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우리 젊은날 - Our Joyful Young Day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상대 대학생인 영민(안성기)은  연극배우 지망생인 혜린(황신혜)을 짝사랑한다. 그는 그녀를 쫓아다니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미국에서 곧 산부인과를 개업할 의사에게 시집을 간다. 그 후 3년 후, 아직도 혜린을 잊지 못하고 하루 하루를 외롭게 보내는 영민은 우연히 지하철안에서 혜린을 만난다. 그녀는 이혼을 하고 배우를 포기하고 출판사에서 번역일을 하고 있다. 적극적인 영민의 구애끝에 둘은 결혼을 한다. 혜린은 임신을 하고, 아버지가 될 기쁨에 영민은 들떠있다. 이런 행복한 생활속에서 영민은 혜린이 임신 중독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민은 아이를 포기하자고 하지만, 혜린은 불확실한 과학보다는 기적을 믿는다며 아이를 낳겠다고 한다. 그리고...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결국엔 비극으로 끝날 것이란 사실을 눈치챌 것이다. <기쁜 우리 젊은날>이란 제목은 토셀리의 「세레나데」에서 인용한 제목이고, 그 내용은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한의 감정을 토로하는 것이다. 이 제목만으로도 두 남녀 주인공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이 된다. 위에 적은 내용만으로도 이 영화, 눈물 콧물 질질 흘리게 만들 신파인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 영화, 예상외로 담백하다.   

 

 

   이 영화가 신파가 아니라 담백한 것은 '사랑의 이별'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사랑의 순환'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영민과 혜린말고 다른 중요한 인물이 비중있게 등장한다. 바로 영민의 아버지(최불암)이다. 영민은 아버지와 함께 산다. 어머니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아마도 일찍 돌아가신 것 같다. 영화는 영민이 혜린에게 차이고 돌아와서 술을 못이겨 화장실에서 토사물을 쏟아낼 때, 말 없이 아들의 등을 두드려 주는 모습, 혜린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소식에 병원에 입원한 아들을 간호하는 모습, 혜린을 잊지 못해 놀이터에서 우는 아들을 감싸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공들여 찍혀 있다. 어찌보면 영민이 혜린과 덕수궁 벤치에서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나, 비오는 날 영민이 회사 앞에서 비를 맞고 혜린을 기다리는 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찍혔다. 그 이유는 아내의 빈 자리를 아들인 영민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마법과도 같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 혜린과 데이트를 했던 바로 그 덕수궁 벤치에서 영민은 딸 혜주에게 그때와 똑같이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건네준다. 그러자 혜주는 엄마와 똑같이 말한다. "싫어, 나 그런 거 안먹어." 혜린은 죽었지만, 혜주가 그녀의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딸을 바라보면서 지금은 없는 사랑을 떠올리고 그 무한한 사랑이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전이되는 과정. 혜주는 정확히 혜린의 자리에 앉아 혜린의 대사를 한다. 그리고 이 장면 때문에 앞에서 영민과 아버지의 장면이 생명을 얻는다. 영민의 아버지 또한 그런 영민을 바라보며 영민의 어머니를 추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 친구들에 따르면 영민 어머니의 이름은 '영숙'이다. '영'숙과 '영'민, '혜'린과 '혜'주. 순환되는 유교문화권의 사랑. 반복되는 사랑의 영겁회귀. 그래서 영민과 아버지는 외롭지 않다. 사랑해서 기뻤던 그들의 젊은날을 노래할 수 있다. 

 

          사랑의 노래 들려온다 
          옛날을 말하는가 
          기쁜 우리 젊은날  

          사랑의 노래 들려온다 
          옛날을 말하는가 
          기쁜 우리 젊은날  

          금 빛같은 달빛이 동산 위에 비취고 
          정답게 속삭이던 그때 그때가 
          재미로워라 꿈결과 같이 지나가건만 
          내 마음에 사모친 그님 그리워라  

          사랑의 노랫소리에 
          기쁜 우리 젊은날  

 - 토셀리, 「세레나데」 -   

  

 

*덧붙임 

1. 영민이 혜린에게 자기가 썼다는 희곡을 보여줍니다. 작품의 제목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입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후에 이명세 감독이 연출합니다.  

2. 배창호 감독과 이명세 감독(당시엔 조감독)이 카메오로 나옵니다. 이 때의 열연(?)으로 배창호 감독은 이명세 감독의 데뷔작 『개그맨』에서 배우(!)로 데뷔합니다. 

 

3. 캡쳐한 이미지는 태흥영화사/아인스엠앤엠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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