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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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나 지금은 29이 된 그녀의 작품이라기엔 놀라우리만큼 깊이 있는 소설들. 그래서일까 이 소설들에서 우리 엄마와 아빠, 동생들과 내 친구들, 선배, 후배들의 모습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래서 걷잡을 수 없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특히나 <도도한 생활>에서 만둣가게를 운영하며 힘들게 모으고 모아 피아노를 사주고 한없이 기뻐하던 엄마의 모습은 내 초등학교 시절 벼르고 벼른 끝에 피아노를 장만해 주시고는 그 앞에 앉아있는 내가 공주라도 된 듯 감격하시던 우리 부모님 모습이 떠오르게 했다. 잊었던 기억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다른 작품들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칼자국>. 내 어린 시절 아니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부모'의 부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요사이 부쩍 나이들어 보이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어렴풋이 우리 엄마와 아빠가 어느날 영영 내 곁을 떠날 수도 있구나를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작가 아니 <칼자국>에 등장하는 철부지 딸처럼 나 역시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겠지?  우리 엄마의 젊음과 활기를 함께 씹고, 삼키고, 우물거려서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었겠지. 나 역시 모든 걸 퍼주고도 더 못주는 것이 아쉬운 어미를 가진 받는것에 익숙해서 더 받아먹으려는 새끼이기에 이 소설이 가슴을 때린다. 

 어느날 문득 자신의 옆에서 사라져버린 어미의 죽음에 홀로 남겨진 새끼는 어떻게 해야하나? 도무지 막막하기만한 상황임에도, 홀로 남겨진 새끼는 어미를 가슴에 품고 또다른 어미로 거듭나는 생기발랄하기까지 한 결말. 감동이다. 수련 잎 둥둥 떠있는 연못에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져 크고 작은 동심원을 보는 기분. 김애란 작가랑 친구하고 싶다.^^ 이 작가, 이야기 들어줄 친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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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2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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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 간 조선 최고의 궁중 무희, 리진! 이 짧은 설명에도 솔깃해서 얼른 읽어야지 생각했음에도 선뜻 읽을 기회를 갖지 못했던 책. 드디어 만났다.

 능소화에 가만히 내려앉는 나비같다던 여인.(아름다움이 그녀의 운명을 가혹하게 만들었겠지)  리진은 하늘이 질투할만큼 아름다웠거나 아님 태어난 순간부터 하늘이 버린 여인이었나보다. 당시 조선 여인들 중 어느 누가 이런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여튼 여인에게 내려진 운명 과연 신이 준 기회였을까, 아니면 가혹한 형벌이었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결론은 가혹한 형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글쎄.

 조선의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잡아당겼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답이 참 애매하다. 잃어버린 정체성? 의무에 가까운 콜랭의 사랑이 힘에 겨워서? 아니면 사랑했던 남자, 강연 옆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종합적이겠지' 생각하고도 썩 개운치않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명성왕후의 죽음을 목격한 리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참혹한 역사의 현장에 리진을 끼워넣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아직도 생각 중이다. 조선의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잡아당겼던 것일까, 가련하고 애잔한 변하지 않은 모든 것들일까? 그녀는 왜 가련하고 애잔한 것들을 그리 사랑했을꼬, 자유로운 나비처럼 프랑스를 날아다니며 살아보지.

 실제 리진의 삶은 어떠했을까 찾아보련다. 소설을 읽는 동안은 금지했던 리진에 대한 궁금증이다. 소설 속 리진의 가여운 모습과 많이 닮아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덜 짠(?)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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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광인 - 하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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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체반정!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박지원의 문체는 파격이었구나! 새삼 또 깨닫는다. 정조의 고집은 정말 고문만을 갈고 닦는 것이 문체를 정아하게 다듬는 길이라 여겼기 때문에 부린 신념일까 아니면 박지원을 비롯한 백탑 서생들을 따르는 무리들이 많아져서 그들이 세력화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부렸던 오기일까? 글쎄^^ 


