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뿌리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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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하늘의 뿌리..

이는 곧 자연의 근원인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고자하는 이야기가 아닐까란 자의적인 해석에서 첫 장을 펴들었다..

중간 부분에 이슬람 문화권에서 말하는 '하늘의 뿌리'의 의미가 언급되는데..

근본적인 의미는 큰 차이가 없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아프리카의 코끼리는 저마다의 의미로 해석이 된다..

토착민들에겐 한 번의 사냥으로 오랜 나날동안 먹을 수 있는 풍족한 양식의 의미이고..

서구 백인들에겐 값비싼 상아의 의미이고..

이 책의 주인공들에겐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할 자연의 의미이다..

 

이 책의 남녀 주인공인..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히 짓밟히는 강제수용소에 있었던 모렐과..

군인들과 삼촌에게 강간을 당하고 스트립걸 생활을 하기도 했던 미나..

그들은 모두 상처받은 영혼들이다..

 

그들이 밝은 세상으로 나왔다고 생각이 들려던 그 후의 세월에서도..

세상은 수용소와는 다름없는 곳임을 느끼게 되었고..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소중한 그 무엇을 위하여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에 따라 그것을 지켜나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져 있다..

 


1부는 흥미롭다..

 

코끼리 사냥꾼의 심장을 향해 총탄을 날리는 모렐의 모습은 통쾌함을 전해준다..

 


2부는 다소 지루하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다..

유난히 글자도 작고 여백하나 없이 빡빡하다..

전체적인 분량도 꽤 방대한 편이고..

보기에 눈이 너무 피로함을 느꼈다..


적절하게 보기좋게 두 세권 정도로 나누어서 편집했더라면 훨씬 보기가 편했을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그런 빡빡함이 감동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된 듯 하다..

 


3부에 접어들어..


사진기자 필즈가 따라다니면서 스토리는 좀 더 가속도가 붙게 되고..

주인공 집단은 점점 막다른 길을 향해 몰려가고..

그 외롭고 숭고한 투쟁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코끼리로 대변되는 자연을 수호하는 모렐의 행동이 모국에서 칭송을 받던 무렵..

마치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IMF 시절..

국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을 던져 주었던 박찬호의 역투처럼..

그런 모렐의 투쟁은 자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대부분의 폐결핵 환자들 조차도 희망에 부풀어 있을때..

뜬금없이 날아든 모렐의 체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하는 환자들을 포기시키려고..

주임의사가 애를 먹고 있을때..

한 어린 학생이 의사에게 말한다..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라고..

 

주위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믿고..

용기를 가지고 꿋꿋하게 나아가는 이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을 주었던가..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 후기의 말을 빌리며 끝을 맺는다..

 


해방 후 수용소를 나온 모렐은 아프리카 차드로 가서 이번엔 진짜 코끼리를 보호하겠다고 나선다.

수용소라는 극한상황을 벗어난 그가 왜 또 코끼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거는 걸까.

작가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또한 여러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도 진단하고 있는 '수용소밖 세상'은 수용소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자유'나 '인권'과 같은 정신적 가치들이 "거추장스럽고 낡아빠진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오직 유용성만을 따져 발전에 방해가 되는 코끼리따윈 말살하는,

그리하여 "강제수용소로까지 치달을"지도 모를 위험한 세상인 것이다.

 

......

 

따라서 모렐이 코끼리라는 이름으로 구하려는 것은 오히려 인간이요, 인간의 존엄이다.

진보라는 허울 아래 학살되는 코끼리나, 뒤집혀서 버둥거리는 풍뎅이가 상징하는 것은 멸종 위기에 놓인 인간이며,

말살 위기에 놓인 인간의 존엄인 것이다.

그렇기에 모렐이 수용소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세상을 상대로 벌이는 건 인간의 존엄을 구하기 위한 "명예 전쟁"이다.


- 역자 후기 '절망에 맞서는 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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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p.s. i love you
모리 마사유키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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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한 그 시대의 사랑법

 


* 지은이 : 모리 마사유키

 

p.s (post script)

추신..

 

 

그것은 잊고 지나쳐 말미에 보태 쓰는 글일수도 있겠지만..

수줍은듯 말못하다 뒤늦게야 생각난듯..

그제서야 쓰게되는 진정한 속마음..

어쩌면 처음부터 진정 하고싶었던 그런 말일게다..

 

 

1988년부터 1989년까지 '만화 라이프 오리지널'에 13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이 만화는 15년이 지나서야 책으로 엮어져 발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무렵에는 지금처럼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었다..

무선호출기 조차도 제대로 보급되기전..

전화비 또한 만만찮게 비쌌던 그 시절..

파발이나 봉화 조차도 여의치 않았기에..

