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주문한 책이 도착했어요. 
새봄출판사에서 나온 <나의 첫 필사노트>와 <1961>랍니다. ㅎㅎ







<나의 첫 필사노트>와 함께 도착한 새봄출판사의 또다른 책인 <1961> 
이책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콘텐츠를 책 한 권으로 감상하는 종합콘텐츠북'이라는 설명에 귀가 쫑긋해 
대체 어떻게 구성되어 있길래 그것들이 전부 책 한 권에 담길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구입한 책. 





연극의 한 장면 같은 의미심장한 사진으로 시작한 책의 중간중간 그림과 사진들이 실려 있어요. 
5.16을 배경으로 불운했던 시대와 그 역동의 시대를 지나온 이의 이야기이다 보니 
같이 실려있는 그림도 보고 있으면 그 시대의 으스스함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죠.  






'종합콘텐츠북'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책장을 조금만 넘기면 나오는 QR코드가 풀어준답니다. 
책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여러 개의 다양한 QR코드를 만날 수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으면 해당 영상, 음악, 오디오북 등으로 연결돼요.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 덕분에 영상, 음악이 결합된 이런 스마트한 종합컨텐츠북도 나올 수 있었던 듯! 
책의 시작에 '이책의 사용방법'에서도 QR코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요. ㅎㅎ 





음악이 필요할 땐 이렇게 악보와 함께 음악 QR코드도 등장!!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어 더 생생한 독서가 가능할 듯해요. 





직접 QR코드 리더기로 QR코드를 읽어봤어요. 

'이책의 사용방법' 아래에 있는 '1961' QR코드를 읽으니 이런 화면이 나오네요. 
그런데 그외 QR코드는 제대로 화면이 뜨질 않았는데요. 
영상은 9월 이후에 업로드 된다는 메시지가 떴고, 음악은 그냥 흰 화면만;;; 
뭔가 아직 준비중인 건지 아님 벌써 자료가 내려진 건지 알 수가 없네요. 
9월 이후에 영상은 띄워진다니 음악 역시 그때 쯤이면 들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 

이책 <1961>은 5.16을 계기로 진보적 정치인들에 대한 무고한 구속과 옥중생활, 죽음의 기록을 바탕으로 
소설로 재구성된 책으로, 소설과 실제 기록이 뒤섞여 있는 르포 형식의 소설이라고 해요. 
그리고 해금연주가 안진성, 그림작가 전유나, 배우들이 들려주는 오디오북도 수록되어 있답니다. 
얼른 QR코드로 이 모든 컨텐츠들을 함께 즐겨볼 수 있길 바라봅니다. ^^ 






요즘 책을 따라 적는 '필사'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이왕이면 내가 재밌고 좋아하는 작품을 따라하면 좋겠다 싶던 중 발견한 <나의 첫 필사노트>!! 
표지는 3종 랜덤과 김유정의 봄봄 두가지가 알라딘에 있길래
저는 연초록의 표지가 넘 예쁜 '김유정의 봄봄' 표지를 골랐답니다~~ 
봄 향기 물씬 풍기는 표지 그림에 책을 받아보고도 만족만족!! ㅎㅎ





<나의 첫 필사노트>에서는 세 편의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는데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만났던 그 작품! 
바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봄봄>이랍니다. 





책장을 넘기면 나오는 서문을 보고 처음엔 '오잉? 왜 같은 글이 양면에??' 했는데요. 
다시 보니 한쪽은 인쇄 활자 버전, 다른 한쪽은 '필사노트'의 예시인 손글씨 버전이더라구요. ㅎㅎ 
서문부터 책의 활용법을 출판사 대표님이 직접 알려주시는 책은 처음이라며~~ 
마음에 드는 구절에는 밑줄이나 별표도 넣고, 첨가사항도 적고.. 
친절한 서문을 보고 나니 <나의 첫 필사노트>를 어떻게 쓰면 되는지 바로 알겠더라죠! ^^ 





<나의 첫 필사노트>는 세 편의 단편소설 모두 처음엔 필사 버전이, 그 다음엔 소설 원문이 실려 있는데요. 
'일러두기'에서 필사 버전에서는 문장과 단어를 최대한 현대식 표현으로 수정했고, 
옮겨 적기 불편한 부분은 문장의 구조를 재배열하거나 첨삭하는 등 과감한 수정을 하였다고요, 
작품을 옮겨 적는 독자들의 이해를 최대한 돕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반면 원문 버전에서는 최대한 원문을 살려서 실었다고 하니 원작을 그대로 만날 수도 있구요. 

