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옷을 입은 채로는 바닷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옷을 입은 채 바닷물에 빠지는 것도 인생이죠. 마음속에 금지를 가지지 말아요. 생은 그렇게 인색한 게 아니니까. 옷을 말리는 것 따윈 간단해요. 햇볕과 바람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되죠. 살갗이 간고등어처럼 좀 짜지기는 하겠지만." p.88

 

"아이란, 가정이란 그 아름다운 동화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유폐시키는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이 생에서 실종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여기 있다고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어야 했을까. 머릿속 어딘가에 고인 피가 넘어진 장롱처럼 생을 짓누를 때, 어떻게 빠져 나갈 수가 있을까. 언제까지나 두 눈을 감고 잠자야 할까......" p.114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글쎄 예전에 전경린의 '검은 설탕이 녹는 시간'을 읽으면서 느꼈던 끈적함에 심하게 빠졌던 탓에 쉽사리 그녀의 다른 책을 읽지 못했다고 해두자. ^^ 이야기는? 그야말로 드라마에 나오는 뻔한 스토리에 다름없지만, 그리하여 참을 수 없는 사랑의 가벼움 혹은 무거움을 번갈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과 사랑을 믿지 않는 사람들조차 '사랑'을 찾아 헤매는 나약하고 나약한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그것으로 족하다. 나약한 것들이 서로를 찾아 헤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거기에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한 얘기일 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랑은 잔악하기만 하다. 자신의 사랑을  잠시 잠깐의 외도였을 뿐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미흔 뿐이라 변명에만 급급하는 효경도, 자신의 상처를 잊어버리기 위해 더 큰 상처를 내려는 미흔도, 어릴 적 상처에 사랑을 믿지 못하고 게임이라고 간주하는 규도 아름답지 않았다. 잔인한 사랑의 모습인가? 그럼 우리는 과연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매일 다투고 또 웃고 때리고 또 어르고....이건 사랑인가? 아니면 사랑이라 이름 붙여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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