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히지 않는 책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아우~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디다. 서정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문체가 도무지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 한 권을 읽는 데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을꼬? 읽는 데도 이렇게 힘이 들 정도니!

 이 책은 소설집이다. 숨막히게 어려운 단어들에 헤맸던 탓일까? 후반부에 실린 단편은 끝을 보고 싶은 마음에 얼른얼른 책장을 넘기느라 내 머리에 붙잡아 두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숨막히게 어려웠던 글은?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등반용어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사전을 옆에 끼고 읽어야 했던 그래서 잠시 읽는 숨이 끊어졌던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검은 그림자를 따라 산 정상을 향할 때 어찌나 마음 한 켠이 저리던지, 마치 내가 검은 그림자를 따라 허우적허우적 걸어가는 느낌을 받은.... 또,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 글쎄, 다른 단편들과 조금 다른 분위기! 춘향전이 향리와 수령의 힘겨루기의 소산이었다는 이야기, 정말 그럴 듯하다. 그렇담 변사또는 지금도 억울해하고 있겠지?^^

 그럴듯한 비약의 연속!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찾기 힘들만큼 정교한 그의 글솜씨에 감탄하며 소설을 읽는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글이기에 긴장하고 읽으라고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