'필사 버전'에서는 왼쪽에는 소설 텍스트가, 오른쪽에는 옮겨 적을 수 있는 빈공간이 있어요. 
위에 대표님이 직접 시범을 보이신 '서문'처럼 작품을 읽으면서 노트처럼 책에 바로 필사할 수 있어요. 
<나의 첫 필사노트>라는 제목의 '필사노트'라는 의미가 팍팍!! ㅎㅎ 





'필사 버전'의 소설이 끝이 나면 막간을 이용한 작가와 작품 정보가 간략히 실려 있어요. 
이름하야~ '필사를 위한 몇 가지 도움말'!! ㅎㅎ 





그리고 마지막에는 작품 원문을 그대로 만날 수 있는 '원문 버전'이 실려 있어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봄봄> 모두 요런 구성을 갖고 있답니다. ㅎㅎ 

좋아하는 작가들의 좋아하는 작품을 이렇게 필사할 수 있는 책을 만난 게 무척 반가웠어요. 
컴퓨터 자판이나 스마트폰을 만지며 사는 날이 많다보니 직접 펜을 들고 글을 쓰는 게 어느새 어색해지고 
예전엔 반듯반듯 예쁘다고 곧잘 칭찬받던 글씨도 삐뚤빼뚤 못난이가 되어가고 있는데요. 
이책을 통해 직접 손글씨를 쓰는 즐거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헛, 쓰다보니 글이 넘 길어졌는데;;
어쨌거나 다시 펜을 잡고 손글씨의 감을 되찾으면 본격적인 필사를 시작해 보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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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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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날 준비를 하는 이들에겐 다양한 정보로 여행 길잡이를, 마음은 굴뚝 같으나 일상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이들에겐 간접여행의 대리만족을, 떠날 생각 없는 이들에게조차 책장을 넘기는 동안 에세이의 재미를 넘어 저절로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매력을 품은 책이 바로 여행에세이다. 그런 점에서 이책 <함께, 다시,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진작가의 향기가 느껴지는 멋진 사진들에 감탄하고, 부부가 제각각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에 공감하며, 하나씩 풀어내는 보석같은 장소들에 눈을 반짝이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그들을 따라 이미 유럽의 어딘가로 달리고 있다. 더불이 그들이 다녀온 여행 루트나 직접 준비하고 몸소 겪은 장기여행 꿀팁까지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으니 <함께, 다시, 여행>은 매력돋는 유럽여행 에세이다.





  이책을 알게 된 건 우연히 포털에서 클릭한 기사 덕분이었다. 신혼여행으로 414일 간 세계여행을 떠난 신혼부부, 그 흔한 커플링 하나 없이 결혼을 했고 그동안 모아둔 돈과 갖고 있는 물건들을 처분해 마련한 경비로 장기여행길에 올랐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세 개의 대륙에서 일년 넘는 시간을 함께 여행하는 동안 한 번도 안 싸웠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대체 이런 용기와 이해심을 가진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졌다. 그 호기심이 <함께, 다시, 유럽>을 펼치게 만들었다. 

  중남미 222일, 유럽 96일, 북미 96일로 총 414일 간 이어진 그들 부부의 신혼여행 루트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책의 앞부분에 공개되어 있다. 여행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문득 여행은 중남미에서 시작됐는데 왜 첫 여행책의 장소로 유럽을 골랐을까 하고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앞서 저자 서문에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이 나와 있는데,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먼 남미보다 친숙한 유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이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란다. 그런 이유로 그들 부부가 여행한 세 대륙 중 유럽 여행이야기가 먼저 세상에 나왔다. 


  남미를 여행하고 왔다고 하면 용기가 대단하다며 다들 놀라워하지만 그뿐입니다. 그러나 정작 유럽 여행 얘기를 풀어내면 눈을 더 반짝이며 빠져 듣곤 합니다. 질문도 훨씬 많고요. (중략) 아직 멀고 멀게만 느껴지는 남미보다 언제고 한 번 갈 수 있을 것 같은 유럽이 더 친근하게 와 닿나 봐요. 그래서 이책에는 조금 먼저 들려주고 싶은 유럽 여행에 대한 기록을 담았습니다. (22~23쪽, '그녀'의 서문 중)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있었더라도 여행은 각자에게 다르게 기억된다. 일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개의 대륙을 여행한 그들 부부 역시 마찬가지였고, 서로의 다른 기억을 함께 이야기 해보자는 것이 이책을 쓴 동기였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다시, 유럽>은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함께 담겼고, 그들의 유럽 여행을 관통하는 스무 개의 테마에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담긴 마흔 개의 이야기 보따리로 채워졌다. 

  비밀장소, 마을, 섬, 낭만, 드라이브, 영화, 축제, 건축, 사람, 공연, 아침, 밤 등의 테마별로 여행자의 궁극의 추억들만 골라 공유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이책의 장점이다. 또한 책의 순서나 흐름에 관계없이 관심있는 주제를 찾아 읽어도 좋다. 주제별로 담긴 그와 그녀의 이야기 모두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라 (묵직한 책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면) 들고 다니며 틈틈이 한 꼭지씩 읽기에 좋다. 그들 여행 경로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여행하듯 따라가고 싶었던 독자라면 이런 주제별 구성이 다소 아쉬겠지만, 이책의 집필 동기 자체가 서로의 다른 기억을 함께 풀어내는 것에 있었으니 그런 점에선 의도에 충실한 구성이라 하겠다.


