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남한산성』에 이어 김훈 작가의 『현의 노래』가 다른 매체로 옮겨진다고 한다. 『칼의 노래』가 TV 드라마, 만화, 칸타타로 옮겨졌고, 『남한산성』이 뮤지컬로 옮겨진 반면, 『현의 노래』는 영화, 그것도 3-D 영화로 제작한다고 한다. (기사읽기 클릭

   "<아바타> 기원 후"인 지금은 확실히 3-D가 대세인 듯 하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한국에서 제작하는 3-D영화만 하더라도 벌써 대여섯편은 되는 것 같으니까. <아바타>가 입증했듯이, 3-D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형식이 되었으니, 3-D로 만들어지는 영화는 다른 것은 몰라도 "확실한 볼거리"만큼은 장담할 것이다. 그런데... 『현의 노래』에 볼거리가 있었나?

   어쩌면 영화는 신라와 가야의 전쟁을 중심으로 그릴지 모르겠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끔찍한 전쟁을 중심으로하고 신라 장군 이사부(안성기 씨가 이 역을 맡았다)와 가야의 대장장이 야로의 서로 속고 속이는 배신행위를 곁들여 영화를 운용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이 전쟁을 3-D로 견딜 수 있을까? 머리가 날아가고 팔이 떨어지며 피가 솟구치는 장면을 과연 3-D로 감상해서 어떤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 이건 공포 아닌가? 

   공포를 느낄만한 소재는 '순장'이다. 소설에선 순장 장면이 세 번 나온다. 목숨이 붙은 채 돌무덤 속에서 생매장 당하는 아라의 그 공포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화면은 암전이고, 순장을 집행한 관리들은 돌아가고, 고요한 적막속에 흐느끼는 울음소리와 돌을 손톱으로 긁어대는 소리, 절규하는 소리 등...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 영화는 거대자본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다. 하지만, 김훈 작가의 소설은 인간의 무기력함을 다뤘다. 카타르시스는 찾아볼 수 없는 허무주의로 가득한 세계를 도대체 영화는 어떻게 다루려는 것일까?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영화가 나올지 정말 궁금하다. 

 

니문(왕석현)과 우륵(이성재)

   소설에서 우륵은 노년으로 나온다. 그런데 영화에서 우륵은 이성재 씨가 맡았다. 이성재 씨의 나이대면 우륵이 아닌 제자 니문이 맞을 것 같은데 니문은 <과속 스캔들>의 아역배우 왕석현 군이 맡았다. 어쩌면 영화 <현의 노래>는 소설『현의 노래』에서 제목만 빌려오고, 소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전개할지도 모른다. 마치 호메로스의 『일리야드』를 볼프강 페터슨 감독이 <트로이>로 바꾼 것처럼. 

   감독은 <동승>을 연출한 주경중 감독이 맡았고, 음악은 <서편제>, <태백산맥>, <축제>에서 인상적인 스코어를 만든 김수철 씨가 맡았으며, 해외 배급과 마케팅은 이세키 사토루가 맡았다. 참여한 사람들로 보건대 엄청난 자본이 들어갈 대작이 될 듯 하다. 

   가야는 멸망했지만, 우륵은 신라로 투항하고 진흥왕 앞에서 망한 나라의 금을 뜯는 치욕을 감내한다. 하지만 그 치욕으로 우륵은 멸망한 나라의 이름이 붙은 악기를 후세까지 전할 수 있었다. 약육강식의 철기 시대에 치욕을 감내하여 살아남은 예술가의 혼. 영화 <현의 노래>에서 이런 것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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