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심리학 A형 - 마음을 움직이는 휴머니스트
스즈키 요시마사 지음, 이윤혜 옮김 / 보누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글쎄.. 인간관계의 도식화가 가능한가?

 

 

 

우선 혈액형이라고 딱 못을 박아놓고 시작하면 읽기가 싫어진다. 여전히 불신이 강하며 이 시간왜 왜 이걸 보고있어야 하는가란 거부감부터 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각각의 혈액형이 대표하는 특질 즉 이 책이 다루는 A형 인간형이라면 성실하고 진중하며 기본에 충실하고 예의를 중시하는 등등의 특질을 주로 나타내는 지극히 '상식적인' 인간형에 대한 고찰이라 생각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더군다나 저자는 산업심리학을 연구한 이라고 하니 그간 여타 비슷한 책들이 여실히 보여준 잡지 부록의 수준은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고 펼쳐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가진 혈액형이 바로 A형이다. 필자또한 A형이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한 A형 인간형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나타낸다고 생각해도 무방하겠다. 그러면 대다수가 지나친 개성보다는 평범한 상식선에서 사유하고 행동한다고 생각되어지나 살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다. 여기서 부터 벌써 '4가지로 나누기'는 신빙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저자인 스즈키 요시마사는 또 다시 그 에이형 인간형을 다시 아홉가지로 세분화했다. 그리고 정체성, 사랑, 결혼의 항목에 대해 그 아홉가지 형태를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예전에 김국환씨는 이렇게 노래했더랬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라고. 맞는 말이다. 내가 바로 에이형인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주지하고 있는 에이형의 대표적인 특질을 벗어나는 전혀 엉뚱한면이 공존하여 주위 사람들을 이따금씩 놀래키곤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끼어 맞춰 보았다. 아홉가지의 특질 중 어떤 에이형적인 인간이 바로 나인가 하고. 여전히 어려웠다. 오만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여기저기서 조금조금식 섞여 있었다는게 정답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예요라고 딱 부러지게 도저히 말을 못할 지경이다. 역시나 이 문제는 이런 책을 통해서도 명확한 해답을 구할 수 없었다. 이렇듯 '에이형으로서의 정체성 찾기'부터가 실패였다. 하지만 책은 한 걸음더 나아간다. 이젠 에이형과 에이형이 아닌 사람들과의 조합을 시작한다.

 


에이형이 바라본 타 혈액형 또는 타 혈액형적인 특질을 지니는 인간군.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에 관한 설명과 각각의 혈액형들의 조합에서 나오는 연인사이에서의 주도권 가지기, 궁합, 더 나아가 결혼을 했을시에 두 종족(?)이 만들어내게 될 모습, 끝으로 부모와 자식간의 혈액형 차이에 따른 관계, 직장상사와 부하직원과의 관계 등등이 각각의 조합 하나하나마다 성실하게 분석을 해놓았다.

 


일일히 하나하나 각각의 조합에서 어떠어떠한 성향을 나타내니깐 난 이러저러하게 행동을 해야지라고 암기하기는 쉬운듯 하면서도 불가능할 듯 싶다. 저자가 밝혔듯이 참고만 할 수준인것 같다. 인간관계의 도식화가 과연 저렇게 정답이 딱 나오듯이 존재하는건 아닐것이기에 말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기본적인 큰 틀은 있다. 상호간에 누가 강자의 특질을 나타내고 누가 약자로 작용하느냐에 관한 이론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에이형을 예로 들어보면 대표적으로 에이형은 오형과 에이비형에게 강자이고 비형에게는 약자라고 한다. 그래서였나. 비형 여자들한테 유독 뒤통수를 많이 맞았던 필자의 과거가. 그러한 상대적 우열관계를 토대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인 관계 챕터에서는 '혈액형 소시오그램'이란 이론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여타 비슷한 책이랑 차별화 되는 꽤 볼만한 부분이었다고 생각된다.