 와우! 기막힌 소설이다. '이 녀석이 범인이구만!' 생각하며 책 장을 넘기면 여지없이 그가 범인이 아님을 알리는 작가.  이럴수가 작가가 나를 놀려대는 것만 같다. 게다가  기막힌 반전까지~ 영화를 보는듯한 박진감에 급하게 책을 읽어댔다. 문체반정과 관련하여 이런 소설을 창작할 수도 있구나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역시 소설가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굳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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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25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탑파 이야기 한 권도 안 읽어봤어요.ㅠㅠ 재미있겠는데요. 추리와 반전, 영화를 보는듯하다니 땡기는데요. 김탁환 소설을 읽은게 있는가~ 갸웃거리는 중!^^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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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제목이 대성당인가? 계속 고민하며 읽었건만 답은 마지막 단편의 제목이었다.  싱겁게^^ 사실 마지막 단편보다 '칸막이 객실'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열' 세 편의 단편이 나에겐 더 의미있게 다가오던데 왜 제목을 대성당으로 삼은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살면서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에,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종종. 꼭 보고 싶었는데 정작 만나기 두렵기도 한, 애틋하게 그리웠는데 막상 만나려하니 아닌 것 같은 그런 '만남'을 절묘하게 미루는 작가의 능력이란! 여튼 그들은 아직도 만나지 못한 채로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이로 남아 있겠지? 그들의 관계가 궁금하지 않은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글이다. 이 글에서 등장하는 아이는 생일날 뺑소니 차에 치어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 어른들의 무시무시한 행동으로 어린 나이에 힘없이 당하고, 이 세계에서 더 사랑받아야 할 나이에 세상에서 쫓겨난 아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이의 죽음 앞에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아이의 부모는 주문해 놓은 케익을 찾아가지 않아 새벽에 전화를 해대는 빵집 주인에게 분노하고, 이야기를 들은 빵집 주인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 한 조각으로 위로한다. 나는 누구에게 이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위로를 전해본 적이 있던가?

 '열'은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 평범하게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한 순간 아내가 자아선언을 하며 그들 곁을 떠나버리자 제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남자가 '그가 거쳐온 지난 인생의 모든 것'을 인정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장면을 다룬 이야기이다.

 써 놓고 보니, 책 괜찮은 것도 같다. 사실 읽을 때는 '그래서, 뭐!'를 남발하며 읽었는데 그게 카버 소설의 특징인 듯도 하다. 그래서 다른 책을 읽어보고 카버의 소설에 대해 생각해보련다. ㅋ 하지만 역시 문화의 차이가 큰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집에 공작새을 키운다니, 이건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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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17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성당 궁금했는데 쬐금은 알 것 같군요. 감사~ 훔치고 싶은 책 이벤트에도 올려놓았어요. ^^

하늘닮은호수 2008-03-1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놀러와 주셔서 감사해요. 님의 꽃 덕분에 제 서재가 환해졌어요^^

순오기 2008-03-18 23:13   좋아요 0 | URL
오호~ 저의 장미가 환하게 빛나고 있군요.^^ 하늘 닮은 호수와 더 어울린듯한...
 
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 내 몸 내가 고치는 시리즈
조엘 펄먼 지음, 김재일 옮김 / 북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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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사이 부쩍 힘든 시간을 보냈다.(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혹은 푸념, 한탄으로 시작하는 리뷰임을 밝힌다.) 그래서 알라딘 서재도 오랜만에 들어와본다. 오랜만에 방문한 기념으로 책도 읽고, 글도 남겨본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오늘, 펼친 책은 나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 '기적의 밥상'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건강도 그러하다. 건강할 때 내버려 둔 내 몸, 외양간을 아무리 최신식으로 고친들 무엇하리오?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결론을 내 멋대로 내리자면^^) 그래서 평소에 과일, 채소, 콩을 섭취하라는 것! 생활에 바쁜 내가 먹지 못하는 것들이 건강을 지키는 열쇠였다니...이를 어쩐다? 딸기부터 사 먹으련다. ^^  내 몸에게 선물한다. 이 책은 내가 나를 방치해 둘때마다 꺼내 읽으며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하련다. 

별 세 개. 그런데 '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이라고 해서 한국식 밥상을 기대했는데 외국의 유명한 박사이야기의 목소리가 책에서 너무 많이 느껴진 탓인지 외국식 밥상으로만 자꾸 보인다.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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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1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어디가 안 좋으셨나요? 저도 채식위주의 식사 권고 받았거든요.^^
저자가 외국인이라 한국식 밥상을 기대하는 건 무리겠다 싶군요. 하지만 먹을거리가 우리 몸을 지키고 고친다는 건 맞는 말이겠죠. 골고루 잘 챙겨먹는 게 중요하다 새기며.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