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 Fair Love O.S.T
김신일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0년 1월
품절


신연식 감독의 영화 <페어러브>의 한 축은 음악입니다. 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지적받았던 것 중 하나가 '과도한 음악의 사용'일 정도로 이 영화에서는 다른 영화와 달리 음악이 많이 쓰입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영화에 쓰인 음악들은 내러티브를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이 아닌,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대변하는 하나의 축으로 당당히 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음악이 배우들의 대사를 잡아먹는 경우가 생기지만, 그렇게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음반은 김신일 씨의 정규 앨범으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신연식 감독의 요청으로 영화에 삽입되면서 영화 <페어러브>의 OST인 동시에, 김신일 씨의 1.5집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영화를 감안하고 만든 노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각 노래들이 영화에 어울리는 것을 보면, 신연식 감독이 충분히 욕심을 냈을만한 생각이 듭니다.

이 앨범에는 총 12곡이 들어있는데, 정확히는 7곡이고 나머지 5곡은 편곡을 달리해서 수록했습니다. “이거 상술 아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각각의 곡들은 어설픈 노래들로 20곡을 채운 성의 없는 가수의 음반보다 뛰어납니다.

앨범의 속지는 영화의 장면과 김신일 씨의 (연주) 모습으로 채워졌습니다.

01. Fair Love Intro - 첫 번째 곡은 영화의 시작 부분에 나옵니다. 파란 구름이 먹구름으로 변하고 비가 내리는 장면으로 전환되면서 노란 불꽃이 일어나고 그 옆에 타이틀이 뜹니다. <페어러브>. 음악은 영화 도입부의 약간은 음울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02. Fallen - 두 번째 곡이자, 이 음반의 타이틀곡인 「Fallen」은 (엔드 크레디트를 제외한다면) 이 영화에서 총 세 번 나옵니다. 첫 번째는 형만(안성기)이 남은(이하나)에게 처음으로 애틋한 감정을 느낀 장면에서 나옵니다. 이때의 감정이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음악은 형만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형만과 남은이 단 둘이서 강화도 바닷가에서 보내는 즐거운 한 때에서흘러나옵니다. 이제 이 둘은 사랑을 느끼고,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사랑의 시작과 사랑의 진행 사이에서 김신일의 노래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합니다. 마치 이 사랑이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일까요?

03. Welcome to the Island Part 1 - 남은, 형만, 김 작가, 재혁이 강화도 바닷가에 소풍가는 장면에 흘러나오는 경쾌한 기타 연주곡입니다. 여행의 설렘과 호감이 있는 사람과의 첫 여행에서 풍겨오는 설렘. 그리고 이 설렘은 처음으로 형만이 남은의 행동에 질투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04. I'm a Boy - 형만이 친구 기혁의 부탁으로 그의 딸 남은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옵니다. 형만은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어린애입니다. 기계에 대한 관계는 잘 알지 몰라도,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알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습니다. 남은은 형만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요?

05. Turn Back - 형만의 세계는 작은 작업대입니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이 공간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밖을 나서게 됩니다.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의 인생이 다른 삶을 살 계기가 되는 장면에 흘러나오는 노래는 그래서 아름답게 들립니다.

06. I wish - 남은의 생일에 형만과 남은이 식사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입니다. 이 장면에서 김신일 씨가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부르는 역을 맡았습니다. 노래는 낭만적이지만, 이들의 관계는 다른 연인들처럼 부딪힙니다.

07. Walking Trough the Dawn - 남은의 고백인지 혹은 형만의 꿈인지 아리송한 장면에서 이 음악은 가슴 벅찬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실제건 환상이건 형만은 자신의 작업대에서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에 이 곡은 마침내 점정(點睛)을 합니다.

08. Welcome to the Island Part 2 - 3번 째 트랙과 같은 곡이지만, 편곡을 조금 달리해서 넣었습니다. 형만이 남은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20년 만에 전력을 다해 뛰는 장면에 흘러나옵니다. 지금껏 부정해오고 억압해온 감정을 그는 전력을 다해 질주하면서 다 털어냅니다. 사랑의 확인, 그리고 사랑의 설렘.

한 가지 아쉬운 것. 이 음반에는 이하나 씨가 부른 「Fallen」이 빠져있습니다. 이 노래는 남은이 형만의 작업실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이제껏 아무도 들어오지 못했던 자신의 작업실(혹은 마음)에 처음으로 남은을 들어오게 하는 형만의 모습은 애틋합니다. 이하나 씨의 「Fallen」은 디지털 음원으로 구입(혹은 감상)할 수 있지만, 이 앨범에 빠진 것은 아쉽습니다.

예전부터 앨범 리뷰를 작성하고 싶었지만, 각 노래가 영화의 어느 장면에 나오는지 몰라 미뤄두고 있다가 이번 DVD발매로 작성을하게 됐습니다. 영화의OST로서도, 김신일 씨 개인의 음반으로도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훌륭한 앨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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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같은 듯 다른 느낌의 두 곡「Fallen」
    from 내가 읽은 책과 세상 2010-05-30 08:20 
              두 가지 버전의 「Fallen」. 같은 듯 다른 느낌.               
 
 
L.SHIN 2010-05-29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카테고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음악이 링크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들어왔는데....없..;; ㅜ_ㅡ

Tomek 2010-05-30 08:16   좋아요 1 | URL
헉.. 죄송.. ㅠㅠ
L.SHIN님 잘 지내시죠? 전 조금만 지나면 슬럼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근히 길어서 지치네요. ^.^;

마노아 2010-05-29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음악 생각하고 클릭부터...ㅎㅎㅎ

Tomek 2010-05-30 08:21   좋아요 1 | URL
죄송합니다.. ㅠㅠ
트랙백 걸어놓았습니다. 두 곡 뿐이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