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 사이트 회원정보 정리를 하다가 예전에 쓴 글 목록을 발견했다. 6년 전에 쓴 글들. 많지는 않았지만, 참 싸가지 없게도 썼었다. 대화를 하기 보다는 논쟁을, 의견을 경청하기 보다는 날선 각을 세운 글들. 도대체 왜 그런 태도를 지녔던 것일까.
내가 보낸 20대는 그런 것이었을까. 차분하게 기다리기 보다는, 조급함을 견디지 못해 먼저 달려드는, 치기어림.
싹 지워버릴까 생각했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지워버린다고 해서 그 시절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흔적이 모여 지금 나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더 큰 이유. 언젠가, 10년 정도 지나서, 지금 쓴 이 글을 보고 지워버릴까 싶어서.
결국 세월이 흐르는 것은, 치기어린 시절을 반성해가는 무력함을 확인하는 것일 뿐인가. 지금껏 보내온 시간들의 총합인 과거는 무효가 되고, 지금 살고있는 현재와 가늠할 수 없는 미래만이 내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 계속 살아간다는 것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