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218
최하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9월
평점 :
품절
저 녁 바 람
최 하 림
바람이 새들을 하늘 높이 밀어올리고
백양나무 이파리들이 미치광이처럼
허옇게 머리를 들고 일어서는 날은
나는 빈 광주리 같은 가슴이 되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나는 여기 그냥 이대로 서서 바람을
맞으며 그들이 잠시
우리 기억 속에 떠오르는 새들을
떠올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최하림,1998
2007. 6. 26
<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시집에선 숲 냄새가 난다. 싱그러운 초록빛의 숲 냄새라기보다는 나뭇잎 짙게 드리워 어둡기까지한 숲의 흙냄새 즈음이라고 해 두겠다. 여기저기 생명력 넘치면서도 고요하고 한적하기 그지없어 고독하기까지 한 숲 냄새에, 나도 ‘빈 광주리 같은 가슴이 되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