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잘 아는 사람의 의외의 모습을 훔쳐본 기분

 

 

 

발랄한 책 표지 별난 제목 그리고 배꼽 빠지는 웃음을 표방한다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의외로 이 책은 필자에게 살짝 감동스럽게 다가온 책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그저그럴꺼야란 예상을 뒤엎고 꽤 흥미진진하게 봤던것 같다.

 


그 시작은 우선 이 책의 저자인 다카노 히데유키란 인물에서 출발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게 쓴다. 이것이 다카노 히데유키의 모토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간 중국의 깊은산으로 '야인'을 찾으러 가기도 했고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 아프리카의 오지를 탐험하기도 했으며 아편 재배를 하는 소수민족과 함께 사는등의 기행을 행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한없는 귀차니즘을 지닌 가난한 작가로 변모한다. 인스턴트 카레를 데우지도 않고 그냥 먹을 정도로.. 참 별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기분은 무얼까? 왜 그런 그가 한없이 부러워지는 것일까?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세계 각국의 이상한 곳만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3분카레를 데우지 않고 그냥 밥에 비벼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최소한 다카노 히데유키에겐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도 재테크나 내집 마련, 결혼 및 출산등에 관한 압박감은 없어 보였다. 아마도 그에겐 청약저축 통장 따위는 없으리라.

 


이 책은 그런 그가 여행지에서가 아닌 바로 그의 조국인 일본, 그리고 그 수도인 도쿄에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 여덟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처음 그가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된 동기는 단순히 오지를 여행하는데 필요한 현지 언어를 배우기 위함이었다. 아프리카 콩고로 '무벰베'란 괴물을 찾아 떠나는데 정작 필요한건 참으로 아이러니 하게도 프랑스어였다. 콩고가 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던것. 그래서 그는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 프랑스 삘 나는 파리지앤에게 프랑스어 개인교습을 받는다. 일본의 '무도'를 배우기 위해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 왔다는 그녀. 프랑스어 수업은 대충대충 한 편이지만 다카노는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국제적인 감각을 배우게 된다. 그녀는 이미 아프리카를 종단한 경험과 그 외 수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했던것이다.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일본이란 나라안에서만 그간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로 살았던가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하니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만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후로 다카노의 오지탐험에 대한 동경과 그를 실현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은 링갈라어를 쓰는 자이르인 친구를 만나게 해주었고 그리고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성에 의하긴 했지만 스페인어도 배우고 후세인 정권하의 이라크에서 생활해 보고 싶다는 엽기발랄한 동기로 이라크인 친구도 만나게 된다. 이런식의 만남 이런식의 이야기도 물론 흥미롭긴 하지만 필자가 이 책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돈을 벌러 일본으로 왔다던 페루인 친구의 이야기와 시각장애인인 야구광 수단인 어린친구의 이야기였다. 무려 백명이 넘는 우에키라는 이름을 가진 페루인으로 남게된 사연. 잘사는 나라를 동경하며 물건너 왔건만 머나먼 타국에서 느꼈을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그걸 치유해가는 두 젊은이의 아름다운 우정. 우리에게도 익숙한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과 유난히 크고 맑아 슬퍼보이던 그들의 눈동자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필자가 제대후 아르바이트 하던 섬유공장에서 같은 이유로한국행을 행했던 스리랑카 처녀 구나세나의 서툰 재봉질에 찍힌 피흐르던 손가락. 그 서툰 솜씨 만큼이나 어색한 한국말로 오빠 오빠 눈물을 흘리며 날 부르던 10년전의 그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 이야기였다.

 


우리는 첫 눈에 반한다는 표현을 쓰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그 수단인 야구광 친구는 첫 귀에 반한다란 표현을 썼더랬다. 그래서 자기의 이상형은 목소리가 예쁜 여자였다고. 점자책, 오디오북이 넘쳐나는 일본이 그래서 좋았다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독서에 취미가 없는 다카노에게 왜 책을 안읽느냐고 구박하던 그 수단인 어린친구. 야구를 한 번도 본적이 없고 야구공 조차도 만져본적이 없지만 라디오 야구중계로 일본어를 배우고 히로시마 카프이 열렬한 팬이 되었다던 그 친구. 라디오를 깜박잊고 두고 찾아간 도쿄돔에서의 야구관람. 그리고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둘만의 현장 야구중계. 돌아오는 길에 그 눈 먼 야구광 친구를 위해 생일선물로 야구공을 사줘야 겠다고 다짐하던 다카노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잠시 다른 입장, 남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건 보다 더 잘보이게 된다. 다카노는 자신의 조국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타인의 눈을 통해 한층 더 진실되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도쿄가 아닌 세계속의 tokyo 로서의 모습을 읽어 내었다. '마치 잘 아는 사람의 의외의 모습을 훔쳐본 기분'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때로는 자신의 조국을 혐오하는 이들에게 섭섭함도 느끼고 때로는 그를 통해 가르침도 얻고 때로는 그를 대표해 친절을 베풀기도 하였다. 비록 머리색이 다르고 눈빛깔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게 무슨 상관이랴. 내게도 야구장에서 같이 맥주를 나눠 마시며 우리 이만수 형님의 카리스마를 자랑하고 종범이 형의 천재성을 칭찬하며 승엽이의 성실함에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그런 외국인 친구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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