'편지'로 서로의 애틋한 마음을 주고 받았던 아스라한 그 시대의 사랑법을 그린 만화이다..

 

 

그림은 15년전이라 그런지..

그다지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아보이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잘 안되는 그 그림마저도..

보고있으면 부담없고 심플하고..

때로는 귀엽기까지 함을 느끼게 된다..

 

 

아키코가 겐조의 고향으로 여행을 오면서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도쿄로 다시 돌아간 아키코가 편지를 보냄으로써 두 사람의 사랑은 그 발단이 시작된다..

여행지에서 보여준 친절에 감사하며 사진을 동봉해 건네주고..

그때 두 사람의 추신은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건강에 해로워 끊고 싶어도 몸에 젖어들어 쉽사리 마음대로 끊기가 힘든 그 담배처럼..

사랑으로 인한 아픔이 두려워 다가와도 이것이 사랑이 아닐거라고..

그렇게 손사래 치게되는 담배보다도 더 끊기 힘든 그 사랑..

 

 

혼자 독립해서 밤마다 뼈저리는 외로움을 겪게되는 아키코..

아버지의 가게일을 도우며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는 겐조..

이런 두 연인은 편지라는 매체로 서로를 다독이며 다시 재회할 날만을 기다린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재회는 짧았지만 애틋했던 그 시간들..

서로의 손안에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간직한채..

그렇게 또 멀리 떨어진 두 사람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 했던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물리적인 거리는 심리적인 그리움을 점점 넘어서게 되고..

가까이 있는 다른 이성에게서 유혹도 받게되며..

두사람의 사랑은 발단과 전개의 단계를 지나 위기의 단계에 봉착하게 된다..

 

 

그렇게 강하지도..

인내심이 많지도 않다던 아키코를 남겨두고..

삿포로로 떠난 겐조..

 

 

그 후 선을 보라는 아키코 엄마의 독촉과..

술에 취한 어느밤 아키코에게 고백했던 겐조..

그런 몇가지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떨어져 있어도 서로가 진정 원하는건 바로 두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아가게 되는데..

 


겐조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고..

아키코는 도서관학을 새로 공부하게 되면서..

일년만에 두사람은 처음 만난 그곳에서 다시 해후를 하게된다..

그리고..

언젠가 꼭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겐조의 고백을 끝으로 두 연인의 편지는 끝이난다..

 


바로바로 연락을 취하고 확인을 할 수 있는 문자메세지나 핸드폰에 비해..

설레는 마음으로 몇번이나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그걸 우체통에 넣고..

답장을 기다리는 며칠간의 두근거림..

그런 편지처럼..

느리고도 조용하고 잔잔했던..

그 시대의 사랑법..

 


지금 고민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언젠가 '우리의 일'로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지금은 잠시 '나의 일'로 생각하게 해달라던..

겐조의 그런 기다림처럼..

 

 

그러기에 더 시리고 아름다웠던..

그 시대의 사랑법..

 

 

 

17년전의 어느 날이었다..

여자친구와 차음으로 크게 다툰날..

학교에서 돌아와 밤새 편지를 썼다..

책상위에 수북히 쌓인 스물다섯장의 편지지 위를..

빨갛게 물들이던 그날의 새벽해를 난 잊을 수 없다..

 

그리고..

편지로 마음을 전하던 그 시절에..

사춘기를 보냈다는 사실은..

내겐..

큰 행운이었다..

 

 


* ps : 아쉬운점 한가지


담배피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 -_-

새해가 되어 담배를 끊어야지 생각했다가도..

이 책을 보며..

주인공들이 외롭거나 가슴이 답답할때 마다 담배를 물어드는 장면을 보고..

그래 역시 저럴때 가장 큰 위로가 되는건 바로 담배야라며..

다시금 담배의 장점만을 생각하게 되는..

나 자신의 의지박약함을 탓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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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남자 1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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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은 80일이 궁금하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이림씨는 소위 말하는 '비전공자'이다. 10대때와 공과대학 재학시절에도 그는 머릿속으로 항상 만화만을 생각했다고 한다. 대학졸업 후 남들처럼 평범하게 일년간 직장을 다니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모 포탈사이트를 통해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제 어엿한 만화가가 되었다. 그런 이력을 지닌 탓인지 '작가의 말'이 유난히 내 마음을 울렸던 책이다. 책의 내용을 떠나서 난 이런 사람들이 좋다.

 


'항상 마주하고 있어 볼 수 없는 달의 뒤통수.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는 마주할 수 없는 태양.

 

'꿈'이란 걸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녀석은 제 등 뒤에서
항상 제가 돌아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더군요.

 

(중략)

 

잘 업어서 한 발 한 발 내딛어 봅니다.
등 뒤에 있어서 볼 수는 없지만 분명히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앞만 잘 보고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히 걸어가야겠습니다.'

