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진관 살인 사건>의 주인 아줌마와 주인 아줌마를 사랑한 정선생님은 사진관 아저씨를 정말로 죽인 사람들이 아닐까? 아니,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 자신들을 대신해서 사진관 아저씨를 죽여준 것에 감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죽이고 싶었겠지? 아이쿠, 무서워진다.
<흡혈귀>의 편지를 쓴 여자(동문의 아내)의 남편은 정말 흡혈귀였을까? 작가가 말한대로 그녀가 흡혈귀였던 것일까?
<바람이 분다>의 그녀는 왔을까? 그녀가 오자마자 그는 꾸렸던 가방을 들고 돌아오지 않을 여행을 떠났을까?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그 남자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까?
<피뢰침>의 나는 또 탐뢰여행을 떠날까?
<비상구>의 우현이는 안 잡히고 무사할까?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그녀는 나의 또다른 모습일까?
<고압선>의 그 남자 아직도 투명한 모습으로 이 거리를 지나고 있을까?
<당신의 나무>를 읽은 내 이야기. "내 머리에 뿌리를 내려 내 머리를 쪼개버린 한 남자, 내가 뿌리를 내려 머리를 쪼개버린 한 남자. 나무와 부처처럼 서로를 서서히 깨뜨리면서 서로를 지탱하면서 잘 살아야 할텐데. 나는 여태껏 그 남자가 내 머리를 쪼개버렸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김영하 소설은 (뭐, 평론가도 아닌 내가 거창하게 얘기하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읽은 흔적을 내 몸에 남긴다. 가슴에, 머리에, 아님 핏줄인가? 아니면 핏줄을 타고다니는 피?! 여튼 말이다. 방법? 글쎄? 많은 물음표를 남기고 사라지는 방법이지 않을까? 커피 한 잔을 들고 이 책을 보겠다면 감히 커피 타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커피 마실 틈도 여유도 주지 않은 채 몰아붙이는 작가 때문에 결국 마시지 못할 커피이니까^^
내 안에 숨겨진 욕망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나도 모르는 나를 김영하는 자꾸 건드리는 거다. 그게 무섭기도 하지만 원래 사람이라는 게 이불 숙에서 무서운 거 훔쳐보는 즐거워하지 않던가? 그런 느낌의 글이다. 서서히 김영하 글에 중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