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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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는 그래서, 더 힘 있는 글.

 김훈의 단편 소설 모음집 <강산무진>. 배웅, 화장, 항로표지, 뼈, 고향의 그림자, 언니의 폐경, 머나먼 속세, 강산무진까지 8편의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8개의 단편 소설 모두 한 사람의 인생을 얘기하지 않는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이상의 삶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는, 그것도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음에 놀란다. 그리하여 8편의 단편은 각자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서로 엉키어 한 편의 장편 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글은 '언니의 폐경'이다. 내용?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자매 이야기이다. 남편이 비행기 사고로 추락사하고 순하디 순한 언니는 남편의 죽음으로 생겨난 돈도 다 빼앗기고 혼자서 메말라간다. 또, 동생은 빵빵한 직장(직위)을 가진 능력있는 남편과 사는데 그 남편이 속옷에다 여자 머리카락 묻혀오는 것을 지켜보다가 이혼하고 혼자남게 되는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 (불륜을 저지른 남편의 이혼하자는 말에 이렇다할 아우성도 없이 심드렁하게 끝나버린 동생의 결혼 생활 때문에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는 글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드라마같지 않은, 메말라가는 두 여인의 정서를 달마다 치루는 여성들의 월경과 함께 쏟아내는 그래서 외려 시원해져버리는 섬세한 글. 오호~ 그의 글은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는 그래서, 더 힘 있는 글이다. 수묵화를 닮은 글 그의 글이 곧 한 폭의 '강산무진도'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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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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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끌리는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다르지. 내게도 그 끌림이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지. 오늘부터 노력이란 걸 한 번 해볼까 싶어서 책 장을 넘겨본다. 이러한 분야의 책들 대부분이 번역서인지라 똑같이 말이 되풀이되거나 매끄럽지 않은 번역에 질려 읽지 않은 책이 많다. 헌데 이 책은 만족스러웠다. 이 책을 쓴 심리학 박사 이민규도 끌리는 사람인가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

 사람들이 어떤 값을 추정할 때, 초기 값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것을 '닻 내리기 효과'라고 한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듯이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 닻으로 작용해 전체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사람을 평가할 때도 똑같이 관찰된다. (20쪽)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제공하는 객관적인 정보와 이성적 판단은 생각처럼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이성적이고, 모든 정보는 각자의 감정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31쪽)

 절실할 때만 찬고 뭔가 필요할 때만 친절하다면 어느 누구도 그 사람과, 그가 보여준 친절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평소에 잘해야 한다. 상대방이 연락을 하기 전에 먼저 연락을 취하자. 필요할 때가 아니라 평소에 간간이 안부인사를 전하자.(59쪽)

 기껏 칭찬을 하고 끝에 가서 비난을 하는 것은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것과 같고, 좋은 말로 시작했다 불쾌한 말로 끝내는 것은 주었던 물건을 다시 뺏는 것과 같다.(63쪽)

 미소는 부메랑 같고, 세상은 언제나 우리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이전보다 더 많이 웃는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수월해진다.(77쪽)

 가족으로서, 동료나 상사로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그대는 상대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그들은 그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의 관계를 자랑하고 싶어할 수 있는 점이 하나도 없다면 심각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없는 그대만의 뭔가를 갖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대와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그대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하고 싶어할 것이다.(182쪽)

 잘목했다고 인정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잘못이 있다면 따지지 말고 얼른 미안하다고 말하자. 눈을 피하면서 마지못해 입으로만 사과하지 말자.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면서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자. 이왕 절을 할 바에는 큰 절을 하자.(225쪽)

 이밖에도 인상깊은 구절이 많다. 끌리는 사람은 1%가 아니라 100%가 다르다. 나는 참 노력하면서 살아야겠다. 저자가 '가족으로서.......그대는 상대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데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내 주변사람들에게 자랑스러워할만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오늘 당장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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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박스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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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아주아주 흥미롭다. 송두리째 내 머리 속을 흔들어버리는 이 책, 소설로만 읽어야겠지?^^