 

(작가의 말 中)

 


그림이 참 예쁘다. 전반적으로 책도 예쁘다. 종이질 마저도 맨질맨질하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제목은 섬뜩하다. 죽는 남자라니.. 우리 회사 신은자 부장 딸내미와 이름이 같은 주인공 서영이는 악성뇌종양 3기로 100일 밖에 못 산다는 진단을 받는다. 돈 많은 아버지 덕택에 좋은 집에 좋은 차에.. 뚜렷한 직업도 없이 흥청망청 살던 주인공. 그랬던 그도 당장 100일밖에 못산다는 사형선고를 받으니 변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여자친구를 매정하게 차버리는 것이었다. 그녀의 세번째 남자친구였던 그는 첫번째, 두번째 남자 친구처럼 먼 훗날 자신도 그렇게 잊혀지길 원했다. 그래서 매몰차게 돌아섰다. 하지만 그녀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녀를 평생동안 지켜줄 좋은 남자친구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그 친구는 영 못마땅하다. 사람은 진국이데 자신감이 너무 없고 체력도 약하다. 그래서 새벽운동을 시킨다. 자기처럼 건강상의 이유로 그녀를 떠나게 되면 안될 노릇이니 말이다. 이미 제멋대로이던 그는 이렇게 서서히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며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그리고 일전에 만났던 노숙자 영감을 찾아가 이빨을 드러내고 손톱을 세워 세상을 향해 당당히 맞서도록 자극을 준다. 앞으로 살 날은 100일밖에 남질 않았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새엄마가 아버지의 회사를 홀랑 해먹을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하게 된다. 죽는 남자는 참 바쁘다.

 


그러다 보니 이제 80일이 남았다.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남기고 이렇게 1부는 끝이 난다. 자신에게 남은 생의 소중한 100일을 온전히 타인을 위해 쓰기로 결심한 남자. 잠시나마 필자도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내게 100일의 시간만이 존재한다면 물론 지금처럼 태평스럽게 집에서 책이나 보고 글이나 쓰고 이러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주인공 처럼 남을 위해서 그 시간을 다 써버리진 못할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강풀씨가 평한대로 '100일후에 죽는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100일을 더 사는 남자의 이야기였다.'란 말이 더욱 더 가슴깊이 와닿았나 보다. 흔히 우리는 시간을 죽인다는 표현을 쓴다. 정신 차리자. 소모하지 말고 창조하며 하루 하루를 소중히 살아가자. 만화라고 우습게 보았다가 새삼 큰 교훈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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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씨 안녕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5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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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 신이치의 초기 단편집

 

 

 

세번째로 만나 본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다. 모름지기 시리즈란 횟수가 거듭될수록 진화해야 할터인데 앞서 두 작품에서 언급한 '뒷통수 치기' 면에서는 이 책은 좀 강도가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례적으로 책 말미에 '저자 후기'가 수록되어있어 읽어 보았는데 그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듯 하다. 이 책이 시리즈 중 열다섯번째인데 개재된 모든 작품들이 1961년 6월 이전의 작품인 그의 초기 단편집이라고 한다. 쇼트 쇼트 (초단편 소설) 시리즈를 처음 쓴 것이 1957년 SF 동인지 '우주인'의 창간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하니 그의 초기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된 듯 하다.

 


우주인이다 아니다 우주관광객이다 뭐다 남의 나라 기술이 어쩌고 우리나라 기술이 어쩌고 말들이 많지만 다 차치하고 한 두달여 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소연양이 대기권 밖으로 살짝 나갔다가 돌아왔다. 후원한 모 방송사의 지나친설레발이로 그 의미라든지 여타 여러가지로 본인은 무덤덤하게 받아 들였던 면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우주 시대로의 도전을 시작했다는 면에서는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그 사건과 맞물려 그 즈음에 이 책을 알게 되어 그런지 의미가 남달랐던 책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 보다 거의 50년이나 앞선 1961년 4월 구 소련의 가가린 소좌는 벌써 대기권 밖을 나갔다가 왔다. 그 당시 '주간 아사히'가 우주 특집을 간행했을때 이 책 중 세가지 이야기들이 실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동경과 열망이 유행이 되었을 때 덕분에 호시 신이치도 그 우주 이야기들을 토대로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그에게도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그 우주시대의 유행이 반영된 것이니 우주와 외계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미래 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재미나게 그려낸 발군의 솜씨는 초기 작품집인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한 남자가 자신의 모든것을 걸고 만들었던 최첨단 '디럭스 권총'에서 시작하여 '어긋남'편에 등장하는 슈터 서비스 까지 미래의 신기한 물건이나 편의 시설들을 미리 만나보는 재미도 여전히 쏠쏠하다.

