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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화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면서 안타까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난 때문에 손도 못 써보고 딴 세상으로 가버린 아이나 다른 세상으로 아이를 보낸 부모 이야기를 만나면 너무나 안타깝다. 이 소설 속 주인공 고아명과 그 부모도 그러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죄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포기하고 집안일을 도왔던 착한 아이들 고차매, 고아명 남매의 이야기는 잔잔하기에 더 슬픈 이야기이다.
사실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가난에 짖눌린 고석송의 집에 태어난 아이들 셋.(실은 넷이었으나 이미 잃은 아이가 있었으니) 그 중 차매와 아명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부모님의 일손을 돕는 착한 아이들이다. 그 중 고아명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아이다운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천재적인 기질을 가진 화가(?)이다. 그것을 알아준 사람은 임시교사로 온 곽운천이었다. 그가 온 후 고아명의 그림은 평소와 다른 평가를 받게 되고 그의 추천으로 현 대회에 나갈 뻔 했으나 역시 돈과 권력의 힘이 작용한 탓인지(사실 소설에서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으나) 그의 라이벌(?) 임지홍이 현 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한 번의 좌절을 겪게 된다. 이후 곽운천의 추천으로 세계어린이미술대전에 작품을 출품했으나 느닷없이 걸린 급성 폐렴으로 짧은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아명이 죽은 후 대전 결과가 발표되고 마을에서는 천재화가가 죽었다며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나 고차매는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울부짖는다. 아구구 중국에 이런 일들이 한 두가지 일까? 아니 우리나라에서라고 이런 일이 없겠는가? 안타까운 죽음 앞에 망연자실 괴로워할 뿐이다. 특별한 색깔 없이 쓰여진 문장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아름다운 이들을 담았기 때문이리라. 다시 고아명 같은 아이가 나타나지 않도록 빌어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