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4 (12)
타이틀 Laura's Secret Diary
각본 Jerry Stahl, Mark Frost, Harley Peyton, Robert Engels
감독 Todd Holland
방영일 1990년 10월 20일
1. 이야기
자끄 르노의 살인 혐의로 체포된 리랜드 파머는 모든 혐의를 시인한다. 리랜드 파머의 보석 심리와 리오 존슨의 재판을 위해 트윈 픽스에서 순회 법정이 열릴 예정이다.
다나 헤이워드는 해롤드 스미스에게 로라의 일기장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매디와 함께 그것을 빼낼 계획을 세운다.
시애틀 타임즈에 음식과 숙박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칼럼을 쓰는 저널리스트 M.T. 웬즈가 온다는 소문에 그레이트 노던 호텔과 더블 R 식당의 노마와 행크도 분주해진다.
장 르노는 벤자민 혼을 찾아가 오드리 혼이 찍힌 테이프를 보여주고 몸값과 데일 쿠퍼를 요구한다. 벤자민은 데일에게 딸의 몸값을 전달해주고 딸을 안전히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데일은 해리 보안관과 함께 이 사건을 비밀리에 맡는다.
시애틀에서 돌아온 조시 패커드는 해리 보안관에게 불안감을 호소한다. 조시의 사촌이라 소개한 조나단은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서 데일을 몰래 지켜보던 동양인 남자고 이들은 제재소 문제를 해결하고 홍콩에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나단이 행크를 몰래 찾아가 물리적 협박을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일본인 토지무라 씨가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 투숙한다.
2. 토드 홀랜드 (Todd Holland)
시즌 2의 4번째 에피소드를 맡은 토드 홀랜드 감독은 영화와 TV를 오가며 작업했다. 그가 <트윈 픽스>에 합류하기 전에 찍은 영화는 풋풋한 크리스찬 슬레이트를 볼 수 있는 <전자 오락의 마법사(The Wizard)>였고, 이후로 시트콤 <래리 샌더스 쇼(The Larry Sanders Show)>로 엄청난 명성을 얻는다.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은 시트콤 <말콤네 좀 말려줘(Malcolm In The Middle)>와 영화 <소방서를 부탁해(Firehouse Dog)>이고 올해 방영을 시작한 <썬즈 오브 투싼(Sons of Tucson)>으로 감독과 프로듀서를 병행하고 있다.
이번 에피소드는 아직 TV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이라 관습적인 화면과 장면 대신 인상적인 장면이 꽤 많은 편이다. <블루 벨벳>에서 보았던, 가장 작은 것에서 시작해 전체를 보여주는 첫 장면도 훌륭하고, 가능한 한 장소에서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해 극을 이어가는 것도 재미있다. <트윈 픽스>는 아직까지는 원래의 의도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3. 새끼 잃은 부모 속 냄새 (absolute loss)
로라 파머가 죽은 이후로, 아버지 리랜드 파머는 드라마 내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여 왔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통절한 울음, 나쁜 기억을 몰아내기 위한 춤과 노래, 머리색의 변색과 과도한 업무 등 그의 모습은 딸을 잃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같이 느끼게 했다. 이번 회에서 그는 처음으로 딸을 잃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트루먼: 리랜드... 당신이 자끄 르노를 죽였습니까?
리랜드: 그는 내 딸을 죽였어요. 그가 내 딸에게 한 짓들은... 보안관, 당신은 엄청난 상실감을 느껴본 적 있나요?
쿠퍼: 여기 있는 우리들 모두 그런 슬픔은 겪지 못했을 겁니다.
리랜드: 그건 슬픔 이상이에요. 내 안 깊숙한 곳에서, 모든 세포가 비명을 질러댑니다. 다른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그래요, 내가 자끄 르노를 죽였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그래요....
봉준호 감독 역시 <괴물>에서 희봉의 대사를 통해 강두의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니들 그 냄새 맡아본 적 있어? 새끼 잃은 부모 속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냐 이 말이여. 부모 속이 한번 썩어 문드러지면 그 냄새가 십리 밖까지 진동하는 거여. 내 정말 니들한테 한 마디 하겠는데 니들 강두한테 최대한으로 잘해줘야 한다. 자꾸 뭐라 뭐라 그러면 안 돼야, 응?”
