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 - 따루와 연희의 사적이고 주관적인 핀란드 길라잡이
따루 살미넨, 이연희 지음 / 비아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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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눈 덮인 자작나무숲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휘바휘바~를 외치며 춤추던 자일리톨껌 광고 정도가 핀란드에 대한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거기에 내 마음을 훔쳐간 귀염둥이 캐릭터 무민가족과 미수다의 따루, 그리고 핀란드를 배경으로 했던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이 추가됐다. 그리고 핀란드 여행에세이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를 읽고 난 지금은 한국과 비슷한 고난의 역사를 거쳐왔고 조용하지만 술과 음악, 사우나를 좋아하며 아름다운 숲과 호수를 품고 있는 가보고 싶은 나라라는 호감이 더해졌다. 책을 덮은 뒤 그녀들이 누볐던 핀란드의 곳곳을 직접 밟아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미수다는 즐겨 보지 않았지만 평소 한국 막걸리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드러내고 외국인으로서 한국사회에 대한 소신있는 발언을 아끼지 않던 따루에 대해 호감이 있었다.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는 그런 따루와 그녀의 오랜 술친구인 이연희 님이 작당하여 떠난 핀란드 여행이야기라는 점만으로도 일단 충분히 흥미로웠다. 더불어 넘쳐나는 유럽여행기들 중에서 핀란드만 단독으로, 그것도 핀란드인과 한국인이 함께 한 여행이란 차별성도 색다른 재미를 던져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여행에세이를 섭렵한 내게도 아직 미지의 영역이자 요즘 애정하고 있는 귀염둥이 무민의 나라이기에 핀란드가 더욱 궁금해졌다.






북유럽에 위치한 핀란드는 한반도의 1.5배 정도의 영토를 갖고 있으며 국토의 70%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는 숲과 호수의 나라다. 스웨덴,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한반도처럼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고난의 세월을 겪었으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할 정도로 우리나라 만큼 교육열이 높다. 산타와 무민의 나라, 디자인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외 국가경쟁력 1위, 교육경쟁력 1위, 국제학력평가 1위, 반부패지수 1위 등의 부러운 숫자를 달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고.

본격적인 핀란드 여행보따리를 풀기 전에 맛보기로 실어둔 핀란드의 정보글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핀란드도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하며 겨울이 기온은 낮지만 바다 덕분에 생각보다 그리 춥지 않다는 부분이었다. 핀란드라면 온세상을 덮어버리는 새하얀 눈의 나라 이미지를 떠올리던 나로서는 정말 의외의 정보였다. 이를 증명하듯 따루는 프롤로그에서 한국사람들이 핀란드가 엄청나게 춥고 물가도 비쌀 거라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고 물가 또한 한국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핀란드는 유럽 국가 중 비행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라고.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라는 이책 제목에 대한 궁금증을 프롤로그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따루와 이연희 작가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세 번에 걸친 핀란드 여행을 통해 세 개의 계절을 경험하며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시작으로, 뚜르꾸, 땀뻬레, 코리아, 호수 지역, 올란드, 라플란드까지 총 7개의 핀란드의 대표적인 지역을 여행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핀란드 지도 그림이 그려진 책표지에는 이책에서 소개하는 7개의 지명들이 표기되어 있어 책표지만으로 그녀들의 행선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책표지 그림만 봐도 눈치챘겠지만, 산타마을이 있는 라플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들은 따듯한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핀란드 여행의 시작점인 헬싱키는 아시다시피 핀란드의 수도다. 수도임에도 시내가 작아서 도보로 구경할 수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사진만 봐도 흥미돋는 암석교회와 우리나라의 강화도를 떠올리게 한다는 수오멘린나 요새, 야외시장과 핀란드를 대표한다는 도자기 브랜드인 아라비아 공장 등에 가보고 싶어졌다. 헬싱키 이전의 옛수도이자 핀란드의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뚜르꾸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고성도 인상적이었지만 싸게 즐기는 아우라강의 유람선과 함께 무민 덕후라면 난딸리의 무민월드를 놓칠 수 없을 듯하다. 맥도날드를 밀어낼 정도로 핀란드인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버거라는 헤스버거도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핀란드 최고의 공업도시인 땀뻬레는 공업도시임에도 화석 연료 대신 수력발전을 이용해 대기오염 걱정이 없고 심지어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고. 대기오염이 없는 공업도시라니 우리나라에서는 참으로 상상이 안 되는 풍경이라 더 신기했다. 따루의 부모님이 사시는 코리아(Koria)는 Korea랑 철자는 다르지만 같은 발음으로 이름부터 친근감을 폴폴 풍기는 곳이었는데, 따루 부모님과 함께 한 여행의 시간들이 독자들의 입가에도 미소를 띄웠다.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야외에서 버섯을 채취하고 마을에서 벌이는 댄스파티에 참석하는 등 핀란드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한결 더 가깝게 경험한 이야기들이 펼쳐져 재밌었다.

