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 (2disc)
리들리 스코트 감독, 러셀 크로우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글래디에이터>를 처음 봤을 때의 황당함을 아직 잊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는 막시무스가 자신의 정체를 젊은 황제에게 드러냈을 때 끝났어야 했다. 그게 이 영화에 더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영화는 이야기를 질질 끌면서 기어이 황제 코모두스와 막시무스를 콜로세움에서 싸우게 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끌었어야 했을까"하고 생각을 하다가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하게 되었다. 그때 리들리 스콧이 왜 이 이야기를 질질 끌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드러난 주인공은 막시무스이지만, 이 영화의 심정적 주인공은 코모두스 이다. 첫 등장에서 알 수 있듯이 코모두스는 인간적으로 끌리는 면이 하나도 없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즐기고 누릴 뿐이다. 하지만 나는 두번째 이 영화를 보면서 코모두스에게 심정적으로 끌리게 되었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죽인다.' (이장면에서는 <블레이드 러너>의 '로이 베티'가 생각났다. 자신의 부모에게 인정을 받아보지 못한 아들들은 그 느낌이 어떨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세상이 황량해지는 경험을 지금껏 난 잊어본적이 없다.) 그는 하나 남은 자신의 혈육에게도 배신을 당한다. 결국 코모두스에게 남은 것은 외로움과 분노뿐이고 그 삐둘어진 분노가 막시무스를 향하게 되었다.  

   막시무스는 너무도 이상적인 주인공이다. 단지 자신의 가족에 대한 복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랑과 정치적 셈까지 고려하는 징글징글한 인물이다. 어쩌면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그 바탕은 더할나위없이 이상적인 인물보다는, 모든 것을 가졌으나 실은 아무것도 누릴 수 없는 콤플렉스 덩어리의 불안전한 인물에게 빠져드는 것은 이 영화를 보는 나 자신이 그만큼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인가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