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레시피 - 한여름의 프로방스, 사랑이 있어도 나는 늘 외로운 여행자였다
김순애 지음, 강미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그녀의 덜 만든 요리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TV를 잘 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언제던가 방송을 통해 본 적이 있던것도 같았다. 아직 30대라고 한다. 30대 후반이니 우리 누나뻘이다. 아직은 자서전이라고 쓸 만한 나이가 아닐텐데란 생각부터 들었다. 책 띠지의 사진조차 아름다웠다. 인생의 질곡 따윈 있을것 같지 않은 고운 외모이다. 텔런트 권은아씨 닮았다. 얼핏보면 7~80년대 초반 여배우 트로이카 중 1인의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듯도 하다. 저자 자신은 눈, 코, 입 시원시원한 외국 그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았다던 얼굴이라 표현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평균 이상의 미모이다. 가까이 있었으면 관심일촌을 신청했으리라.

 


그런데 이름은 다소 촌스럽다. 순애. 그건 아마 이수일과 심순애 탓이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 만만찮게 두꺼웠다. 아직 자서전이라고 쓸만한 나이가 아닐텐데란 선입견에 무슨 사연이 저리도 많을꼬란 의심까지 더해졌다. 그래서 쉽사리 땡기지가 않았던 책이었다. 어느 한순간도 맘편한 날이 없던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보기 전까진 말이다.

 


그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던 송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고.. 아마도 당신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버려졌다. 세살때.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 아니 버리더라도 마음으로는 영원히 버리지 않을것이다 아마.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었나 보다. 그래서 그녀를 버린 조국과 어머니를 그렇게 못내 그리워 했었나 보다. 그리고는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다. 그녀는 양부모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표하고 있지만 독자의 눈으로 보았을때 그녀의 양어머니와의 관계는 그다지 좋아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좋은 환경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나 싶더니 이내 또 방황의 연속이다. 남들보다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 월반까지 했던 우수한 대한의 딸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유럽으로 떠난다. 일년간 머물것이라고 얘길 했지만 십년이 될 지는 그땐 몰랐다.

 


그녀에게 있어 유럽은 그 존재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고향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 순애 누나는 방황을 끝낼것인가. 그곳에서 스웨덴인 남자친구인 요아킴을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스웨덴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에게 배신을 당하게 되는 순애 누나. 열심히 스웨덴 언어를 배우고 스웨덴 요리를 연마하였으며 결국엔 '얀손의 유혹'까지 터득했는데 말이다.

 


그 후 스물 두살이 되던해 그녀는 록시땅이란 꽤 큰 화장품 회사의 창업자인 올리비에 보쏭과 만나게 된다. 비록 그가 이혼 전이기는 했지만 특히나 요리를 좋아했던 그였기에 필자는 그녀와 그의 만남이 스무살 가까이 나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했었다. 한동안 그녀는 방황을 끝내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의 상태인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경제적인 안정은 그녀의 끝없는 숙제와도 같았던 자아정체성 찾기에는 별다른 도움이 못되었다. 단지 다른 사람에게서 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렀을 뿐.

 


그리고 나서 언급되는 '그녀를 스쳐가 남자들'식의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안드는 부분들이었다. 글쎄 나로서는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고 동조하기 쉽지않은 만남들이다. 왜그랬을까 싶다. 대체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이길래.

 


지금 그녀는 그때의 그 기억들이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자양분이 되어 성공한 요리 컬럼니스트이자 리빙&요리 관련 잡지의 창업자이자 작가라는 이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간 수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이제 홀로서기에 성공하게 되었다. 그녀이 인생 이야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랑에 있어서도 보다 좋은 상황이 되었으면 보기가 훨씬 더 좋으련만..

 


레시피는 조리법이다. 요리를 잘하는 이라 그런지 글쓰는것 또한 정성스럽게 요리를 하듯 하나하나 표현해 내는 솜씨가 꽤 맛깔스럽다. 그녀의 '인생'이란 요리의 레시피를 잠깐이나마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요리중이다. 이 이야기들 또한 그녀가 덜 만든 요리이다. 평생 결혼을 할 것 같지 않았던 필자의 친누나는 작년에 뒤늦은 결혼을 하셨다. 그리고 30대 후반의 나이에 첫아기를 출산했다. 우리 누나는 이제 시작이다. 순애 누나도 이제 시작이다. 그녀의 인생이란 요리가 많은 이들에게 감미로운 맛으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성공적인 요리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작가의 이력답게 이 책은 각 장마다 말미에 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요리들의 레시피가 실려있다. 대부분이 생소한 재료로 만든 이국적인 요리라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요리를 거의 못한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또한 색다른 묘미로 다가올듯 하다. 그런 묘미를 놓쳐버린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웠었다. 요리란 그녀에게 있어 세상과 소통하는 또다른 언어였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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