인자야.”
레이 와이즈는 이번 에피소드를 찍기 전까지, 한 번도 자신이 살인자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밥의 실체가 드러나고서부터 그의 연기 톤이 달라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범인의 실체에 관한 사실은 데이빗 린치, 마크 프로스트, 레이 와이즈, 리차드 베이머만 알고 있었다. 때문에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까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밀 유지를 위해 매들린이 밥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한번은 벤자민 혼, 다른 한 번은 리랜드 파머, 마지막 한 번은 악령 밥, 이렇게 세 번을 찍었는데, 상대역인 쉐릴 리가 거의 죽을 고생을 했다. 게다가 그녀는 살해당한 로라 파머 역까지 맡았으니, 왠지 안쓰럽게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생각했어요.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4. Cinematic Magic
걸작으로 칭송받는 영화를 보면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들어있어서 감동 혹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인데, 데이빗 린치의 작품에서도 이런 장면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로드하우스 장면도 그 중 하나다.
로드하우스 장면은 스크립트에서는 짧게 묘사됐었다. 다나와 제임스가 해롤드 스미스에 대한 죽음을 언급하고 자리를 뜬 후에 데일과 해리, 통나무 여인이 로드하우스에 들어온다. 그리고 갑자기 데일은 거인의 환영을 본다. 그리고 그는 다른 살인이 벌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순히 내러티브의 진행을 간략하게 언급한 장면을 데이빗은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 이것은 데이빗의 연출 때문이 아니라, 줄리 크루즈의 노래 때문이었다.
줄리 크루즈가 노래를 부르자 그 자리에 앉아있던 다나 역의 라라 플린 보일이 울기 시작했고 그 분위기는 촬영장을 감쌌다. 데이빗은 이 장면을 매디의 죽음 뒤로 편집해서, 살아있는 자들의 미안함과 무력함 그리고 슬픔을 형상화했다. 이 로드하우스 장면은 극장판 <트윈 픽스>의 마지막 장면과 대구를 갖는다. 끔찍함과 슬픔 그리고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데이빗 린치의 가슴시리는 장면이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줄리 크루즈가 부른 곡은 「Rockin' Baby Inside My Heart」와 「The World Spins」다. 두 곡 모두 데이빗 린치가 작사를 하고,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작곡을 했다.
5. 누락된 이야기들
마크 프로스트가 쓴 스크립트에는 다양한 이전의 미스터리가 연계되는 이야기가 들어있으나, 데이빗이 감독한 에피소드에는 대부분 삭제되어 있거나 축약되어 있다. 마크 프로스트가 언급한 부분 중 완전히 삭제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범행 장소인 열차에서 발견한 노트는 해롤드 스미스의 집에서 발견된 로라 파머의 일기장에서 찢은 종이와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 범인은 로라를 죽이기 전에 일기장에 손을 댔고, 위협을 느낀 로라는 일기장을 해롤드에게 맡긴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 역시 해롤드의 집에 가보지만, 이곳엔 밥이 왔던 흔적이 없다는 것으로 보아 해롤드와 밥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외팔이 필립 제랄드는 헤로인 중독이지만, 헤로인을 맞지 않으면, 마이크로 변한다. 문제는 오랜 시간 헤로인을 복용하지 않으면, 숙주인 마이크가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사 윌 헤이워드가 데일을 찾아와 필립의 상태를 설명해주지만, 밥을 잡기 위해 데일은 헤로인 투여를 막는다.
피트 마르텔이 해리 보안관을 찾아와 조시가 떠난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같이 있던 동양인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서로 어긋나는 것을 발견한다. 피트는 그를 사촌으로 알고 있는 반면, 해리는 그를 비서로 알고 있다. 이 어긋난 진실은 조시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든다.
6. 기억할만한 지나침
데이빗 린치는 의도적으로 매디를 로라의 사진과 함께 보이도록 했다. 매디는 이곳 트윈 픽스에서 로라 파머로 여겨졌다. 매디의 죽음은 로라의 죽음과 반복이며, 이는 첫 번째 살인인 테레사 뱅크스와 대구를 이룬다. 세 번의 살인이 발생했지만, 결국 로라가 세 번 죽은 것이다.
사라가 계단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주온>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귀신 가야코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일까? 그레이스 자브라스키는 <주온>의 영어 버전인 <그루지>에 캐스팅되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또 다른 살인이 벌어지기 전, 사라는 방에서 말(馬)의 환상을 보고 기절한다. 말은 여러 가지를 떠오르게 하는데, 에모리 베티스가 언급한 순결한 처녀인 유니콘을 연상하기도 하고, 로라가 어렸을 적 벤자민 혼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말을 떠오르게도 한다. 그 어떤 것을 연상하든 사라가 본 말은 로라가 연상되며, 결국 이 집에서 또 다른 순결한 처녀가 살해당할 것이란 강한 암시를 나타낸다. 그리고 시리즈의 거의 마지막 회에서 말(馬)은 다시 한 번 기괴한 모습으로 등장해 보는 이를 거의 패닉 상태로 몰고 간다.
7.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7』 스크립트, 3rd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2000, New Line Cinema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