 


소시오 그램이란 한 그룹에서 같은 조가 되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한 명씩 뽑게한 후 인간관계를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1대1일 때 기질적 약자는 강자에게 끌리지만, 3명 이상의 집단에서는 강자가 먼저 약자에게 다가간다고 한다. 예를 들어 A,B,O의 조합이 가장 안정적이고 단결이 잘 되는 삼각관계인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등은 꽤 흥미롭다. 각자가 약자의 기질을 띠는 이에게 먼저 다가가면 의사소통이 시작되고 불만이 발생했을시 각각의 강자가 약자를 설득하며 서로서로가 중재하는 사이클이 가능해지는 서로 물고물리는 안정적인 트라이앵글이 A,B,O 조합이다 등등.

 


이렇게 인간관계라는 실로 복잡미묘한 것을 보기좋게 딱딱 도식화해서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건 여전히 인류의 지나친 욕심과 희망으로만 남을듯 하다. 그리고 각각의 수많은 조합에서 잘 나타났듯이 자기가 어떠어떠한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타인에게 해가되지 않는 장점들을 살려 행동하는것이 최우선시 되어야 할 일이겠지만, 상대방과의 조합에서도 얼마나 타인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적절히 잘 융화시켜야 하는것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에이형의 상식과 비형의 개성이 공존하여 발전하는 형태를 띄어야 할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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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카네이션 - 비밀의 역사
로렌 윌릭 지음, 박현주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팩션과 칙릿의 결합

 

 

 

'로맨스 약국'의 저자이기도 한 이 책의 역자 박현주씨는 이 소설을 두고 '팩션과 칙릿의 결합'이란 표현을 썼더랬다. 역사라는 진중한 그것에 감미로운 로맨스로 덧칠한 느낌이었다. 표지 만큼이나 강렬한 핑크빛 드레스의 색깔로..

 


주인공인 엘로이즈가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에이미라는 여인의 편지를 읽게 되면서 19세기의 스파이들의 활약상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일종의 액자소설이다. 그 시대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대영제국에로의 침공을 도모했던 시기라고 한다. 이에 조국의 안녕을 위해 그 음모를 밝혀 내고자 했던 훈남 스파이 퍼플 젠션이란 인물이 있었다. 평소에는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어수룩한 신문기자인 클라크에 지나지 않지만 인류가 위기의 순간에 봉착했을때 바지위에 팬티입고 어디선가 '짠'하며 나타나 추락직전의 비행기를 재털이에 담배꽁초 버리듯 쉽사리 옮겨 놓고, 입김을 후 불어 대형화제도 손쉽게 진압해버리는 괴력의 사나이로 변신하는 슈퍼맨과 같은 인물. 그렇듯 까칠한 리처드씨는 퍼플 젠션으로서의 두 가지 삶을 살고있는 비밀스런 스파이였다.

 


에이미는 프랑스로 가는 여정에서 그 리처드를 만나게 된다. 항상 퍼플 젠션과 같은 영웅을 동경해 오던 그녀에게 까칠한 리처드와의 만남과 동행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주는것  없이 괜히 미운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드는 그 사람. 그가 퍼플 젠션이랑 동일 인물이란 사실도 모른채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프랑스까지 이동한다. 하지만 리처드는 그런 에이미에게 한 눈에 반해버렸으니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소설이란 문학 장르는 그 스토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캐릭터의 힘이 상당히 크다. 밍숭맹숭 노말한 인물로는 그것이 당연히 불가능하다. 전제 조건은 주인공은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법칙이 이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에이미가 가진 매력이 이 책의 소설적 재미라는 가치를 100이라고 놓았을때 적어도 70이상은 차지하고 있는듯 하다. 뛰어나게 미인은 아니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녀로 그려지는 에이미. 발랄하고 진취적이며 영민하기 까지한..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서도 팔척장신의 악당 서너명쯤은 자신의 쇄골과 수밀도 같은 앙가슴으로 녹여버리는 19세기의 섹시 아이콘으로 묘사되기 까지 한다. 그리고 툭하면 자빠지고 어디에 부딪치는 등 덜렁대고 엉뚱한 4차원적인 매력까지 식사후 시원한 식혜 한잔같은 유쾌함을 더해줘 보는이가 즐겁다.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고 특히나 리처드와 에이미를 둘러싼 그웬과 같은 개성있는 조연들의 활약까지 더해져 그들은 무사히 임무에도 성공하고 사랑에도 성공한다는 간단한 스토리이다. 그와중에 퍼플 젠션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던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핑크 카네이션'이란 스파이도 탄생하게 되는데 그 정체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함구하는 바이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이국적인 그것과 19세기 유럽사회의 성실한 묘사. 위기의 순간에도 항상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 그리고 작품 전반에 흐르는 긴장과 관능. 그런면들이 만만찮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별로 지루하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장점들인것 같다. 저자인 로렌 윌릭이 밝혔듯이 이 책은 자신이 논문을 쓰면서 머리가 복잡할때 마다 틈틈히 짬을 내서 썼던 소설이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 머리가 복잡해 뭐 신나는것 없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이들이 보면 좋을듯 싶다.

