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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자전적 소설이라던 풍문을 듣고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기도 했다. '내가 작가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쪼잔한 인간도 아니고 말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지금 생각해보면 공지영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분명 소설인데 말이다.) 하지만 '백 년쯤 지난 뒤 혹시 이 소설이 도서관에서 낡은 먼지를 쓴 채로 발견된다면 그 때 공 아무개의 사생활이 이랬느니 저랬는니, 하는 말들은 아무 의미도 없으리라.'는 말이 암시하고 있듯이 사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예쁘고 능력있는 작가의 사생활이 어떠한지 궁금해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래 나는 쪼잔한 사람이었던 거야. 당최, 인간은 왜 남의 일까지 시시콜콜 궁금해하며 사는 건지! 그런데 누가 나 어떻게 사는 지도 궁금해 해줄까? 에이~ 생각해보니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아 외려 서운해진다. 쳇!
우선 서술자 '위녕'의 베이스캠프를 떠나 목적지로 향하는 힘찬 발걸음에 격려를 보탠다. 그녀는 아마 튼튼한 베이스캠프 덕분에 목적지에 쉽게 다다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베이스캠프에 남은 가족들 모두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특히 사춘기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둥빈이에게 격려를 보낸다.
책을 읽으면서 웃음이 쏟아지던 구절이 있었다. 퇴근 후 돌아와 피곤에 지친 우리 부부에게 놀아달라고 조르며 늦은 밤까지 잠을 자지 않던 울 아이를 꾸중한 다음 날 읽던 이 책에 "너 어릴 때 말이야...그래서 엄마 혼자 널 키우는데, 네가 너무 잠을 안 잤어."라고 엄마가 조곤조곤 딸에게 얘기하던 그 구절! "그래서 널 업고 육아책에서 본 대로 좋은 노래를 불러주곤 했는데 좋은 노래, 그러니까 동요가 다 끝나고 엄마가 위녕? 부르면 네가 응? 하는 거야. 그래서 그 다음엔 가곡을 불렀지. 그리고 이젠 좀 지나 싶어서 위녕? 부르면 네가 응! 하는 거야....넌 모를거야. 아무리 내가 네 엄마지만 엄청 짜증나....그래서 네가 하고 안 자길래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유행가까지 다 불렀어. 생각나니?" "어떤 날은 육아 책을 보니까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주라고 하길래 너한테 동화책을 다섯권이나 읽어주는데도 네가 잠을 안 자는거야. 그래서 또 에라, 모르겠다하고 엄마가 읽던 소설책을 읽어주곤 했지. 엄마 그때 문학 공부 참 많이 했다. 생각 안 나지?" 아~ 나도 우리 아이가 크면 이렇게 조곤조곤 어렸을 때 커 카던 얘기하면서 마음을 나누겠지^^ 가족의 의미가 같은 시간을 함께 건너가는 사람들의 모임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구절이었다. 비록 서로에게 짜증내고 그로인해 상처 받더라도 함께 건너는 오늘의 이 시간을 주심을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알려준다.(이는 다니엘 아저씨의 상처를 통해서도 드러나는 바이다.)
또,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엄마'임을 슬퍼하게 한 구절과 감사하게 한 구절! 첫 번째 구절은 위녕의 날카로움이 드러난 구절이기도 하다. "그건 왜냐면....결혼한 여자의 얼굴에는 빛이 없거든...내가 친구들의 엄마를 보면서 느낀 거였는데 안정감이라든가 노련함이라든가 하는 표정은 있었지만 뭐랄까, 반짝반짝하는 빛 같은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내 친구 엄마들의 얼굴에는 늘' 새로운 게 뭐가 있겠어 나쁜 일이나 없으면 됐지.'하는 어떤 체념같은 것이 딱딱하게 어려 있었다." 이 구절을 읽고 어찌나 뜨끔했던지! 내 얼굴을 얼른 거울에 비춰봤다. 그랬더니.....슬퍼졌다.--;; 그리고 또 한 구절, '이상하게도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 그건 대개 엄마가 불행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부가 불화하는 집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도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그건 엄마가 불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아,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종족의 힘은 얼마나 센지. 그리고 그렇게 힘이 센 종족이 얼마나 오래도록 제 힘이 얼마나 센지도 모른 채로 슬펐는지.' 우와~ 내가 이렇게 힘이 센 종족에 속하고 있으면서 몰랐다니! 그래 위녕이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그리고 다짐한다. 스스로 불행의 그물 안에 갇혀서 아이들까지 불행하게 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나를 다스리기로^^
이 책은 어떤 형태의 가족이건 그 구성원인 우리 스스로에게 하여금 가족의 정의를 다시 내리게 하는 소설임이 분명하다. 내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베이스캠프 같은 것이라는 집의 의미에 공감하면서 또다른 가족, 집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려볼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