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러버(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비드 매켄지 감독, 애쉬튼 커처 외 출연 / UEK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태고적부터 지속된 이 닳고 닳은 그래서 이제는 이 질문조차 클리쉐로 느껴지는 '사랑'에 관한 질문은, 그러나 그 누구도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언제나 진부하지만 늘 새롭게 다가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발생하는 이 설명 못하는 감정/현상은 문학은 물론이요, 철학, 수학, 과학 등 각 학문에서 어떻게든 증명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저 '사랑'이란 감정/현상을 잘게 세분했을 뿐, 설명하지는 못했지요. '사랑'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존재하지만, 오직 그 당사자들끼리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끼니'와 닮았습니다. 끼니 역시 매 시간마다 돌아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지만, 그 돌아오는 끼니는 각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요. 그런점에서 사랑은 '이성'의 영역이 아닌, '본성'의 영역입니다.    

   데이빗 맥켄지 감독의 <S러버(SPREAD)>를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깊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가 간헐적으로(그러나 꾸준히) 만들어낸 '19금' 로맨틱 코미디의 한 흐름이기 때문이죠. 원제인 'SPREAD'와 극장 개봉명인 'S러버'가 무슨 뜻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다른 국가의 개봉명을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이해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에서는 <L.A. Gigolo>,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Toy Boy>, 스페인에서는 <American Playboy>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아하! 이제야 감이 옵니다.    

 

 

   영화는 니키(Nikki, 애슈틴 쿠처)가 거대한 저택 위에서 LA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니키의 내래이션을 들으면, 니키는 이곳 헐리우드에서 성공할 꿈을 가지고 어디 먼 곳에서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집도 없고, 직업도 없지만,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먹고 삽니다. 그 재능이란 돈 많은 여자에게 접근해 관계를 가진 후, 그녀의 집에 빌붙어 사는 것이죠. (미루어 짐작컨데) 첫 장면에서 니키는 물주와의 관계가 끝나서 이 대저택을 떠나고, 다른 '의식주'를 찾으러 길을 떠납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영화는 크게 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전반부는 니키가 새로운 물주인 사만다(Smantha, 앤 헤이시)를 꼬시고, 같이 생활하는 장면이, 후반부는 니키가 사랑에 빠지는 헤더(Heather, 마가리타 레비에바)와의 생활이 그려져 있습니다. 영화의 소재나 표현이 워낙에 적나라해서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정말 거칠게 비유하자면 전반부는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이고 후반부는 오기환 감독의 <작업의 정석>이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이들 두 영화가 떠오르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심정적으로 떠오른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이었지만요. 워낙에 스포일러 투성이라 깊게 이야기하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저 언급한 영화들만으로 대충 어떤 영화인지 감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니키는 이곳 LA에서 인생을 역전시키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그에게는 그런 욕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는 그저 (외롭고 나이들었지만 부자인) 물주를 잡고, 그녀가 그를 '신뢰'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니키가 사만다의 신용을 쌓고 포인트를 늘려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렇게 여자의 마음을 뺏고 니키가 하는 일은 그녀의 재산을 훔치거나 그녀를 죽여 유산을 상속받는 따위가 아니라, 그냥 그녀가 집을 비운 사이에 그녀의 펜트 하우스에서 파티를 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여자들과 잠자리를 갖는 것. 그에게 섹스는 사랑이 아니라 생존이자 유희입니다.     

 

 

 

 

   하지만 니키의 물주인 사만다는 멍청이가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이 농락당하고 이용당하는 것을 압니다. 변호사인 그녀는 니키 앞에서, 자신이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니키를 사랑한다는 '진술'을 합니다. 그녀는 그를 쫓아내지 않습니다. 그녀는 니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녀에겐 성적으로 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니키가 우연히 만난 헤더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위험해지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니키와 헤더의 동거를 보여줍니다. 사만다의 집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공간이지만, 그들은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니키와 헤더 둘 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서로 뜨겁게 사랑을 합니다. 그 사랑은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자신의 특별한 재능만으로 여자들에게 기생해 살았던 니키가 처음으로 직업을 구하려고 했으니까요. 그저 유희였던 섹스가 감정이 실린 사랑으로 변하고 그 사랑이 '책임감'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니키의 관점에서, 이 영화는 '혹독한' 성장담입니다.      

 

 

 

   영화의 원제목인 <SPREAD>는 상당히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중의적인 표현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공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기만하고 편의와 안락함에 빠질 수 있는 공간, 불편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데 부대끼며 알콩달콩 살 수 있는 공간.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에 있어서 옳고 그름의 잣대를 댈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 감내하는 것이니까요.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개구리 왕자』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개구리가 마법에 걸린 왕자인줄 알기 위해선 수 많은 개구리에게 키스를 해봐야 그가 왕자인지 개구리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LA에는 모든 사람들이 귀족들이죠. 왕자에 버금가는 귀족들이 즐비한데, 그 누가 '개구리 따위'에게 키스를 할까요? 개구리는 그저 개구리로 살아갈 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마치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개구리의 모습으로 마무리 되는 것은 인상적입니다. 니키 역시 기다릴 것입니다. 언젠가 그를 위해 키스를 해줄 그녀를.  

 

 
DVD

   메뉴화면은 깔끔한 편입니다. PLAY, CHAPTER, SET UP, SPECIAL FEATURES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사운드는 특별할 것 없는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 초반부 나이트 클럽에서 음악과 대사의 분리도는 뛰어납니다. <할람 포(Hallam Foe)>의 감독답게 사운드트랙 넘버 또한 훌륭한 편입니다. 화질 또한 준수한 편입니다.    

 


  

  

   

  

 

 

   자막은 한글/영어 자막을 지원합니다. 한글 번역은 원작의 의미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얌전하게 번역된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케빈 스미스 감독의 <몰래츠(Mallrats)>같이 막말하는 영화를 얌전하게 번역한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Special Features는 단촐한 편이고 <Living the Dream - The making of spread>, <Behind the Scenes with Ashton>, <The World According to Nikki>, 예고편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Living the Dream - The making of spread>에서는 영화 제작과 관련한 다양한 영상과 배우, 스태프의 인터뷰로 꾸려져 있고 시간은 16:10입니다. <Behind the Scenes with Ashton>은 제작자이자 주인공인 배우 애슈틴 쿠쳐가 이야기하는 영화 내용과 그와 일하는 게 얼마나 멋졌는지 회고하는 배우/스태프들의 인터뷰로 묶여있으며, 시간은 5:44입니다. <World According to Nikki>, 애슈틴이 소개하는 영화 캐릭터 소개로 시간은 3:53입니다.  

 

   예고편을 포함한 4편 모두 1.85:1 애너몰픽을 지원합니다만, 아쉽게도 한글 자막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자 프로듀서인 애슈틴 쿠처, 앤 헤이시, 마가리타 레비에바의 오디오 코멘터리 역시 마찬가지로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바벨탑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 덧붙임 

1. DVDprime DVD 포럼에 쓴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고맙습니다. 

2.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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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7 1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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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7 17: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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