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김준 지음, 이혜민 그림 / 글길나루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마음이 헛헛할 때 시(詩)를 읽곤 한다. 시를 잘 모르지만, 함축되고 상징적인 언어들의 향연이 때론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서 다른 책에 비해 시집엔 쉽게 손이 잘 안 가지만, 그럼에도 시가 땡길 때가 있다. 시인이 고심해 고르고 단련한 정제된 시어들이 펼쳐지면서 시만이 품을 수 있는 감성과 위로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들을 고르다 특히 시를 좋아하는 엄마 선물로 적당한 시집을 찾다 김준의 시화집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를 만났다. 애틋하고 감성적인 제목도 좋았지만 표지를 장식하는 향토적이면서도 따듯한 그림도 마음에 들었다. 엄마에게 시와 함께 멋진 그림이 함께 담긴 시집을 선물할 생각을 하니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해져, 내가 먼저 미리 만나보았다.





이혜민 화가의 향토적이면서도 조금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멋진 그림들과 함께 흐르는 김준 시인의 시들을 읽으니 가장 먼저 짙은 그리움과 슬픔이 느껴졌다. 읽는 이의 마음까지 짠하게 만드는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에서 시작된 시들은 넘어가는 책장을 따라 어느새 이별과 슬픔, 그리고 사랑으로 이어졌다.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에서 시인은 사랑의 기쁨과 찬란함에 대해서도 노래하지만,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역시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때문에 힘들어 하고 그립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슬픔이 김준 시인 특유의 감성 가득하고 애잔한 시어로 독자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경험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슬픔과 그리움이 그의 시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시와 짝을 이뤄 실려있는 이혜민 화가의 그림들은 시의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파스텔톤의 자연의 풍경과 향토적인 인물이 어우러진 그의 그림은 참 따듯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 마음을 토닥토닥 어루만져 위로받는 느낌이다. 조심스레 내어놓는 시인의 고백을 그림들이 보듬어 주는 것 같다. 이혜민 화가의 아름다운 그림들은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를 읽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많은 사랑이 이별을 맞고 그로인해 슬픔과 그리움의 편린들을 남긴다. 이별은 놓지 못하는 사랑으로 인해 깊어지는 슬픔과 그리움의 유예기간을 만든다. 김준 시인의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는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슬픔, 깊은 그리움을 시인 특유의 감수성 가득한 시들로 담아낸 시화집이다. 함께 온 이혜민 화가의 그림이 담긴 엽서들도 너무 좋다. :)












바람처럼


아주 먼 세월이 지나서
우리 다시 만나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기로 해요


너무 짧은 순간이라서

그가 누구였던가를
생각하지도 않기로 해요

살아가는 동안에
어떻게 변하고
또는 얼마나 행복한지를
절대 궁금해하지도 말기로 해요

우린 더 이상 슬픈 인연이란
거짓말로 살지 않아야 해요

그래야 해요










참, 책의 끝부분에는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의 감동을 함께 전해준 이혜민 화가의 소개와 이책에 실린 그의 그림 목록들이 따로 정리되어 있다. 모든 그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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