  사람들의 얼굴이 제각각인 것처럼 성격도 다르고, 보고 싶은 것, 경험하고 싶은 것도 제각각 다르다. 또, 그날그날의 기분이나 몸 상태에 따라서 여행지에서 받는 느낌과 감동도 각자 다른 게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 좋았다고 극찬하는 그곳에 대해 난 별로였다 말하기를 꺼린다.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고, 다른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을 수 없고, 똑같이 살 수 있다 해도 그게 진짜 행복은 아닌데 말이다. (15쪽, '그'의 서문 중)






  <함께, 다시, 여행>은 시작부터 한 장의 동굴 사진만으로 나를 매료시켰다. 스무 개의 주제 중 처음으로 말을 건 테마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비밀장소였는데, 그가 꼽은 포르투칼 베나길의 해식동굴인 히든비치는 사진만으로도 감탄사를 뽑아내며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 역시 웅녀히 본 한 장의 사진에 반해 물어물어 어렵사리 찾은 곳이라는데, 그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만으로도 그런 고생을 할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였다. 이런 멋진 곳에 온전히 둘의 시간을 보내다 왔다니 그들 부부의 여행이 한층 더 흥미로워졌고 책장 넘어가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들 부부가 꼽은 유럽의 곳곳은 익숙한 곳도 있고 낯선 곳도 있었는데, 각각 나름의 인상을 남겼다. 작년에 다녀온 남해의 독일마을이 떠오르는 파스텔톤의 그림 같은 풍경의 스페인 네르하에서는 두 손 꼭 잡고 길을 걷는 노부부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인상적이었고, 열 갈래쯤 뻗은 화살표 표지판이 안내하는 스위스 체르마트는 컨디션에 따라 원하면 언제든지 트레킹 코스를 바꿔 걸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체력을 길러 마터호른이 지키고 있는 체르마트 트레킹 코스에 도전해보고픈 생각도 들었다. 도대체 어디일까 궁금했던 책표지는 그녀의 드라이브 장소로 꼽힌 야생의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사진이었고, 나에겐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로맨틱한 공간으로 기억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그에겐 살고 싶은 유럽의 도시로 꼽혔다.

  그가 고요한 아침을 만끽했다던 이탈리아의 치비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델이라는 말에 책에는 없는 치비타의 전경을 보려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고, 니스에서 마티스와 샤갈의 작은 미술관을 찾거나 꼭 가보고 싶었던 이탈리아 폼페이나 스페인의 가우디 건축물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부러움에 침을 꼴깍 삼켰다. 반면 그 즐거움이 상상이 되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끄의 거꾸로 집 이야기는 웃음을 머금게 했다. 사진만으로 로망이 되어버린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수상 오페라도 기억에 남지만, 느린 여행자가 누리는 카페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은 내가 직접 경험해 봤기에 더 공감이 됐다.





  저자인 '그'의 직업이 사진작가인 만큼 <함께, 다시, 유럽>에 담긴 여행사진들은 참 좋다.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름다운 유럽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들이 마치 그곳에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때론 한 장의 사진이 긴 글보다 더 강렬하고 생생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가. 이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풍성하게 실린 여행사진들은 <함께, 다시, 유럽>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이책이 이런 묵직함을 자랑하게 된 것 역시 고퀄의 사진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개인적으로 실려있는 사진에 설명이 전혀 없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물론 장소를 먼저 정하고 글이 진행되는 방식이라 굳이 코멘트를 요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지만, (나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간혹 어디쯤인지 지명이 뭔지 궁금해지는 사진들이 있는데 알 방법이 없어 답답할 때가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고 읽어내려 갔기에 더 여행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으로 여행을 따라가는 독자를 위해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몇 사진에는 약간의 설명을 달아주었음 어땠을까 싶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생각지도 않았던 꼭지가 나오는데, 여행의 준비부터 도착까지 장기여행의 꿀팁들을 따로 모아놨다. 여행경비 마련부터 배낭고르기, 짐싸기, 여행 정보 모으기,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사진을 위한 카메라와 데이터 보관법 같은 준비과정 등이 그들의 실제 준비과정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여행 준비가 막막했던 이들이라면 저자 부부의 경험에서 나온 친절한 조언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또한 이동 수단의 선택, 리스와 렌터카의 차이점, 렌터카 고를 때 유의점, 숙소 고르는 법, 돈 아끼는 식사법 등 여행 현장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팁들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식비 항목에서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거지처럼 때우기'라는 소제목에서 빵 터졌는데, 가장 큰 지출을 요하는 외식 대신 직접 장을 봐서 요리한 경험에서 비롯된 깨알같은 장보기와 초간단 요리 팁들을 소개한다. 그외 레포츠, 문화 관람, 축제 등 여행의 큰 즐거움인 여러 체험거리에 대한 부분도 함께 곁들여 놓았다. 