  정조의 부탁을 목숨 내걸고 들어준 화원 강수항, 그리고 강수항이 남긴 그림을 열쇠로 얻어내어 신윤복이 되살린 사도세자의 모습. 사도세자의 모습을 보고 눈물 흘리는 정조. 그림을 가두고 있던 당시 모든 규제들을 훌훌 털어버리며 새로운 그림의 세계를 열었던 신윤복. 그의 그림 앞에 당당하면서도 그를 사랑하기에 한없이 작아지던 한 사람 김홍도. 신윤복이 마음을 열어 사랑했던 여인 정향. 서서히 드러나는 놀라운 신윤복의 정체.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아! 이렇게 내 머리를, 역사를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구나! 단언하건데 ^^ 이 책을 읽은 독자들 모두의 가슴에는 물음표 하나가 생길 것이다. 기꺼이 놀라운 물음표 하나 품으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해보련다. 이 작가의 다음 읽을 책은? 뿌리 깊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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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 - 바람단편집 3 반올림 11
김혜진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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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살고자 하는 힘'을, 거기서 나오는 매력을 섹시함이라고 봅니다. -이경혜

나름 멋진 정의다. 그렇다면 요사이 나는, 섹시한가? 글쎄 아둥바둥 하루를 어떻게 넘기는데 열중하고 있기는 하나 그냥 시간이 되니 일어나고 일하고 퇴근하고 잠자고! 으이쿠 살고자 하는 힘을 뿜어내기는 커녕 살아지는 것에 감사한 꼴이니 이를 어쩐다? 물론 청소년기를 벗어나 다소 안정된 삶을 살고 있기는 하나 좀더 섹시해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이 책은 정말 청소년기 학생들이 읽고 생각해 볼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답은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여러 학생들이 읽고 토론해 보면 좋겠다. 예를 들어 '내가 왜 그랬지?' 단편에서 현서가 했던 행동은 선행이었을까, 아니었을까 함께 고민해보는 것 정도?! 답은 물론 개인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가장 인상적인 구절 하나, 

'깨지기 쉬운 것과 상처받기 쉬운 것이 동일한 뜻이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깨지기 쉬우면 그 부서진 조각들로 도리어 상처 입히게 된다는 것을. 상처받기 쉬운 것들은 유리처럼 딱딱한 것들이 아니라 부드럽고 연하여 무엇에 부딪쳐도 깨지지는 않는 것들이라는 것을. 바로, 사람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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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0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올림 책들이 청소년 필독서로 꼽을만 하더군요.
마지막 구절에 공감하며... 도서실에 있는가 찾아봐야겠어요.^^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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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초등학생들이 모두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더라. 운동회하는 날이란다.

 청록색 체육복에 청팀, 백팀을 알려주던 머리띠를 두르고 엄마가 끓여 식혀 담아준 물 한 병 들고 학교에 가던 생각이 난다. 운동을 잘하지 못했던 내게도 운동회는 즐겁기만 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는 해마다 학년별로 멋진 율동을 보여줬다. 한 번은 훌라후프를 들고 춤을 췄고, 또 한 번은 소고를 들고 춤을 췄다. 두가지 밖에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이 소품들은 내게 인상적이었나 보다.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나아지던 내 율동 실력. 6학년 즈음에는 꽤 잘했던 것 같다. 옆 아이를 가르칠 정도로 말이다.^^ 점심 시간이 되면 김밥이며 음료수며 과자를 들고 학교에 오신 엄마 옆에 앉아 오전 내 있었던 경기 결과를 중계하느라 목에 힘줄을 세웠다. 오후에는 엄마랑 함께 달리기를 했는데 달리기를 못하던 나와는 달리 번개같이 내 손을 끌던 엄마는 경기가 끝난 후 예전에 달리기 선수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 머물고 싶은 풍경이다.

서설이 길었다.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시집은 소소한 풍경들을 끄집어내 그 풍경을 들여다 볼 기회를 만들어주는 시집이다.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눈높이를 한 단계 끌여올려 줄 좋은 시들이 많다. 이 시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기꺼이 사랑하련다. 그리고 나도 안도현 시인처럼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들을 모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 좋은데 특히 좋았던 시 한 편. 이대흠 시인의 '수문 양반 왕자지' 유쾌한 선물같다던 안도현 님의 말이 딱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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