 


끝으로 사족을 하나 더 붙이자면 이 책은 필자가 지난 일년간 본 책 중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대놓고 '베드씬'들이 빈번하게 등장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봐야 영화나 여타 다른 매체에 비해 그 수위가 동네 개천 수준이겠지만. 항상 퇴근길 버스안에서 책을 즐겨보는 본인으로서는 상당히 난감했던 순간들이 많게 만들었다. 이사 전 강남으로 가는 버스에서는 항상 앉아서 가니 타인들이 내가 보는 책장을 들여다 볼일이 전무하여 상관이 없었는데 이사 후 강북으로 가는 버스는 항상 초만원인 상태라 옆에 서있는 아가씨의 귓구멍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명확히 보일정도이며 나의 모공들 하나하나가 확연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극단적인 근거리에서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어렵사리 책을 보는 요즘인지라 '어머 저 사람은 뭐 저런 야한 소설을 다 보는거지'란 오해를 살까봐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레 책을 봐야했던 시간들이었다.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다 잡는다는 것.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해피엔딩은 언제나 즐겁지 않은가. 에이미가 그랬듯이 우리 또한 항상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갈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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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 - 오바마를 만든 기적의 스피치
버락 H. 오바마 지음, 임재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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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치는 사업이 아니라 사명입니다

 

 

 

버락 오바마. 그를 알게 된 것은 솔직히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을 통해서였다. 우리나라 정치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본인이라 미국 정치에 관심이 있을리는 만무했기에.. 2004년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며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기에 그는 정치적인 신인이다. 하지만 그가 정치적인 파워로는 감히 넘볼 수 없던 힐러리 클린턴을 이겼다. 그리고 매케인과의 본 게임에서도 그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그것을 가능하게끔 한 원동력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오바마의 '말빨'이었다.

 


'오바마 연설'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것이 구글에 707만8500회의 조회수를 기록중이라고 한다. 이제 그는 명실상부한 말과 연설에 관한 달인이 되었다. 물론 우리 주변에도 말 잘하는 정치인들 많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말만 잘한다는데 있다. 실천과 행동이 수반되지 않은 공허한 울림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청정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오바마에게 거는 기대가 큰가보다.

 


케냐인인 아버지와 미국 백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흑인인 오바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용모는 참 수려하다. 할 베리의 전 남편이자 클리브랜드 인디언즈의 4번타자였던 데이비드 저스티스 이후로 처음보는 흑인 훈남이다. 물론 외모로 인한 호감은 정치인에게는 부차적인 것이니 차치하기로 하고 무엇보다 다민족 다인종이 모여사는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자력으로 아메리카 드림을 실현한 입지적인 인물의 표상이 된 사실과 이 책의 주제가 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솔한 말솜씨. 그것이 바로 버락 오바마의 매력인것이다.

 


최대한 쉽게 말하고 핵심적인 포인트를 끄집어 낼 줄 아는 능력, 그리고 명확한 발음과 적절한 감정에의 호소. 이것이 핵심이라고 전하는데 단편적인 연설문들의 예문들이지만 그런면은 충분히 느껴지는듯 하다. 전반적으로 얘기들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 책에는 총 76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각종 주제와 현안들에 관한 연설문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각각의 사안들에 대해 그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마인드는 어떠어떠하다 정도만 알 수 있을 분량이라 심도있게 뭐라 논하지는 못하겠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대목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단연 제목으로 뽑아 본 '정치는 사업이 아니라 사명입니다'란 이 말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세상에 이 정도 수위로 나랏님에 대해 뭐라 얘기를 한다고 어디 지하로 끌려갈 일은 없을것 같기에 좀 넋두리를 보태자면.. 무엇보다 경제 살려달라고 귀중한 한표를 던졌더니 날로 치솟기만 하는 각종 물가에 어수선한 내각, 급기야는 소고기 문제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후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국민과의 '소통의 부재'.. 이러한 어수선한 우리네 상황에서 바라보는 버락 오바마식의 대중의 공감을 얻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은 그래서 더욱 더 절실히 가슴에 와닿는 요소가 아니었을까..