  <함께, 다시, 유럽>은 유럽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읽기 좋은 여행에세이다. 사진 작가가 찍은 유럽 분위기 물씬 풍기는 멋진 사진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고, 글 또한 술술 잘 읽히고 길이 또한 길지 않아 금방금방 넘어간다. 무엇보다 그들 부부가 소개하는 마흔 개의 추천여행지 중 잘 몰랐던 유럽의 반짝이는 장소를 많이 알게 되어 좋았다. 다음에 언젠가 유럽을 가게 된다면 이책을 길잡이 삼아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벌써 몇 곳이나 생겼고, 저자의 추천처럼 여행사진에 대해서 공부해 보고 싶어진 것도 나름 수확이었다.

 크고 묵직해서 휴대용 책으로 갖고 다니기엔 좀 부담스럽지만, 책장을 넘길 때 손에 착 달라붙는 종이의 질감이 좋고(나는 이런 것도 좀 중요한 편이라 ㅋ) 여행의 즐거움을 전해줄 여행사진의 색감도 좋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책이 참 예쁘다. 세련되고 간결한 표지 디자인의 첫 느낌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곁에 두고 자주 손을 뻗고 싶어지는 책이다. 





  처음에는 각자 따로였지만, 이번에는 '함께' '다시' 찾은 '유럽'인 만큼 <함께, 다시, 유럽>에서 그들 부부는 예전과는 달리 '함께 하는 여행'의 묘미를 느끼고 경험한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에 더욱 행복했던 그들의 여행 이야기는 이책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그래서 그들의 여행기가 즐거웠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기나긴 여행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한 관계의 성장은 물론 일상의 우리를 얽매는 소유 욕구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마음의 성장까지 얻었다니 이거야말로 정말 제대로 부러워진다.

  그들 부부가 다녀온 세계여행의 세 대륙 중 유럽이 첫 포문을 열었으니 그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은 중남미일지 북미일지 궁금해진다. 아름다운 사진과 그들만의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로 글을 풀어낸다면 어느 곳이든 좋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나는 중남미 대륙이 두 번째 책의 주인공이었으면 싶다. 너무 멀어 직접 날아가진 못하지만, 정말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은 신비로운 중남미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보고 싶기 때문이다. 용감한 도전을 아름답게 마무리한 그들 부부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














어쩌면 우리는 너무 앞만 보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정해져 있는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길이 외롭고 고달픈데도 숙명인 양 그길만을 고집한다. 빨리 간다고 해서, 멀리까지 간다고 해서 많은 것을 보는 것은 결코 아닐 텐데, 뒤처질세라 앞을 향해 열심히 걷고 또 걷는다.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보면 어떨까? 내일을 바라보기보다 오늘을 둘러보면 우리 삶이 좀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89쪽)

한국으로 돌아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자 그저 한바탕 꿈을 꾸었던 것처럼 언제 세계 여행을 하고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일상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길다고 생각했던 14개월은 인생에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음가짐이겠지요. 떠나기 전에는 무엇을 가져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주변을 신경 쓰며 전전긍긍 살았던 것 같아요. (중략)
세계 여행을 하는 동안에 길 위에서 우린 참 많이 웃고 행복했습니다. 물론 힘들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괴로워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그날의 작은 행복에 더 많이 기뻐했던 것 같습니다. (중략)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우리가 가진 거라곤 내 몸뚱이만 한 배낭 하나뿐인데 왜 이리 행복할까?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구나!` 그래서 여행을 다녀온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무언가를 넘치게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요. 이제는 모든 것을 가지려 집착하지 않고 그저 저희에게 필요한 만큼만 가지려 합니다. (386쪽)

여행의 감동은 봐야 할 것의 크기에 비례하진 않는다. 크고 대단한 것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그 여행이 결코 헛된 건 아니라는 사실! 먼 곳만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어 내리면 내 발아래의 반짝이는 은화 한 닢이 보인다. 몽트뢰의 조그마한 카페에서 되찾은 여유로운 일주일은 여행 중에 발견한 뜻밖의 행운이자 크나큰 행복이었다. (224쪽)

여행을 하면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이 있다. 잔뜩 기대에 부풀엇다고 해서 그에 부응하는 좋은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오, 항상 주위를 살핀다고 해서 나쁜 일을 모조리 피해갈 수 있는 것만도 아니더라. 여행이란 그야말로 `우연`과 `타이밍`이 만들어 내는 예측 불가능한 반전의 시나리오. 우연히 들른 한 평범한 마을에서 때마침 옆을 지나가던 꽃미남들에 이끌려 아름다운 한 쌍의 커플을 만난 것처럼. (299쪽)