동서를 막론하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란, 상상조차 하기 힘이 드는 일이다. 드라마는 처음으로 로라를 죽인 범인 대신 ‘로라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한 기막힌 이야기 진행 때문에, 우리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 TV 드라마에서 윤리를 찾는 것을 우리는 바라지 않았고, 그저 답을 바랄 뿐이었다.
4. 딜레마
드라마는 윤리와 법에 대해서 묻는다. 자끄 르노는 리랜드의 딸 로라를 죽였(다고 리랜드는 생각한)다. 그래서 리랜드는 자끄를 죽였다. 심정적으로는 리랜드의 결정에 동의하지만,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살인자를 죽일 권리는 우리에게 있는가? 법집행과 복수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복수를 사적 복수와 공적 복수로 나눌 수 있는가? 리랜드의 살인은 여러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부검의이자 리랜드의 주치의인 윌은 리랜드의 심정을 백분 이해한다. 그는 데일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헤이워드: 당장 정신병 검사를 진행해야 해요. 이것만은 꼭 이야기하고 싶군요. 부모는 자식을 땅에 묻지 않고 가슴에 묻어요. 누구라도 리랜드 같은 상황이었다면...
쿠퍼: 그런 상황이었다면, 살인해도 괜찮다는 말을 하시는 겁니까?
헤이워드: (...) 아닙니다.
리랜드의 보석 심리를 진행하기 위해 트윈 픽스에 온 클린턴 스턴우드(Clinton Sternwood) 판사 역시 이 사건에 대해 난감해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삶의 아이러니를 해결하지 못한다. 제도는 그저 안전한 길을 제시할 뿐이다.
또 다른 딜레마는 로라의 일기장이다. 해롤드가 가지고 있는 로라의 일기장은 로라가 해롤드에게 준 선물이다. 그리고 해롤드가 말했듯이 그 일기장에 특별한 비밀(같은 것)은 없기에 그는 보안관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로라의 사생활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다나는 친구의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그 일기장을 손에 넣으려 한다. 다나가 계획하는 것은 도둑질이다. 기독교에서도 금지하는 계명을 우리는 깨드리기를 바란다. 다나는 제임스와 함께 자코비의 사무실을 턴 적이 있다. 이 도둑질은 지지할 만한 도둑질인가?
살인과 도둑질과 간음이 행행하고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은 로라의 죽음으로 트윈 픽스는 소돔과 고모라가 됐다. 이곳에서 윤리를 찾기는 힘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트윈 픽스>를 보는 우리들도 그 윤리를 잊어간다. <트윈 픽스>는 우리를 바라보는 거울이다.
5. 순회 법정(circuit court)
해리는 데일에게 리랜드와 리오 존슨에 대한 재판으로 트윈 픽스에 판사와 검사가 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순회 법정은 지금은 미국과 중국에서나 간간히 찾아볼 수 있는 제도인데, 대도시와 떨어진 오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판사와 검사, 변호인단이 그 지역을 찾아가 재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순회 법정의 역사는 잉글랜드의 헨리 2세로 부터 시작됐다. 헨리 2세는 백성들이 런던으로 와 항소를 하는 것 대신 판사들이 매년 지방을 돌게 함으로써 직접 심리하는 전통을 세웠다. 이 전통이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 개척시대에서는 판사 혼자 변호사, 검사들과 함께 순회를 돌았다. 아브라함 링컨 역시 일리노이 주에서 순회를 돈 변호사 중 한 명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판사가 담당할 재판이 많아지자 지방 법정이 세워지게 되었고, 대부분의 순회 법정은 지방 법정으로 대체되었지만, 아직도 작은 소읍에서는 순회 법정이 행해지기도 한다.
6. 엠티 웬즈 (M.T. Wentz)
벤자민 혼과 노마 제닝스는 엠티 웬즈가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엠티 웬즈는 시애틀 타임즈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 숙박과 식당 음식에 엄격한 기준으로 글을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이번 회에만 새로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4명이고 그 중 두 명은 정체가 밝혀졌다. 엠티 웬즈의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 앞으로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엠티인 동시에 다른 (미스터리를 간직한) 인물인 셈이다.