 


'정치를 하면서 가장 흐뭇한 기분을 느낄 때는 모든 사람이 우리가 방금 통과시킨 법안이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정당 소속을 떠나 모든 사람이 우리가 한 일을 잘했다고 칭찬할 때입니다.'
(P.250)

 


오바마가 한 말이다. 지금 당선에 대한 분위기도 좋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다. 아직까진 매력남인 버락 오바마의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을 넘어선 사람의 마음을 얻는 행동이 기대되어진다. 그리고 스펠링 약자도 비슷한 5BM가 우리네 2MB에게 뭔가를 좀 깨우쳐 주었으면 참 좋겠다. 변화는 항상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변화는 없고 그 고통만 너무 크기에 오바마가 일으킬 무통의 변화가 기대 된다. 

 


끝으로 이 책의 인상깊었던 점 또 하나는 이른바 블록영어(명사블록, 동사+명사블록, 전치사+명사블록)를 통한 독해학습법이었다. 각각의 연설문 마다 원문을 개재하여 간략하게 풀이를 겸하고 있다. 책상위에 이면지를 꺼내고 영어사전을 가져다 놓고 본격적으로 공부하진 않았지만 필자에겐 고교시절 그 유명한 리더스 뱅크와 대학시절 프리시피아 고시 리딩 스킬 이후로 실로 간만에 가져보는 영어독해 공부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열흘뒤면 회사의 가장 큰 행사인 경영전략회의를 하게된다. 그때 발표를 맡게 되었는데 버락 오바마의 대중 연설법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쉽고 간략하게 그리고 핵심을 콕콕 찝어서. 명확한 발음으로. 볼펜이라도 입에 물어야하나. 사투리는 어찌한다지. 바마형 헬프 미 프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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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레시피 - 한여름의 프로방스, 사랑이 있어도 나는 늘 외로운 여행자였다
김순애 지음, 강미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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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녀의 덜 만든 요리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TV를 잘 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언제던가 방송을 통해 본 적이 있던것도 같았다. 아직 30대라고 한다. 30대 후반이니 우리 누나뻘이다. 아직은 자서전이라고 쓸 만한 나이가 아닐텐데란 생각부터 들었다. 책 띠지의 사진조차 아름다웠다. 인생의 질곡 따윈 있을것 같지 않은 고운 외모이다. 텔런트 권은아씨 닮았다. 얼핏보면 7~80년대 초반 여배우 트로이카 중 1인의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듯도 하다. 저자 자신은 눈, 코, 입 시원시원한 외국 그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았다던 얼굴이라 표현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평균 이상의 미모이다. 가까이 있었으면 관심일촌을 신청했으리라.

 


그런데 이름은 다소 촌스럽다. 순애. 그건 아마 이수일과 심순애 탓이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 만만찮게 두꺼웠다. 아직 자서전이라고 쓸만한 나이가 아닐텐데란 선입견에 무슨 사연이 저리도 많을꼬란 의심까지 더해졌다. 그래서 쉽사리 땡기지가 않았던 책이었다. 어느 한순간도 맘편한 날이 없던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보기 전까진 말이다.

 


그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던 송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고.. 아마도 당신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버려졌다. 세살때.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 아니 버리더라도 마음으로는 영원히 버리지 않을것이다 아마.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었나 보다. 그래서 그녀를 버린 조국과 어머니를 그렇게 못내 그리워 했었나 보다. 그리고는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다. 그녀는 양부모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표하고 있지만 독자의 눈으로 보았을때 그녀의 양어머니와의 관계는 그다지 좋아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좋은 환경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나 싶더니 이내 또 방황의 연속이다. 남들보다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 월반까지 했던 우수한 대한의 딸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유럽으로 떠난다. 일년간 머물것이라고 얘길 했지만 십년이 될 지는 그땐 몰랐다.