여행의 추억이란 건 객관적인 기록보다는 그 이전 혹은 이후에 무엇을 했는지, 누구와 함께였는지, 당시의 기분이 어땠는지 등 지극히 주관적이고도 개인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눈은 호강했지만 결론적으로 손에는 쥘 수 없었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에서의 허무함 vs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마주보며 마음껏 웃고 즐기며 남긴 사진 한 장의 만족감.` 어쩌면 내가 경험한 것들 중 가장 보잘 것 없고 소소했던 거꾸로 집 체험이 내게는 그 어느 때보다 인상적이었던 체험으로 기억된 것처럼 말이다.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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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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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진진하면서도 진중했던 소설 《빅 피처》로 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이후 꾸준히 마니아를 형성해 왔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나왔다. 《빅 피처》 이후 연이어 읽었던 《더 잡》이나 《파이브 데이즈》처럼 이번에도 (당연히!) 눈을 떼지 못할 만큼 흡인력 있는 소설을 기대했는데, 예상외로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에세이였다. 책을 펼칠 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약간의 의심이 남아 있었지만 그의 글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삶의 깊고 진지한 이야기를 던지는 와중에도 읽는 재미와 특유의 흡인력 있는 속도감은 여전했으니 말이다. 

 '대답을 기대할 수 없는 큰 질문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빅 퀘스천》의 원제는 《all the big question》이다. 대체 어떤 물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길래 이렇게나 거창한 제목을 붙였나 호기심이 일어나 평소 잘 안 보던 목차를 살펴보니, 흐음, 제목에 걸맞게 질문 하나하나가 녹록치 않은 깊이와 통찰을 요하는 것들이다. 행복과 불행, 인생의 덫, 비극, 종교, 용서, 삶의 균형 등 작가가 이책을 통해 던지는 일곱가지 질문들은 순탄치 않았던 기본적으로 그의 인생에서 시작되었지만 사실 근본적으로 우리 모두가 고민하는 삶의 물음이 아닐까 싶다. 


1. 행복은 순간순간 나타나는 것일까? 
2. 인생의 덫은 모두 우리 스스로 놓은 것일까? 
3.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가? 
4. 비극은 우리가 살아 있는 대가인가? 
5. 영혼은 신의 손에 있을까, 길거리에 있을까? 
6. 왜‘용서’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7. 중년에 스케이트를 배우는 것은‘균형’의 적절한 은유가 될 수 있을까?


 책의 차례를 적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퀘스천》의 경우 목차 자체가 작가가 이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이며 기본 골격을 이루기에 일곱 가지 질문이자 목차를 그대로 옮겨봤다. 솔직히 차례만 봐서는 행복, 비극, 용서 등 너무 막연한 주제 같기도 하고 중년의 스케이트는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기심과 의문들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사라지고 작가가 털어놓는 그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던지는 인생에 대한 질문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는 《빅 퀘스천》에서 자신의 다소 불행했던 성장기와 불편한 부모님과의 관계, 순탄치 않았던 결혼생활과 그것을 정리하는 이혼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고통 등 그가 인생에서 직면했던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털어놓는다.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덧보탠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어떤 태도와 관점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고민해간다. 



 작가가 겪는 괴로움의 대부분은 불행한 가정에서 시작된다. 서로 맞지 않은 탓에 불화가 끊이지 않았던 부모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성장기를 보낸 그는 대학 진학으로 부모에게서 벗어나더니 아예 고국인 미국을 떠나 영국에서 자리를 잡는다. 소설가가 되기 전엔 여행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글을 썼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해 귀여운 아이들을 낳았다. 그러나 행복했던 그의 결혼 역시 그들 부모처럼 틈이 생기며 삐걱대기 시작했고 비극의 나날들이 이어졌다. 더이상 회복불가능한 상태임을 알지만 가정을 깨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불안하게 유지됐던 결혼생활은 결국 종지부를 찍었고, 이혼은 그를 비극에서 건져내주는 계기가 되었다. 드디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에 걸쳐 자신의 결혼과 이혼을 언급하며 이혼을 택한 것이 얼마나 옳은 결정이었는지를 끊임없이 언급한다. 더불어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지만 다른 선택을 한 지인들의 일화를 통해 돌파구 없는 결혼생활을 끌고 가면서 불행해지기보다 어렵고 힘들지만 이혼을 통해 잃어버렸던 자신의 삶과 행복을 되찾길 강조한다. 결혼생활이 힘든 커플 이야기를 할 때면 어김없이 이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어찌나 읊어대는지 가끔 그 의도가 의뭉스럽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면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의 '이혼'은 어찌보면 우리 인생에서 한때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불행을 끝낼 수 있는 '선택'의 또다른 비유가 아닐까 싶다. 


