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218
최하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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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녁 바 람

최 하 림




바람이 새들을 하늘 높이 밀어올리고

백양나무 이파리들이 미치광이처럼

허옇게 머리를 들고 일어서는 날은

나는 빈 광주리 같은 가슴이 되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나는 여기 그냥 이대로 서서 바람을

맞으며 그들이 잠시

우리 기억 속에 떠오르는 새들을

떠올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최하림,1998

2007. 6. 26

 <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시집에선 숲 냄새가 난다. 싱그러운 초록빛의 숲 냄새라기보다는 나뭇잎 짙게 드리워 어둡기까지한 숲의 흙냄새 즈음이라고 해 두겠다. 여기저기 생명력 넘치면서도 고요하고 한적하기 그지없어 고독하기까지 한 숲 냄새에, 나도 ‘빈 광주리 같은 가슴이 되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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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 문학과지성 시인선 164
박용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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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품은 마음. 이 마음의 주인은 항상 외로운 법이다.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 분명 녹록치 않을 것이다. 이 길은 아직 포장되지 않아 길이라 부르기 힘든, 여기저기 나무들이 솟아나 있고, 바위를 비롯한 무수한 돌들이 굴러다니고, 비좁고 꼬불꼬불 하겠지. 게다가 동행도 없이 이 길에 들어서 가뜩이나 외롭고 힘든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며, 간혹 눈발이 날리겠지. 심지어 바람이 심한 날이면 이 길 끝에 있는 바다에서 몰려온 큰 파도가 길을 덥썩 삼켜버려 애써 낸 길조차 없애버리는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아마도 또다른 길을 품겠지. 어리석은, 그래서 존경스러운, 모험가. 화자와 우리 모두!

비 오기 오 분 전

봄날 경춘국도에서

나, 흐른다.

자꾸 사람이 보인다.

그리고 흩어지는 날들,

물 한 잔 마시면

마치 내 몸 속에 마약이 흐르는 것 같다.

마약 같은 길,

나, 어디로든 가려하고

후드득 후드득

꽃들이 장마비처럼 쏟아진다.

 

덧붙이는 말: 시인은 지구만큼의 무게를 짊어지느라, 그걸 짊어지고 시를 쓰나라 어깨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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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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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칼진 눈빛으로 쏘아보는 고양이의 털을 부드럽게 쓸어주듯, 메마른 땅에 돋아나 꽃이 피기도 전에 지쳐버린 말라가는 식물에 물을 주듯. 그러나 썩은 이를 송두리째 뽑아버리듯 분명하고 냉정하게.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기가 쉬운 일이 아닐텐데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또박또박 분명하게 들여다보고 조언하는 이 작가가 너무도 부럽다. 너무도. 그리고 '공감'이라는 단어를 쉽게 쓸 수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언제쯤 공감하기가 가능해질까? 내 삶에도 공감해주지 못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어려움.......

 고요해지기! 오늘 하루 고요해지기! 호수처럼 잔잔해지기! 내 모습 호수에 비춰보기! 오늘은 그렇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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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다릴 앙카 지음, 류시화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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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는 모두 이 생에 태어난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 가슴 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가슴 뛰는 삶을 살 때 온 우주가 그 삶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멋지다. 그런데 이 책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이유는? 글쎄, 채널링이라는 것을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데 질려서일 수도 있다. 차라리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똥>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이 클 것 같다. 강아지똥이 가슴 뛰는 삶을 선택하는 그 장면이 훨씬 감동적이지 않은가?  

 어쨌든 이 책을 읽고, 생각한다. 나에게 가슴 뛰는 삶은 무엇인가? 나는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는가? 오늘 하루종일  내 가슴 뛰게 할 여러가지 것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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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게 박사의 위대한 육아조언
얀 우베 로게 지음, 추기옥 옮김 / 들녘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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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이 도서 리뷰는 10월 말에 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밝히며 출판사와 알라딘에 미안함을 전한다. 서평단으로서 리뷰쓰기 날짜를 지켜야 했는데 천천히 읽을 책인지라 한 장 읽고 쉬고 한 장 읽고 쉬고...했더니 많이 많이 늦어졌음을 밝힌다.

 아이 키우는 일은, 부모가 된다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새삼 그 사실을 깨달으며 책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넘겼다. 이 책 저자가 말하는 조언의 핵심은 곧 통제하고 억압하는 부모가 아닌 아이의 성장과 발달의 과정을 눈여겨보면서 지지자, 격려자가 되라는 것이다. 그 일이 너무도 어려운 일임을 여러가지 사례들과 부모님의 하소연을 통해 알려준다. 부모가 되기 전에 꼭 이 박사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준비없이 부모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사람들 덕에 혼란과 혼돈에 빠져버린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볼까 염려스럽다. 적어도 비뚤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니 사랑해 줄 수 있는,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적어도 아이 곁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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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1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부모가 된다는 것, 아이를 키워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큰 일입니다!
자녀에게 '지지자와 격려자'가 되는 부모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