  


이번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단연 '사랑의 열쇠'이다. 앞서 거론한 그런 '미래의 신기한 물건'의 등장에만 그치지 않고 '로맨스'로 승화시켰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많은 점수를 주었다. 이제까지 본 쇼트 쇼트 스토리 중 사랑 이야기는 처음인것 같기에 말이다. 로봇도 좋고 외계인도 신기하지만 그래도 독자들의 뇌리에 깊이 남는건 애절한 러브 스토리가 아니겠는가.

 


또한 신문 기사의 형식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짜맞추어 가는 독특한 구성의 '섹스트라' 역시 흥미롭다. 섹스트라라는 진귀한 물건이 일으키는 일종의 나비효과라고나 할까? 특히나 이 작품은 호시 신이치의 작품 중 처음으로 상업지에 실렸던 작품으로 그가 작가가 된 계기가 된 작품이라하니 이번 책에서 만나본것은 나름대로 행운이었다.

 


어찌되었든 플라시보 시리즈는 계속 된단다. 앞으로도 쭈욱~ 끝으로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플라시보 시리즈는 정말 읽히기는 술술 흥미롭게 제일 잘 읽히는데 서평쓰기는 제일 어렵다. 호시 신이치처럼 마구 마구 쓸글이 번뜩번뜩 떠오르는 사람을 닮아가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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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미래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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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개인적으로 두번째로 본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이다. 전작을 워낙에 재미있게 본 터라 이 책 또한 한껏 기대감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결과는 어느 정도 만족한 편이었다. 그의 쇼트 쇼트 스토리는 여전히 부담없이 읽기에 최고로 적합하다. 출,퇴근길 버스안에서 한꼭지 한꼭지씩 밥을 기다리며 또 한꼭지 그러다 보면 어느덧 책 한권이 뚝딱이다. 이젠 시테크를 넘어 초테크의 시대라는데 그런면에서 플라시보 시리즈는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맛춤형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제목인 '한 줌의 미래'가 암시하듯이 일전에 보았던 '흔해빠진 수법'에 비해서 각각의 이야기마다 SF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것이 특징이라 생각된다. 호시 신이치는 과연 그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창작해낼까 또는 시리즈만 거창하게 많지 다 거기서 거기인 비슷비슷한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각각의 책들마다 차별화되는 주제나 소재 그리고 작품 전반에 흐르는 어떠한 기조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 말미에 아라마키 요시오가 쓴 해설을 보더라도 이 책은 그러한 면에 많은 초점을 맞춘것으로 보여진다. 요시오는 해설에서 발상의 전환을 항상 끊임없이 시도하는 호시 신이치야말로 진정한 '상식 분쇄기'란 표현을 썼다. 필자도 그 말이 신이치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는데 공감하는 바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괴독X'와 '의뢰인'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약간 비슷한 구조를 지닌 두 이야기는 충분히 모방범죄의 우려가 들게 만들 정도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섬뜩하다. 그 좋은 머리로 소설을 썼기에 망정이지 실제로 범죄에 악용했더라면?

 


그 외 '새로운 장치', '감사의 나날', '진보', '번호를 불러주세요' 등등의 작품에서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편리해진 머나먼 미래사회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역시 호시 신이치의 풍부한 상상력에 기초한 산물들이다. 흥미롭다. 일견 한없이 편리해 보이기도 한다. 나 대신 회사에 출근하는 로봇이라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지만 모든 이야기들이 끝은 항상 씁슬하다. 편한것만이 능사는 아닌 모양이다. 작자의 그런 테크놀로지와 대책없는 성장지향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매력적인 조소가 돋보였다.

 


끝으로 필자가 가장 인상깊게 본 이야기는 '성숙' 이었다. 이례적으로 분량이 여덟장이나 되는 미들 미들 스토리이다. 같이 범죄를 저지른 3인조가 한 집에 머무르면서 안에 있는 두명이 끊임없이 밖에 나가있는 보초 1인을 해치고자 모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계속 보초를 서야하는 이가 교대되니 쉽사리 살인을 저지르질 못한다. A,B,C 중 누가 누구와 짜고 결국엔 누구를 제거할지 또는 이들의 운명은 어찌될지 꽤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각가의 이야기가 나름대로 다들 반전의 묘미를 지니고 있는지라 여기서 다 밝히지는 못하지만 '불신이야말로 안전에 대한 최고의 보장인 셈이다.'란 말을 상기하며 열심히 추리해보는 시간은 나른한 오후 퇴근길에 큰 활력을 주었었다.

 


대체 몇 편까지 시리즈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호시 신이치의 다른 작품도 기다려 본다. 그리고는 갈망한다. 내 뒷통수 빵꾸나도 좋으니 마구마구 쳐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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