 불행한 결혼과 함께 작가를 괴롭히는 또다른 존재는 바로 그의 부모님이다. 억압적이고 고집불통인 아버지와 신경증적이고 이기적인 어머니는 끊이지 않는 불화로 어린시절 그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었고 자라서는 부모님과의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그 거리를 좁혀 다가가려는 손길을 뿌리치고 냉정한 말들로 아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겨 오랫동안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을 끊고 살았던 그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부모님의 연락으로 다시 만난다. 그렇지만 소설가로 성공한 아들에게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부모의 태도에 작가는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폭발하고 만다. 

 《빅 퀘스천》에서 던지는 행복과 인생의 덫, 기억의 조작, 비극 등은 대부분 불행했던 그의 결혼생활과 그것을 끝낸 선택인 이혼, 소통의 창구를 찾기 힘든 부모와의 관계와 관련이 있다. 때론 참을 수 없이 힘들고 견딜 수 없이 분노가 치밀지만 인생의 덫은 스스로가 놓은 것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비극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아가는 작가의 삶의 태도와 관점은 이런 복잡다단한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용서해야 한다는 그의 깨달음은 나 역시 그것을 경험했기에 더욱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의미있는 선택일 게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야 작가의 허심탄회한 고백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도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비교적 담담하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작가의 용기가 조금은 놀라웠다. 작가 역시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이야기를 거론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삶의 암울했던 단면들을 끄집어내어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런 글쓰기가 어떤 면에서는 그에게 또다른 치유의 과정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분다'에는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이 부분이 가장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데, 《빅 퀘스천》의 세번째 질문인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가?'를 읽으면서 이 구절이 다시 생각났다. 불행한 결혼은 두 사람이 사이에 일어나지만 각자 다른 기억을 남긴다. 그리고 각자 자기 입장에서 유리하게 이야기는 재구성되고 상대에 대한 분노는 커진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이런 왜곡의 과정을 솔직히 인정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써나갔다. '인생의 덫'에서 벗어나 '비극'을 극복할 치유법을 찾은 것이다. 


 책을 고를 때 제목 못지 않게 표지그림에도 관심이 많은데, 《빅 퀘스천》의 경우 제목과 표지그림이 선뜻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정쩡한 자세로 스케이트를 타는 남자의 그림이 인생의 큰 질문들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목차의 일곱번째 질문을 봤을 때도 조금은 생뚱맞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을 읽으면서 드디어 의아했던 표지그림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눈치챌 수 있었다. 스케이트 타기는 말하자면 또다른 인생 과정의 은유였던 거다. 

 삶에 산적한 온갖 문제속에서 작가는 '굳어지지 말 것, 무릎을 굽히고 균형을 잡을 것,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써 볼 것'을 당부한다. 살다보면 생각지 못했던 온갖 일들이 펼쳐질 것이다. 작가처럼 불우한 성장기를 보내 부모와 불화가 있을 수도 있고,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로 인해 불행할 수도 있고, 아이가 간질과 자폐 진단을 받아 부모를 비탄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유연함을 잃지 않고 삶의 균형을 지키며 어떻게든 나아간다면 우리 인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미워했던 부모를 용서하거나, 이혼을 결심함으로써 불행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찾거나, 희생과 노력으로 아들의 장애를 딛고 훌륭히 키워낸 작가처럼 말이다. 


 가볍지 않은 삶의 질문을 다루는 에세이이지만 《빅 퀘스천》은 그리 어렵지 않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소설 못지 않게 속도감 있게 술술 잘 읽힌다. 자신의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비록 이름과 직업은 바꾸었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지인들의 일화들도 재미를 더한다. 그럼에도 제목의 묵직함에 걸맞는 진지하고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내용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가와 함께 '빅퀘스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만든다. 잘 읽히지만 마냥 가볍지 않은 것이 이책의 장점이다. 더불어 이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인생의 여러 문제들에 부딪쳐 힘들 때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하다면 이책 《빅 퀘스천》을 추천하고 싶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만만찮은 삶의 어려움을 먼저 경험한 인생 선배로서 들려주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꼭 큰 문제에 부딪친 것은 아니지만 보다 당당한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이에게도 이책을 권한다. 작가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면에서 참고하거나 고민해볼 부분이 많은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 





