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는 그래서, 더 힘 있는 글.
김훈의 단편 소설 모음집 <강산무진>. 배웅, 화장, 항로표지, 뼈, 고향의 그림자, 언니의 폐경, 머나먼 속세, 강산무진까지 8편의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8개의 단편 소설 모두 한 사람의 인생을 얘기하지 않는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이상의 삶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는, 그것도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음에 놀란다. 그리하여 8편의 단편은 각자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서로 엉키어 한 편의 장편 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글은 '언니의 폐경'이다. 내용?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자매 이야기이다. 남편이 비행기 사고로 추락사하고 순하디 순한 언니는 남편의 죽음으로 생겨난 돈도 다 빼앗기고 혼자서 메말라간다. 또, 동생은 빵빵한 직장(직위)을 가진 능력있는 남편과 사는데 그 남편이 속옷에다 여자 머리카락 묻혀오는 것을 지켜보다가 이혼하고 혼자남게 되는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 (불륜을 저지른 남편의 이혼하자는 말에 이렇다할 아우성도 없이 심드렁하게 끝나버린 동생의 결혼 생활 때문에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는 글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드라마같지 않은, 메말라가는 두 여인의 정서를 달마다 치루는 여성들의 월경과 함께 쏟아내는 그래서 외려 시원해져버리는 섬세한 글. 오호~ 그의 글은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는 그래서, 더 힘 있는 글이다. 수묵화를 닮은 글 그의 글이 곧 한 폭의 '강산무진도'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