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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 Michael Jackson’s This is i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처음엔 신파일 것이라 생각했다. 생전의 마이클을 추억하고 울먹이는 지인들의 모습이 나오고 그의 장례식 장면이 나오며 플래시백 형식으로 리허설 장면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사후에 급조되어 만들어진 영상물이니 그럴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극장에 갔다.
그러나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영화는 『THIS IS IT』콘서트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우상이었던 마이클 잭슨과 함께 공연에 참가한다는 사실에 다들 눈물을 글썽이고 벅찬 마음을 가누지 못해 어쩔줄 모르는 모습을 영화는 천천히 보여준다. 그리고 시작되는 마이클 잭슨의 리허설.
지금껏 우리가 접한 마이클 잭슨의 공연 모습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주의자'의 모습이었다. 마이클 잭슨과 댄서들과 밴드들과 스태프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무대.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 완벽한 공연을 위해 그들이 얼마나 수많은 수행착오를 겪는지를 보여준다. 중간 중간 밴드, 댄서 혹은 그 외의 상황들로 엇박자가 날때마다 마이클 잭슨은 말한다. "괜찮아. 이래서 리허설이 필요한 거야." 처음으로 공개되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이제는 더이상 그가 없다는 사실에 괜시리 더 슬퍼진다.
모든 곡이 인상적이었지만, 4~50년대 느와르 필름을 인용한 「Smooth Criminal」과 3-D를 활용한 「Thriller」는 리허설 장면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그 엄청난 물량공세와 자로 잰듯한 군무. 이미 가수로서 이룰 것을 다 이룬 사람이 궁극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노력하는 모습은 그저 '감동'이라는 말밖에 생각이 안든다.
개인적으로 울컥했던 장면은 그가 「I'll be there」를 부를 때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 <잭슨 5>시절의 노래를 부른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6세의 미성과 50세의 목소리가 오버랩됨을 느끼면서, '아, 이젠 더 이상 저 목소리를 들을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거렸다.
지금에서야 이런 가정은 부질없겠지만, 만약 이 공연이 성사되었다면, 정말 엄청난 공연이 되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THIS IS IT!(바로 이거야!)" 그러나 그의 죽음으로 "THIS IS IT(이게 끝이야)"이 된 기막힌 아이러니.
10월 마지막날 씨너스 이수 1관 17시 50분에 약 10명정도의 사람들과 관람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른 재미있는 영화들을 포기하고 기어이 이 리허설 공연을 선택한 사람들을 보며 괜한 연대감이 들기도 했고. 다들 크레딧이 완전히 올라갈 때까지 끝까지 남아있었다. 극장에 불이 켜지고 나자 누군가 나직하게 내뱉는 한마디. "아쉽다." 이처럼 그 상황을 잘 묘사하는 적합한 단어가 더 있을까?
나도 그에게 인사를 해야겠다. 영화 속 마이클이 했던 것처럼. "God bless you, Michael."
<SET LIST>
1. Wanna Be Startin' Somethin'
2. Speechless
3. Jam
4. They Don't Care About Us (with snippet of "HIStory")
5. Bad (with snippet of "Mind Is The Magic")
6. Human Nature
7. Smooth Criminal
8. The Way You Make Me Feel
9. I Want You Back
10. The Love You Save
11. I'll Be There
12. Shake Your Body (Down to the Ground)
13. I Just Can't Stop Loving You
14. Thriller (with snippet of "Threatened")
15. Beat It
16. Black or White
17. Earth Song
18. Billie Jean
19. Man in the Mirror
20. This Is It
21. Heal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