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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 A Single 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싱글맨>에 관심이 있던 것은 감독 톰 포드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구찌에서 수석 다자이너로 활동해 엄청난 명성을 얻었고, 그의 이름을 단 선글라스와 남성 속옷은 소위 ‘명품’ 대열에 끼었습니다. 하지만, 더 궁금한 것은 그의 내밀한 사생활이었습니다. 그는 게이거든요. 게이인 그가 게이에 관한 영화를 찍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요. 90년대 중반 (음반 제작자이자 게이인) 데이비드 게펜이 동성애 커플의 이야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제작한 것만큼이나, 게이 감독인 구스 반 산트가 게이 인권운동가 하비 밀크의 삶을 그린 <밀크>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싱글맨>은 게이를 다룬 영화이지만, 톰 포드는 게이의 삶을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싱글맨>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상실과 공포를 느끼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조지(콜린 퍼스)는 그저 여자 대신 남자를 사랑한 사람입니다. 영화는 혼자 사는 사람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1962년, 미국. 영문과 교수인 조지는 오랜 연인 짐(매튜 구드)을 사고로 잃었습니다.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는 짐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연인을 잃은 상실감에 그는 자살을 생각합니다. 그는 하루를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삶을 정리하는 조지에게 세상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테니스를 치는 사내들의 멋진 근육, 빠져들 것 같은 사람들의 눈매, 입술, 향수와 체취. 하지만, 짐이 없는 세상에 이런 것들은 무의미합니다. 그의 빈자리는 오랜 (여자)친구인 찰리(줄리안 무어)도,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마드리드에서 온 청년도 채울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정리한 순간, 조지는 짐과 처음 만난 술집에 갑니다. 그와 처음 만나 시작한 그곳. 바로 그 자리에 자신의 강의를 듣는 케니(니콜라스 홀트)가 정확히 도착합니다.
<싱글맨>은 어떤 극적인 상황이나 사건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조지의 상실감, 고통, 불안, 공포 그리고 추억을 따라갑니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과 그가 바라보는 삶.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는 삶을 따라갑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이 영화를 게이에 관한 영화가 아닌, 삶에 관한 영화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톰 포드는 게이에 관한 영화가 아닌, 남자를 사랑한 남자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이 영화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탐미적인 영상이 그렇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캐릭터에 집중을 합니다. 주인공인 콜린 퍼스부터, 니콜라스 홀트, 매튜 구드, 게다가 한 번 등장하는 조지의 동료 교수 역인 리 페이스까지. 그야말로 꽃미남 열전이라 할 정도로 아찔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첫 부분, 잠에서 깨어난 조지가 말합니다. “현재는 단순히 현재가 아니다. ‘현재’는 잔인한 암시다. 어제에서 하루가 지난 때. 작년에서 한 해가 지난 때. '현재'에는 날짜가 붙는다. 지난 '현재'는 모두 과거가 된다. 어쩌면, 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조만간, 그날이 올 때까지.” 그런 그가 잠들어 있는 케니를 보며 이야기합니다. “순간을 즐기며 삶을 사니 그게 날 ‘현재’로 돌려놓았다. 이제야 모든 것은 의도한대로 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조지의 말대로 그래도 삶을 지속됩니다. <싱글맨>은 ‘디자이너가 만든 영화’라는 화제성을 뛰어넘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원작 『싱글맨』의 덕이라 해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