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지음 / 바움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내 머리 속에
               퐁당거리며 돌 던진다.
               갑작스레 발목 적시는 내 마음의 오아시스
               누구나 마음속에 여자 하나 지니고 산다.


               오랜지 같은 여자.
               사탕 같은 여자.
               더러는 사막의 별같은 여자.
               가던 걸음 멈춰 돌아다보면
               하얗게 피는
               그리움 같은 여자. 

-「한 여자가 있었네」중에서 -              

 

   10년, 아니, 정확히 12년 전이다. 그녀에게서 생일 선물을 받은 것은. 그 때 나는 군대에 있었고, 여름의 기운이 아직 머물러 있는 이른 가을이었다. 소포 안에는 작은 시집이 한 권 들어있었고, 책을 펼치니 그녀의 글씨가 적혀있었다: 생일을 축하한다, 친구가. 무정한 것 같으니라고. 이름이라도 적어줄 것이지. '친구'는 뭔 놈의 친구.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그 후로 난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결혼도 했다. 설이라 집에 와서 책꽂이를 살펴보던 중 이 책이 있어 꺼내 들었다. 그래도 제대할 때 이 책을 챙기고 왔었나보다. 

   책을 펼쳐보니 그때의 외로움이 떠오른다. 김재진 시인도 적잖이 외로움을 많이 탔나 보다.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강한 부정! 사랑과 희망을 등가로 놓고, 사랑 없는 세상은 희망 없는 세상이라 목놓아 탄식하는 그의 시는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세월이 흘러 이 시집은 세 번째 판형으로 나왔고, 가격도 2, 500원 올랐으며, 시의 수록 순서도 좀 바뀌었다. 그런데 이 시집을 선물해준 그녀는 날 왜 그렇게 싫어했을까?  

   아직도 궁금해. 지금도, 비오는 날이면 빈 강의실에서 격정적인 섹스를 상상한다는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지. 그 때 그런 당당한 모습이 아직 조금은 남아있는지. 새해 복 많이 받어. 모두에게 복된 새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