`계속 달리지 않으면 내가 달리 뭘 할 수 있을까?` (중략) `인생에는 힘든 길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에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게 아닐까?` 특별한 일, 즐거운 일, 평범한 일 속에서 우리는 목전에 임박한 비극과 부조리한 운명을 헤치고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돌고 또 돌고 또 돌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지럽고 어렵고 어마어마한 신비를 껴안기 위해 우리는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나는 멋진 자세는 아닐지언정 비교적 무난하게 스케이트 링크를 돌고 있었다. 동그란 원은 최종 목적지도, 미래도, 종착지도 없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처음이므로 나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얼음 위를 미끄러지며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알고 싶어도 내 앞에 펼쳐질 미래를 알 수는 없지 않은가?`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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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日 매일 한병 : 다이어트 스무디 - 마시면서 건강하게, 매일매일 예뻐지게! F·book Spoon 3
김수연 지음 / 포북(for boo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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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과일 스무디부터 건강을 생각하는 그린 스무디, 한끼 식사 대용으로 거뜬한 단백질 스무디까지 요즘 다양한 스무디가 인기다. 카페에서 비싼 돈주고 사먹다 보니 슬슬 본전 생각이 났다. 별로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데 스무디를 집에서 직접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어 먹어보면 어떨까 하고 찾다가 나의 고민에 맞춤형 같은 책을 찾았다. 바로 에프북의 요리서 <매일 한병 : 다이어트 스무디>가 그책이다. '다이어트라 쓰고 면역력을 쑥쑥 키워주는 그린그린한 음식들'이라니, 단지 이책을 펼치는 것만으로 벌써 내 몸의 독소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건강함이 전해진다. 

<매일 한병 : 다이어트 스무디>는 에프북의 <매일 두부>, <매일 달걀>에 이은 '매일 요리 시리즈(?)'인 '에프북 스푼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란다. 세 권 모두 같은 저자라는 것도 재미있다. '에프북 스푼시리즈'라는 이름이 그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한병 : 다이어트 스무디>는 요리책치고는 얇고 가볍다. 종이질이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고(나는 은근 이런 질감을 좀 따지는 편이다 ^^;), 큼직하게 실린 음식 사진들과 깔끔하고 세련된 편집도 이책에 대한 애정을 샘솟게 한다. 무엇보다 얇으나 스무디에 대한 알찬 정보와 레시피만 쏙쏙 뽑아서 한가득 실속있게 채워놓았다는 게 이책의 장점이다. 게다가 책값도 착하다! (요즘 같은 때 이것도 중요하다 ㅋ) 




즙만 취해서 마시는 착즙 주스와 달리 스무디는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재료 전부를 갈아먹는 게 특징이다. 재료인 야채와 과일을 통째로 갈아서 마시기 때문에 갖가지 영양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잘게 갈기 때문에 영양소 흡수도 쉽다. (요즘 유행하는 ㅇㅇ주스들이 모두 '갈아서' 마시는 것과 같은 이유다) 특히 채소와 과일의 풍성한 섬유소는 체내 독소와 노폐물 배출을 촉진시켜 다이어트의 적인 변비 해소에도 좋다고.

영양소는 많고 칼로리는 낮아 건강과 미용까지 다 잡는 스무디를 마실 때도 지켜주면 좋은 규칙이 있다. 가능한 갈아서 즉시 마시고, 적은 양이라도 매일 꾸준히 먹으며, 이왕이면 아침에 마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식사 대용으로 마셔주면 좋단다. 더불어 소화 흡수가 잘 되도록 천천히 조금씩 마시고, 다른 음식과 같이 먹지 않는 게 좋단다. 음식은 스무디를 마신 지 한 시간 정도 지나 배가 출출해질 때가 먹으라고. 




몸에 좋은 요리는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요리인 듯 요리 아닌' 스무디의 매력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재료는 물론 레시피도 초간단이다. 준비한 야채와 과일을 깨끗하게 씻어서 자른 다음 약간의 물과 함께 믹서에 넣어 갈아주기만 하면 된다. 재료만 미리 손질해두다면 바쁜 아침에도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 바로 마실 수 있다는 건 직장인들에겐 꽤나 큰 장점이다. 그런 이유로 어떤 스무디를 먹을지 레시피를 정했다면 일주일치 정도를 미리 손질해서 담아두고 먹으면 편리하다. 

 <매일 한병 : 다이어트 스무디>는 이렇게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스무디를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57가지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그냥 무작정 레시피를 펼쳐두는 게 아니라 삼시세끼에 걸맞는 레시피들끼리 모아두었다. 아침식사 대용으로는 채소와 과일로 만든 저칼로리 그린스무디를, 점심식사 대용은 비타민 식이섬유 미네랄이 풍부한 달달한 과일스무디를, 저녁식사 대용으로는 두유 요구르트 아몬드밀크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단백질 스무디 레시피들을 소개한다. 재료와 특성에 따라 이렇게 나뉘지만 만들기 쉽고 영양 가득하다는 점은 모두 같다. 




