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 Clash of the Titan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루이스 루터리어 감독의 <타이탄(The Clash of the Titans)>은 레이 해리하우젠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동명의 영화(국내에서는 <타이탄족의 멸망>으로 알려짐)를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페르세우스 이야기'가 원전 아니나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도 원작과 같이 신화와는 거의 상관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원작이 제우스와 테티스간의 갈등으로 극이 빚어졌다면, 이번에 리메이크한 <타이탄>에서는 제우스(리암 니슨)와 하데스(랄프 파인즈)간의 갈등이 주 원인이 됩니다. 전 이 설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우스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자식들 중 막내입니다. 그의 아버지인 우라노스와 어머니 게(가이아)가 자손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예언을 하자, 그 말이 무서워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는 족족 삼켜버리지요. 이에 격분한 아내(이자 누이인) 레아는 막내 제우스를 크레테 섬에서 몰래 낳습니다. 장성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술수를 써 그동안 삼킨 다섯 형제들을 토하게 합니다. 태어난 순서는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플루톤(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 순인데, 제우스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다섯은 갓난아기인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자란 순서대로 본다면 서열이 거꾸로 된 셈이지요. 이 간단한 설정으로 잘난 동생/못난 형 컴플렉스를 끌어들일 수 있는 셈입니다. 동생 제우스와 형 하데스(그런데 영화에서는 반대로 자막을 썼어요), 천상의 신과 저승의 신. 이 갈등은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이 이야기에선 포세이돈이 끼어들 여지가 없지요. 둘만의 갈등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거리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기실 페르세우스 이야기에 하데스를 끌어들인 것은, 좀 더 명확한 적을 만들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원작에서의 테티스는 '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밋밋했으니까요. 그리고 원작은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멜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리메이크는 거대 자본이 들어간 액션 어드벤처 장르입니다. 이야기의 성격이 바뀌어 질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스 신화의 한 장을 차지한 페르세우스 이야기는 <반지의 제왕>이 됩니다. 이 이야기는 <페르세우스 원정대>라고 불리워도 될 정도로 <반지의 제왕>이 떠오릅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절대반지를) 파괴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메두사의 머리를) 얻으러 가는 것일 뿐이지요. 골룸 대신에 캘러보스(원작에서는 제우스의 벌을 받은 테티스의 아들이었으나, 리메이크에서는 다나에와 페르세우스를 바다에 버린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가 원정대의 뒤를 쫓아오는 것까지 똑같습니다. 캘러보스는 굳이 나올 이유가 없는 캐릭터였는데, 두가지 정도의 기능을 위해 억지로 등장한 것 같아 좀 그렇습니다. 대신 메두사의 과거 이야기라던가, 원정대 개개인의 간략한 소사를 다룬 것은 이야기를 좀 더 튼튼하게 만든 것 같아 좋았습니다. 

원정대는 페르세우스에게 칼 쓰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페르세우스가 가진 신의 선물(재능)을 탐내기도 하며

원정대가 움직이는 모습을 광활한 자연과 원경으로 보여주기도 하며

골룸 역할의 캘러보스가 원정대의 뒤를 바짝 따라갑니다. 

 

   크리처는 원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거대해졌습니다. 디지털의 힘 덕분이지만,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투박한 아름다움'은 더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점점 진짜같아질수록 가짜같다고 할까요? 하지만, 사막에서의 전갈과의 싸움과 마지막 크라켄을 사이에 둔 하데스와 페르세우스의 추격전은 정말로 보는이를 정신없게 만듭니다. 

   이 영화에서 인간의 왕들은 올림포스의 신들과 전면전을 치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사실 신의 자리에 "그들-왕"을 올리는 것 뿐입니다. 페르세우스는 이런 과도기에 아주 독특한 위치에 처한 영웅입니다. 그는 반신이지만 반인이며, 신의 대접을 받는 인간 영웅이지만, 신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으면, 영웅이 될 수 없었겠죠.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니고, 신이면서 신이 아닌 독특한 위치의 영웅을 그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100여분에 풀어내기란 쉽지 않겠죠. 영화는 제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 덧붙임: 

1. 원작의 안드로메다 대신 페르세우스를 도우는 이오는 아르고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페르세우스가 아르고스 출신이라 그녀를 집어넣은 것 같은데 매우 기발합니다. 

2. 리암 니슨과 랄프 파인즈는 어찌나 닮았는지 진짜 형제처럼 보입니다. 

3. 제우스의 마지막 선물은 그의 바람둥이 기질을 충분히 보여주는 선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페르세우스의 표정은 "아빠 고마워요"하는 표정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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