 


그녀에게 있어 유럽은 그 존재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고향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 순애 누나는 방황을 끝낼것인가. 그곳에서 스웨덴인 남자친구인 요아킴을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스웨덴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에게 배신을 당하게 되는 순애 누나. 열심히 스웨덴 언어를 배우고 스웨덴 요리를 연마하였으며 결국엔 '얀손의 유혹'까지 터득했는데 말이다.

 


그 후 스물 두살이 되던해 그녀는 록시땅이란 꽤 큰 화장품 회사의 창업자인 올리비에 보쏭과 만나게 된다. 비록 그가 이혼 전이기는 했지만 특히나 요리를 좋아했던 그였기에 필자는 그녀와 그의 만남이 스무살 가까이 나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했었다. 한동안 그녀는 방황을 끝내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의 상태인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경제적인 안정은 그녀의 끝없는 숙제와도 같았던 자아정체성 찾기에는 별다른 도움이 못되었다. 단지 다른 사람에게서 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렀을 뿐.

 


그리고 나서 언급되는 '그녀를 스쳐가 남자들'식의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안드는 부분들이었다. 글쎄 나로서는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고 동조하기 쉽지않은 만남들이다. 왜그랬을까 싶다. 대체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이길래.

 


지금 그녀는 그때의 그 기억들이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자양분이 되어 성공한 요리 컬럼니스트이자 리빙&요리 관련 잡지의 창업자이자 작가라는 이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간 수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이제 홀로서기에 성공하게 되었다. 그녀이 인생 이야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랑에 있어서도 보다 좋은 상황이 되었으면 보기가 훨씬 더 좋으련만..

 


레시피는 조리법이다. 요리를 잘하는 이라 그런지 글쓰는것 또한 정성스럽게 요리를 하듯 하나하나 표현해 내는 솜씨가 꽤 맛깔스럽다. 그녀의 '인생'이란 요리의 레시피를 잠깐이나마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요리중이다. 이 이야기들 또한 그녀가 덜 만든 요리이다. 평생 결혼을 할 것 같지 않았던 필자의 친누나는 작년에 뒤늦은 결혼을 하셨다. 그리고 30대 후반의 나이에 첫아기를 출산했다. 우리 누나는 이제 시작이다. 순애 누나도 이제 시작이다. 그녀의 인생이란 요리가 많은 이들에게 감미로운 맛으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성공적인 요리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작가의 이력답게 이 책은 각 장마다 말미에 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요리들의 레시피가 실려있다. 대부분이 생소한 재료로 만든 이국적인 요리라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요리를 거의 못한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또한 색다른 묘미로 다가올듯 하다. 그런 묘미를 놓쳐버린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웠었다. 요리란 그녀에게 있어 세상과 소통하는 또다른 언어였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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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잘 아는 사람의 의외의 모습을 훔쳐본 기분

 

 

 

발랄한 책 표지 별난 제목 그리고 배꼽 빠지는 웃음을 표방한다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의외로 이 책은 필자에게 살짝 감동스럽게 다가온 책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그저그럴꺼야란 예상을 뒤엎고 꽤 흥미진진하게 봤던것 같다.

 


그 시작은 우선 이 책의 저자인 다카노 히데유키란 인물에서 출발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게 쓴다. 이것이 다카노 히데유키의 모토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간 중국의 깊은산으로 '야인'을 찾으러 가기도 했고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 아프리카의 오지를 탐험하기도 했으며 아편 재배를 하는 소수민족과 함께 사는등의 기행을 행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한없는 귀차니즘을 지닌 가난한 작가로 변모한다. 인스턴트 카레를 데우지도 않고 그냥 먹을 정도로.. 참 별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기분은 무얼까? 왜 그런 그가 한없이 부러워지는 것일까?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세계 각국의 이상한 곳만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3분카레를 데우지 않고 그냥 밥에 비벼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최소한 다카노 히데유키에겐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도 재테크나 내집 마련, 결혼 및 출산등에 관한 압박감은 없어 보였다. 아마도 그에겐 청약저축 통장 따위는 없으리라.

