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 - A Nightmare on Elm Street
영화
평점 :
현재상영


 

               하나 둘, 프레디가 와요
               셋 넷, 어서 문을 잠가요
               다섯 여섯, 십자가를 꼭 쥐고
               일곱 여덟, 늦게까지 깨어있어요
               아홉 열, 절대로 잠들면 안 돼
 

 

사무엘 바이어(Samuel Bayer)가 감독(했다고 하지만, 제작자 마이클 베이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한 게 분명)한 2010년의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는 이벤트 무비와 리메이크 무비의 사이에 있는 작품입니다. <나이트메어>시리즈를 알고 있는 팬들에게는 향수를, 몰랐던 관객들에게는 고전의 투박함을 현재 기술력의 세련함으로 포장해 새로운 영화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 영화입니다. 팬심을 제거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해도, 제게 <나이트메어>는 60% 정도 아쉬운 영화입니다.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이 창조한 꿈속의 살인마 프레디 크루거는 유머 감각이 있는 아동살해범입니다. 80년대에 탄생한 다른 살인마들과 비교해볼 때 특별한 점은 바로 그가 유머를 이해한다는 것이죠. 그는 살인마이긴 했지만, 아이들의 특성을 정말로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천부적인 살인마였습니다. 특히 '꿈'이라는 그의 무대는 그의 창조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장이었습니다. 그가 만든 세계는 고딕 미술의 세계서부터 팝 아트와 코믹스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이 예술이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원하거나 바라는 것으로 유혹한 뒤,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에 빠졌을 때 나타나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시리즈의 일곱 번째이자 <나이트메어>의 창조자 웨스 크레이븐이 감독한 진정한 속편인) <뉴 나이트메어(Wes Craven's New Nightmare)>에서도 언급하는 것처럼, 프레디 크루거는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와 같은 존재입니다.  

 

원작의 이런 유머는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도착한 프레디 크루거의 모습에서는 이런 면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원작의 프레디가 유머 감각이 있는 아동살해범인 반면, 리메이크의 프레디는 냉혹한 아동학대범입니다. 웨스도 처음에 프레디를 기획했을 때도 이렇게 그리려 했지만,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학대 사건 때문에 방향을 틀었습니다. 리메이크의 프레디는 더 이상 이죽거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이해하지도 않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변태로 나옵니다. 그렇기에 그가 만든 꿈은 정말이지 한심합니다. 어떻게 할 줄 아는 놀이가 술래잡기밖에 없는지... 그는 아이들을 유혹하지 않고 겁만 잔뜩 줍니다. 그는 면도칼 장갑으로 아이들을 베고 찌를 뿐입니다. 창의적이어야 할 장면에서는 답습을 하고, 그대로 가져가도 될 설정들은 비틀어버린 경우라 해야 할까요? 

 

프레디는 시종일관 베고 찌르기만 합니다. 그의 매력은 꿈을 현실화시켜주는 건데 말이죠. 

 

가장 아쉬운 것은 영화의 이야기가 별 개연성 없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원작에서 아이들이 죽는 이유는 그들 부모의 잘못 때문이었습니다. 프레디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감행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그는 아동살해범이었으니, 일거양득이었겠죠. 이 무서운 연좌제의 공포!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약성서의 율법! 공적 복수와 사적 복수의 차이! 그런데 리메이크는 오직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그 수많은 아이들을 살해합니다. 리메이크의 프레디 크루거는 원작의 프레디 크루거와는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씬 시티(Sin City)>의 노란 녀석(that yellow bastard)과 흡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프레디와 노란 녀석이 노리는 여자아이의 이름이 같군요.    

 

"그렇지, 낸시(Nancy)?"

 

하지만, 원작에 관심이 없는 관객들에게는 재미있게 다가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아내는 굉장히 즐기면서 봤거든요. 사운드 디자인은 꽤 뛰어납니다. 꿈속의 프레디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기에 그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는 여기저기에서 출몰하고 꽤 근사하게 들립니다. 

이래저래 원작의 팬인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나름 개연성도 있고 즐길만한 영화였습니다. 어차피 공포 영화는 항상 쓰레기 취급을 받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이 영화가 시간의 흐름을 견뎌 고전의 위치에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돈은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속편을 제작한다니 말이죠. 

 

 

*덧붙임: 

1. 이 글은 장르영화에 관한 글이지 현실에 관한 글이 아닙니다. 

2.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