다양한 스무디 레시피들을 펼쳐보이기 전에 이책을 만든 에프북의 이야기가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데, 나는 그 글들이 참 좋았다. 비록 만난 적은 없지만 글을 통해 그들이 이책을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는지, 이책의 기획의도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길지 않은 그 글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또는 정말로 큰 효과가 있기에 '다이어트'를 앞세웠지만, 실은 그것보다 살아있는 생것으로 만든 스무디로 우리 몸을 정화하고 면역력을 키워 건강이 있다는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예쁜 책에 만든이의 예쁜 마음이 같이 담긴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레시피와 만들기에 들어가기 전에 스무디 재료준비 방법, 스무디용 믹서 종류와 그에 따라 재료를 넣는 순서, 스무디를 담는 용기 등에 대한 소소하지만 실은 꼭 필요한 정보들이 실려 있다. 그리고 아침, 점심, 저녁 스무디 레시피 앞머리에도 각 스무디의 특성이나 효능, 영양성분 체크할 것 등에 대한 내용이 걸려 있는데, 이것 역시 알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알찬 정보들이었다. 스무디에 대해 조금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들이라고나 할까. 




<매일 한병 : 다이어트 스무디>는 그냥 카페 갈 때마다 사먹던 스무디에 대한 여러 유용한 정보들과 함께 먹거리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책이었다. 소중한 내몸을 위해 내일부터 아주 조금만 부지런을 떨어봐야겠다. 야채와 과일을 썰어 물을 조금 붓고 믹서기에 돌려 완성될 영양 가득한 스무디를 매일 한잔씩 꾸준히 마신 덕분에 좀더 예뻐지고 건강해져 있을 나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에프북의 책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책이 예쁘고 알차게 잘 만들어져 있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매일 ㅇㅇ' 시리즈의 다른 책인 <매일 두부>도 궁금하고, '에프북 생활시리즈' 중 요즘 꽂혀있는 천연세제를 다룬 것 같은 <생활 세제>나 부모님이 좋아하실 듯한 <생활 약차> 책도 궁금해진다. 이책들은 조만간 만나볼 계획이다. <매일 한병 : 다이어트 스무디> 만큼 예쁘고 속이 꽉찬 책이길 바라본다. :) 





다이어트만 생각하는 책은 아닙니다! 면역력 키우면서 예뻐지자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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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김준 지음, 이혜민 그림 / 글길나루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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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이 헛헛할 때 시(詩)를 읽곤 한다. 시를 잘 모르지만, 함축되고 상징적인 언어들의 향연이 때론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서 다른 책에 비해 시집엔 쉽게 손이 잘 안 가지만, 그럼에도 시가 땡길 때가 있다. 시인이 고심해 고르고 단련한 정제된 시어들이 펼쳐지면서 시만이 품을 수 있는 감성과 위로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들을 고르다 특히 시를 좋아하는 엄마 선물로 적당한 시집을 찾다 김준의 시화집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를 만났다. 애틋하고 감성적인 제목도 좋았지만 표지를 장식하는 향토적이면서도 따듯한 그림도 마음에 들었다. 엄마에게 시와 함께 멋진 그림이 함께 담긴 시집을 선물할 생각을 하니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해져, 내가 먼저 미리 만나보았다.





이혜민 화가의 향토적이면서도 조금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멋진 그림들과 함께 흐르는 김준 시인의 시들을 읽으니 가장 먼저 짙은 그리움과 슬픔이 느껴졌다. 읽는 이의 마음까지 짠하게 만드는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에서 시작된 시들은 넘어가는 책장을 따라 어느새 이별과 슬픔, 그리고 사랑으로 이어졌다.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에서 시인은 사랑의 기쁨과 찬란함에 대해서도 노래하지만,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역시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때문에 힘들어 하고 그립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슬픔이 김준 시인 특유의 감성 가득하고 애잔한 시어로 독자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경험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슬픔과 그리움이 그의 시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시와 짝을 이뤄 실려있는 이혜민 화가의 그림들은 시의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파스텔톤의 자연의 풍경과 향토적인 인물이 어우러진 그의 그림은 참 따듯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 마음을 토닥토닥 어루만져 위로받는 느낌이다. 조심스레 내어놓는 시인의 고백을 그림들이 보듬어 주는 것 같다. 이혜민 화가의 아름다운 그림들은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를 읽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많은 사랑이 이별을 맞고 그로인해 슬픔과 그리움의 편린들을 남긴다. 이별은 놓지 못하는 사랑으로 인해 깊어지는 슬픔과 그리움의 유예기간을 만든다. 김준 시인의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는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슬픔, 깊은 그리움을 시인 특유의 감수성 가득한 시들로 담아낸 시화집이다. 함께 온 이혜민 화가의 그림이 담긴 엽서들도 너무 좋다. :)












바람처럼


아주 먼 세월이 지나서
우리 다시 만나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기로 해요


너무 짧은 순간이라서

그가 누구였던가를
생각하지도 않기로 해요

살아가는 동안에
어떻게 변하고
또는 얼마나 행복한지를
절대 궁금해하지도 말기로 해요

우린 더 이상 슬픈 인연이란
거짓말로 살지 않아야 해요

그래야 해요










참, 책의 끝부분에는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의 감동을 함께 전해준 이혜민 화가의 소개와 이책에 실린 그의 그림 목록들이 따로 정리되어 있다. 모든 그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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