 


이 책은 그런 그가 여행지에서가 아닌 바로 그의 조국인 일본, 그리고 그 수도인 도쿄에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 여덟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처음 그가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된 동기는 단순히 오지를 여행하는데 필요한 현지 언어를 배우기 위함이었다. 아프리카 콩고로 '무벰베'란 괴물을 찾아 떠나는데 정작 필요한건 참으로 아이러니 하게도 프랑스어였다. 콩고가 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던것. 그래서 그는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 프랑스 삘 나는 파리지앤에게 프랑스어 개인교습을 받는다. 일본의 '무도'를 배우기 위해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 왔다는 그녀. 프랑스어 수업은 대충대충 한 편이지만 다카노는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국제적인 감각을 배우게 된다. 그녀는 이미 아프리카를 종단한 경험과 그 외 수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했던것이다.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일본이란 나라안에서만 그간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로 살았던가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하니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만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후로 다카노의 오지탐험에 대한 동경과 그를 실현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은 링갈라어를 쓰는 자이르인 친구를 만나게 해주었고 그리고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성에 의하긴 했지만 스페인어도 배우고 후세인 정권하의 이라크에서 생활해 보고 싶다는 엽기발랄한 동기로 이라크인 친구도 만나게 된다. 이런식의 만남 이런식의 이야기도 물론 흥미롭긴 하지만 필자가 이 책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돈을 벌러 일본으로 왔다던 페루인 친구의 이야기와 시각장애인인 야구광 수단인 어린친구의 이야기였다. 무려 백명이 넘는 우에키라는 이름을 가진 페루인으로 남게된 사연. 잘사는 나라를 동경하며 물건너 왔건만 머나먼 타국에서 느꼈을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그걸 치유해가는 두 젊은이의 아름다운 우정. 우리에게도 익숙한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과 유난히 크고 맑아 슬퍼보이던 그들의 눈동자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필자가 제대후 아르바이트 하던 섬유공장에서 같은 이유로한국행을 행했던 스리랑카 처녀 구나세나의 서툰 재봉질에 찍힌 피흐르던 손가락. 그 서툰 솜씨 만큼이나 어색한 한국말로 오빠 오빠 눈물을 흘리며 날 부르던 10년전의 그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 이야기였다.

 


우리는 첫 눈에 반한다는 표현을 쓰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그 수단인 야구광 친구는 첫 귀에 반한다란 표현을 썼더랬다. 그래서 자기의 이상형은 목소리가 예쁜 여자였다고. 점자책, 오디오북이 넘쳐나는 일본이 그래서 좋았다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독서에 취미가 없는 다카노에게 왜 책을 안읽느냐고 구박하던 그 수단인 어린친구. 야구를 한 번도 본적이 없고 야구공 조차도 만져본적이 없지만 라디오 야구중계로 일본어를 배우고 히로시마 카프이 열렬한 팬이 되었다던 그 친구. 라디오를 깜박잊고 두고 찾아간 도쿄돔에서의 야구관람. 그리고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둘만의 현장 야구중계. 돌아오는 길에 그 눈 먼 야구광 친구를 위해 생일선물로 야구공을 사줘야 겠다고 다짐하던 다카노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잠시 다른 입장, 남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건 보다 더 잘보이게 된다. 다카노는 자신의 조국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타인의 눈을 통해 한층 더 진실되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도쿄가 아닌 세계속의 tokyo 로서의 모습을 읽어 내었다. '마치 잘 아는 사람의 의외의 모습을 훔쳐본 기분'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때로는 자신의 조국을 혐오하는 이들에게 섭섭함도 느끼고 때로는 그를 통해 가르침도 얻고 때로는 그를 대표해 친절을 베풀기도 하였다. 비록 머리색이 다르고 눈빛깔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게 무슨 상관이랴. 내게도 야구장에서 같이 맥주를 나눠 마시며 우리 이만수 형님의 카리스마를 자랑하고 종범이 형의 천재성을 칭찬하며 승엽이의 성실함에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그런 외국인 친구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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