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전 :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4
장재화 지음, 김형연 그림 / 나라말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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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 딱딱하고 재미없는 제목을 이렇게 부드럽고 은근하며, 인물의 성격을 뚜렷하게 전달하는 제목을 만든 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라말 고전 작품들이 마음에 드는 이유 하나는 바로 이 감각적인 제목이다. 역시 마음에 드는 제목이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이유는 단연 그림이다. 요사이 부쩍 그림이 참 좋다. 언어도 아닌 것이 선과 색을 이용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사실 허물을 벗기 전 박씨의 얼굴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어떤 모습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안타깝게도 없어서~ 역시 외모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외모가 아닌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해야한다지만 그렇게하지 못했던 이시백! 그를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지 고민스럽다. 내가 이시백이었다한들 별 다르지 못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여기서 갈등과 고민이 생긴다. 과연 박씨의 그런 괴물같은 모습에도 우리는 그녀의 성정을 들여다보며 그녀를 사랑해야한다고 이득춘처럼 얘기해야 할 것인가?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외모는 어느 정도 성형을 통해 바꾸어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얘기해야 할 것인가? 무엇이 현실적인가? 고민스럽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사실 처사나 박씨의 신선 같은 능력보다 임금의 '혜안'이었다. 이득춘이 박씨가 지어준 조복을 입고 임금을 만났을 때, 임금의 그의 조복에 놓인 수를 보고 그 안에 숨겨진 박씨의 마음을 단박에 읽어내던 임금! 이 얼마나 뛰어난 감식력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눈 앞에 닥친 나라의 위기를 보지 못 했을까?

 참, 원래 이야기 끝이 이랬던가? 내가 기억하고 있던 박씨전과 달라서 말이다. 역시 이본이 많겠지만 이 책의 박씨는 좀 더 현실적인 인물인 듯하다. (예전에 읽은 이야기는 직접 나가 싸우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전투는 임경업에게 모두 맡기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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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4
아지즈 네신 지음, 이종균 그림, 이난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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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모습도 들여다 봐야 하고 '우리' 모습 하니 결코도 들여다 봐야 하고, '사회'의 모습도 들여다 봐야 만만한 책이 아니다. '풍자' 당한(?) 모든 것들이 무엇인지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글은, <내가 제일 운이 나빠!>와 <모래성과 아이들>, <멋짓 것과 옳은 것>,<미친 사람들, 탈출하다>였다. <내가 제일 운이 나빠!>의 경우, 자기 이외의 다른 그 무엇이 되어보길 원하는 사람의 속성(?)을 다분히 많이 가진 내 모습을 꼬집어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모래성과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나 역시 아이들의 파도에 허물어질 모래성 쌓기 놀이를  신경쇠약에 걸린 아저씨처럼 단숨에 쓸데없는 짓이라 치부해 버리는 사람이 아닐까 고민하면서 읽었더니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여기서 잠깐, 실제 모래성 쌓고 파도 오면 도망치기 놀이에는 나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여기서 '모래성 쌓기'는 바다 앞에서 모래성을 쌓는 놀이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두는 바이다.) <멋진 것과 옳은 것>, 이 글은 그냥 .....멋지다. 옳은 것을 멋진 감정으로 설명하는 것이  시라고 들려주는 것. 이 얼마나 멋진가? <미친 사람들, 탈출하다>의 경우, 정말 미친 사람은 누구인가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영리한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식자우환이라더니.......허생과도 통한다. ㅋㅋ 나도 배움을 멈춰야 할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들

"저도 알아요, 차라리 밤이 와서 사방이 어두워지면 다른 희망이 남지 않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바깥이 환하잖아요."(10쪽)

"이 세상의 만물에게는 각자 자신의 역할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은 말을 하고, 당나귀는 짐을 나릅니다. 세상의 만물은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하는 것이 너무나 옳습니다. 이를테면 사람이 말을 하고 당나귀가 짐을 나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요. 당신들은 사람의 역할을 당나귀에게, 당나귀의 역할을 사람에게 부여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평범하지 않은 일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일은 서커스에서나 멋지지요. 하지만 세상은 서커스가 아닙니다."(63쪽)

식물이든 동물이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할 수 있는 무기를 하나씩 지니고 있단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리 무화과에게는 이렇게 특별히 몸을 보호하고 방어할 만한 무기가 없단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씨들뿐이야. 가련한 뽕나무들도 우리와 처지가 똑같아. 그러니까 이렇게 쉼없이 번식을 하는 것이지. 그것만이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으니까. 어쩌면 사람들도 마찬가지일지 모르지. 사람에게 부는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무기역할을 한단다.(70쪽)

이들 교통기관들 중 서로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떤 것은 규칙적인 삶과 정해진 노선을 원했다. 또 어떤 것은 정해진 노선이 지겨워 자유를 원했다. 또 어떤 것은 보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떠나고 싶어했다.(102쪽)

"희망은 미래에 대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을 바라고 기다리는 것이지."(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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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118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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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읽었는데...를 연발하면서 읽는다. 역시 전에 읽었던 시집이다.

이 시집을 읽는 내 마음에 잔뜩 비가 들이친다. 누군가 터뜨려버려 미처 꽃필 기회를 갖지 못한 보라색 도라지 꽃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 같은 시인. 시인에게 부끄럽다. 아, 나는 왜 봉긋한 도라지 꽃봉오리만 보면 달려가 펑 소리가 나도록 눌러댔을까? 

