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 고전의 재창조
김기영 감독, 김진규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엔 평범하다. 60년대라면 부르주아였을법한 단란한 가족, 이층집과 피아노. Home, sweet home으로 시작한 영화는 외부인인 하녀가 들어오면서 차츰, 부부가 힘들게 이루어낸 계급 상승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형식면에서 볼 땐 60년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가 떠오를 만큼 시대를 벗어난 모던함이 느껴지지만, 내용면에서도 60년대를 떠나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현실적이다. (지금 들어선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 가정부들과 남편들과의 관계가 하도 성행해서, 부인들이 영화를보면서 "저년 죽여라!"라고 외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만큼 이 영화가 현실에 기반을 둔 영화라는 사실이 더 기막히다) 

특히 계급(!!)이 낮은 외부인이 스멀스멀 집안의 권력을 획득해나가는 장면은 마치 미카엘 하네케의 <퍼니 게임>이나 히노 히데시의 <쥐> 처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깊숙히 개입되어 도저히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없는 느낌이 든다. 

자칫 전설로만 남을뻔 했던 영화가 복원을 통해 깨끗한 화질과 음질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이제 전설을 확인할 일만 남았다. 왜 이 영화가 50여년의 세월을 견디고 지금껏 버티어 왔는지. 

덧붙임: 

1. 안성기씨의 어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 개인적으로 이은심 씨가 2층에서 피아노를 두드리다가 김진규 씨에게 "여보"라고 불렀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김진규 씨의 반응 또한 걸작입니다.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3. 임상수 감독, 김수현 극본, 전도연 주연으로 하녀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가기 클릭) 참가하는 사람들의 면면으로도 기대치가 엄청 올라가게 만드는군요. 애초에 참여했었던 김진아 감독은 어떻게 된건지 궁금합니다. 

4. <하녀> 리메이크에서 김수현 작가가 자진 하차했답니다. (해당 기사)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군요. 

5. 이정재, 서우 캐스팅에 윤여정 氏가 확정되었습니다. (해당 기사) 도대체 어떻게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이젠 결과물만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하녀 리메이크>에 관한 일련의 사태를 페이퍼로 한 번 정리해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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