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밴드 - The Happiest [EP]
김창완밴드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산울림이 결성한지 31년이 되던 2008년, 1월 29일 형제의 막내이자 밴드에선 드러머인 김창익이 죽었다. 캐나다에서 포크리프트를 몰던 중 사고로 자신이 몰던 포크리프트에 압사했다. 10년만에 준비하는 산울림의 정규앨범 14집을 기다리고 있던 산울림 팬들에게도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겠지만, 밴드의 일원이자 형제를 잃은 김창완과 김창훈에게도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결국 비틀즈와 같은 이유로 산울림은 해체되었고, 남은 두 형제는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둘째이자 보컬과 베이스를 맡았던 김창훈은 솔로 활동을 계획하고, 맏형이자 보컬과 기타를 맡았던 김창완은 산울림과는 다른 밴드를 결성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김창완밴드다. 

   이 앨범은 김창완밴드의 정규앨범이 아닌, EP앨범이다. EP는 보통 신인(개인이나 그룹 모두)이 정규 앨범을 내기 전, 자신을 소개하기 위한 홍보앨범의 경우로 쓰인다. 하지만 김창완밴드의 데뷔 EP는 김창완밴드의 소개 목적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서 동생을 잃어버린 슬픔을 완전히 털어버리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  

 

   첫 번째 곡 「Girl Walking」은 연주곡이다. 드럼과 베이스, 키보드 등 각 파트는 각기 따로 노는 듯해 연주가 아닌 소음을 듣는 것 같다. 거기에 디스토션이 잔뜩 걸린 기타가 들어온다. 마치 도도한 여성이 자신의 젊음을 내뿜듯이 행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모습을 김창완은 부러움과 시샘을 잔뜩 머금은채로 연주를 한다. 젊음은 무질서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 곡은 도도함과 혼란스러움이 혼재되어 있는 세련된 연주곡이다. 

   두 번째 곡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는 예의 김창완의 노래답게 비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나이를 인지하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산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열두 살은 열두 살로 살고'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이 가사에서 '-로'를 쓴 것은 딱 한구절이다. '어린애는 어린애로 살고 / 어른들은 어른들로 살지' 그의 노래에서 항상 나오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인 어린이와 환멸의 대상인 어른. 전자는 주체적일 필요가 없고 후자는 주체적이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그의 위치를 '어른'으로 옮긴다. 많은 것을 경험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쉽게 포기해버린 '잃어버린 꿈'에 대해 그는 쓸쓸히 노래한다. 

   세 번째 곡 「제발 제발(멀쩡한 사람들이 남모르게 부르는 이상한 노래)」에서는 혼자 남겨진 외로움을 절규하고, 네 번째 곡 「모자와 스파게티」에서는 헤어진 자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는 절규를 보여준다. 「제발 제발」이 시종일관 내지른다면 「모자와 스파게티」에서는 어느정도 체념의 느낌이 강하게 베어 있다. 

   그리고 다섯 번째 곡 「FORKLIFT」에서 그는 드디어 죽은 동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앞의 곡들이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모든 감정을 발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하게 읖조린다.  

 

               Snow hides wihout a trace
               taking my brother my little brother away
               Even after a while I keep chasing
               and kicking any forklift that I see 

-「FORKLIFT」중에서-                

 

   이 노래는 (내가 알고 있기론) 김창완이 처음으로 영어로 만들고 부른 노래다. 그는 혈연의 죽음을 차마 모(母)국어로 부를 수 없었던 것일까? 가슴이 아픈 가사지만, 그의 노래는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관조적으로 들린다. 어쩌면 이런 게 작별일런지도...  

 

               I hate the forklift
               I don't like the machine
               I hate the forklift
               I don't like you forklift 

-「FORKLIFT」중에서-                 

 

   그리고 마지막 곡 『우두두다다』에서 그는 다시 원래의 김창완으로 돌아온다. 시샘하고 질투하고 분노하고 체념하고 동생을 떠나보낸 후,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름다운 법이니까. 우두두두다다두다다 떨리는 심장소리만큼.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동생과 작별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앞으로도 김창완은 계속 세상의 긍정을 노래할 것이다. 때론 쓸쓸하고 때론 가슴아프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부르는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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