7. 루시
두 남자와 양다리를 걸쳐 앤디를 실의에 빠지게 한 루시가 처음으로 속내를 밝힌다. 루시가 앤디를 두고 바람을 피운 이유는 이렇다.
루시: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난 앤디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죠. 앤디는 운동도 안하고, 세차도 안하고, 운동복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쿠퍼: 어... 그런 이유로 지금껏 계속 앤디에게 냉담하게 군건가요?
루시: TV 드라마를 본 후에, 전 결심했어요. “나”를 위한 시간을 갖자. 앤디와 만나지 않은 그 시간동안, 전 딕 트레메인을 만났어요. 혼 백화점 남성복 코너에서 일하는 사람이요. 그 사람은 운동복도 많고, 몸 관리도 잘하고 차도 멋졌어요. 딕의 행동 대부분은 한심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는 앤디와 달랐어요.
쿠퍼: 아직도 딕하고 만나고 있나요?
루시: 아뇨.
쿠퍼: 그럼 앤디와 다시 시작하길 바라나요?
루시: 모르겠어요.
쿠퍼: 루시, 정확히 원하는 게 뭔가요?
루시: 모르겠어요.
사랑은 사소한 작은 것에서부터 균열이 생긴다. 사랑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관한 모든 것이 다 그렇다. 사소한 균열은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가져오지만, 돌이켜보면 그 돌이키기 힘든 결과조차도 사소한 것이 된다. 루시의 태도는, 사랑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노력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8. 삽혈(歃血)
드라마의 마지막, 조시의 사촌(으로 피트에게 소개한)인 조나단(Mak Takano)은 행크를 찾아가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한다. 조나단은 행크의 입술에 피를 묻히며 “동생, 다음번엔 자네 머리를 가져갈 줄 알아”하고 이야기한다. 조나단의 행동은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행크가 한 행동과 같은데, 중국에서 행해진 맹세의 의식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굳은 약속의 표시로 개나 돼지, 말 따위의 피를 서로 나누어 마시거나 입술에 바르는 의식이 있었는데, 이를 삽혈(歃血)이라 한다. 피로 맺은 맹세를 뜻하며, 죽기 전까지 그 의를 깨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삽혈은 우리 역사에서도 볼 수 있는데, 백제가 망한 뒤 신라 문무왕 5년(665)에 문무왕이 중국 당나라의 사신 유인원, 전 백제 임금의 아들 융(隆)과 함께 웅진 취리산에서 한 것을 최초로 본다. 이후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그 기록을 찾을 수 있다.
감옥에서 어설프게 동양 철학에 관한 책을 읽었던 행크는 조시에게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며 피의 동맹을 맺었으나, 본토에서 온 동양인에게 제대로 당했다.
9. 기억할만한 지나침
루시가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는 딕 트레메인으로 추정되지만, 앤디와 딕은 서로 상반된 행동을 취한다. 앤디는 다시 정자 검사를 받지만, 딕은 아이를 지우기 위해 루시를 찾아온다.
bedpan은 환자용 요강을 말하고 shutin은 병으로 몸져누워 몸을 가눌 수 없는 환자를 뜻한다. 무료 급식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 병자들뿐인데 이들과 데이트를 한다는 다나를 야유하는 말이다. 행크는 돌려 묻는 법을 알지 못한다.
데일은 오드리의 몸값을 전달해 달라는 벤자민 혼의 부탁을 받는다. 해리 보안관이 연관되지 않게 하기 위해 데일은 비밀리에 일을 진행한다. 그는 해리 보안관에게 자경단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한 명 소개해달라고 부탁한다. 데일에게 위험을 느낀 해리는, 자경단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며, 약속장소에 나간다. 이 멋진 남자들의 로망!
시즌 2의 중반부에 등장할 토마스 에크하르트(David Warner)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벤자민 혼과 캐서린 카르텔 말고도 제재소에 관한 음모는 더 큰 범죄 조직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0.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4』 스크립트, 2nd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괴물〉 청어람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