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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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체면과 제도는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게 하는 고유한 '발명품'이다. 자칫 본능으로만 흘러갈 수 있는 인간이 자제력을 발휘해 불필요한 싸움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인간 이성의 힘 또한 크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와 체면 때문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젊은' 베르테르는 롯테에게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롯테에겐 알베르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테르는 롯테에게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베르테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살한다. 

   롯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주체못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엔 솔직함이 드러나 있다. 일반 보통사람들이라면, 그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던가, 아니면 몰래 불륜을 저지르던가 할 테지만, 베르테르는 당당하게 자신의 사랑을 밝혔다. 인간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제도와 체면을 베르테르는 부정하고 속에 감춰진 감정을 드러냈다. 

   어떻게 보면 철딱서니 없는 젊음의 혈기일 수 있으나, 그가 롯테에게 향한 감정은 진실된 감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가식적으로 숨기보다는, 남몰래 만나 은밀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체면을 위선으로 전락시키기 보다는 그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히 반응했다. 

   인간이 인간답다는 명제는 어떻게 해야 성립되는 것일까? 감정을 이성으로 통제하는 것이 인간다움까, 아니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인간다움일까? 감정을 앞세운 베르테르는 결국 죽는다. 그는 죽을 수 밖에 없다. 베르테르와 롯테 그리고 알베르트를 둘러싸고 있는 질서를 파괴시키기엔 베르테르는 너무 무력하다.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에게 빌린 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한다. 마치 롯테때문이 아니라 알베르트 때문이라고 시위하는 것처럼. 그는 바로 죽지 못하고 긴 시간동안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지만, 그 생생한 생명력이 넘치는 분위기와 문장들은 시간을 견디어내 아직까지 읽히고 있다. 내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감정. 그 감정의 발산은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난 얼마나 그 감정을 감추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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