 

  

저 누각

장마 우중에 아버지와 나는 산을 올랐습니다 산이래야 일테면 베개머리모양 가벼운 거였지만 산행은 일테면 베개머리를 괴고 누운 한 마음같이 무거운 거였지요뽀얀 물안개가 꼼짝도 않고 그러나 움직임의 경계를 지우며 우리가 내버리고 온 다른 등성이를 감싸고 있었는데 다만 연보라의 안개 저쪽에는 어떤 우중인지 그리고 우중 아니래도 상관은 없었습니다.오다 오다 서럽더라 의내여 바람이여 아버니와 나는 인간의 육으로 들어가 즙액의 탕을 만들어내는 곤죽의 땀과 그러나 말라 비틀어진 마음의 한켠이 기울어져 이대도록 멀고 긴 길을 나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요. 저 아른거리는 물안개 저편 저편이래봤자 손으로 젖치면 열릴 거였지만 그러나 손을 내밀기는 천근처럼 무거웠지요 그러나 아버지는 성큼성큼 물안개를 건너가더니 다시 나오지 않았고 망연히 쳐다보는 나는 아련히 올라간 마음의 끝을 좇아 몸으로 빗장을 삼은 아버지가 아팠습니다 아픈 아버지의 아련한 몸이 세계의 나무처럼 누각 끝의 풍경을 건드리고 풍경은 물안개를 건드리고 긴긴 세계의 경계를 만들어내는 것을 나는 망연히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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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12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못 읽은 시집이군요.^^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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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콩가루 집안.'아빠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관공서에서 하는 일에 사사건건 시비나 걸고,  엄마는 아빠를 피해 달아나 함바집에서 일하고, 오빠는 아빠한테 매일 쥐어터지다가 도망가고, 나는 그 사이에 꼭 끼어 눈치보느라 바쁘고.....그렇게저렇게 지내던 찰나 오빠가 돌아왔다. 그것도 아빠에게 대적할 힘을 길러서 말이다. 게다가 여자까지 하나 붙이고^^ 이제 아빠가 맞는다. 오빠한테!'

 킬킬거리며 책장을 넘긴다. 그야말로 콩가루 풀풀 날리는 집안인데 그 안에 사랑을 숨겨놓은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이 책은 '오빠가 돌아왔다' 외에도 많은 단편 소설을 담고 있다. 특히 기억나는 이야기? '너를 사랑하고도'라는 단편이다. 주인공 남자가 다니던 수영장에 벌거벗은 채 수영장에 들어와버린 아줌마의 모습이 토로소처럼 내 머릿속에 남아버려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강렬하다. 그의 글은! 킬킬대다가 눈물 나오게 진실한 이야기들에 놀라며 또다른 그의 책 읽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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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12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소설은 제목만 알뿐...하나도 못 읽었어요.ㅜㅜ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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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관 살인 사건>의 주인 아줌마와 주인 아줌마를 사랑한 정선생님은 사진관 아저씨를 정말로 죽인 사람들이 아닐까? 아니,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 자신들을 대신해서 사진관 아저씨를 죽여준 것에 감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죽이고 싶었겠지? 아이쿠, 무서워진다.

<흡혈귀>의 편지를 쓴 여자(동문의 아내)의 남편은 정말 흡혈귀였을까? 작가가 말한대로 그녀가 흡혈귀였던 것일까?

<바람이 분다>의 그녀는 왔을까? 그녀가 오자마자 그는 꾸렸던 가방을 들고 돌아오지 않을 여행을 떠났을까?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그 남자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까?

<피뢰침>의 나는 또 탐뢰여행을 떠날까?

<비상구>의 우현이는 안 잡히고 무사할까?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그녀는 나의 또다른 모습일까?

<고압선>의 그 남자 아직도 투명한 모습으로 이 거리를 지나고 있을까?

<당신의 나무>를 읽은 내 이야기. "내 머리에 뿌리를 내려 내 머리를 쪼개버린 한 남자, 내가 뿌리를 내려 머리를 쪼개버린 한 남자. 나무와 부처처럼 서로를 서서히 깨뜨리면서 서로를 지탱하면서 잘 살아야 할텐데. 나는 여태껏 그 남자가 내 머리를 쪼개버렸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김영하 소설은 (뭐, 평론가도 아닌 내가 거창하게 얘기하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읽은 흔적을 내 몸에 남긴다. 가슴에, 머리에, 아님 핏줄인가? 아니면 핏줄을 타고다니는 피?! 여튼 말이다. 방법? 글쎄? 많은 물음표를 남기고 사라지는 방법이지 않을까? 커피 한 잔을 들고 이 책을 보겠다면 감히 커피 타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커피 마실 틈도 여유도 주지 않은 채 몰아붙이는 작가 때문에 결국 마시지 못할 커피이니까^^

 내 안에 숨겨진 욕망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나도 모르는 나를 김영하는 자꾸 건드리는 거다. 그게 무섭기도 하지만 원래 사람이라는 게 이불 숙에서 무서운 거 훔쳐보는 즐거워하지 않던가? 그런 느낌의 글이다. 서서히 김영하 글에 중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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