18만개의 섬과 19만개의 호수를 갖고 있다는 핀란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호수 지역! 핀란드에서 특히 호수가 많은 곳을 예르비 수오미라고 하는데, 이 꼭지에서는 아름다운 핀란드의 자연에 대한 예찬이 이어진다. 호수와 숲은 나의 상상력도 자극해서 핀란드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더욱 부추겼다. 특히 핀란드 유일의 동방정교회 수도원인 발라모 수도원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끌렸다. 67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핀란드의 제주도라 칭할 수 있는 올란도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자전거 여행을 한 그들을 따라 가는 길 만나는 자연과 함께 게스트하우스 예찬 또한 군침이 돌게 했다. 마지막은 산타 마을이 있는 라플란드로, 핀란드가 눈의 나라임을 이곳에서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추운 건 너무 싫지만 그래도 그녀들이 가본 산타마을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헬싱키의 노동절 바뿌 축제로 풀어낸 핀란드 여행보따리는 곳곳을 종횡무진하며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핀란드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전한다. 말이 필요없는 풍광 못지 않게 내 눈길을 사로잡는 건 우리와 다른, 그래서 닮고 싶은 핀란드 사회에 대한 것들이었다. 바뿌 축제 기간 지지하는 당의 행진을 하는 이들을 보며 자유롭게 의사 표현하는 핀란드의 사회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고, 핀란드의 맥주는 우리나라처럼 특정 업체의 독점구조 없이 여러 양조장이 공존한다는 사실에 귀가 반짝였다. 한때 따루가 알바를 했던 가게 방문에서는 단 하루를 일해도 노동계약서를 작성하고 지자체에 신고하는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는 덕분에 핀란드에서는 요즘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갑질 논란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쯤엔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뽀리에서 따루 할머니를 뵙기 위해 찾은 복지시설에 대한 부분에서는 핀란드의 노인복지를 가늠해볼 수도 있었다. 특별한 자격이나 조건 없이 누구나 원하면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고 6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연금을 준다는 핀란드의 복지에 대해 읽다보니 노인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우리 사회랑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어 씁쓸해졌다. 코리아(Koria)의 초등학교 선생님인 따루 엄마를 방문한 꼭지에서는 한동안 큰 붐이었던 핀란드 교육이 언급된다. 바로 옆의 친구가 경쟁자로 내모는 극한의 경쟁구조인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경쟁을 금지하고 낙오자 없는 교육을 지향하는 핀란드의 교육 이야기는 마냥 꿈처럼 들렸다. 우리 교육은 언제쯤 이런 핀란드식 교육을 할 수 있을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해도 참 묘연하게만 느껴져 마음이 착찹해진다.

- 객관식이 없는 나라, 오로지 주관식으로만 시험을 보는 학생들, 핀란드에서는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교육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삼는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학생 위주로 교육이 움직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핀란드는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 집중하는 구조다. (중략) 물론 핀란드에서도 가정환경, 부모의 능력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우리와 상이하다. 핀란드 학교는 경쟁을 금지한다. 성적표는 있지만 등수는 표기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수준에 맞게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가 기록된다. 즉, 경쟁 대상은 내 옆의 친구가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에 친구와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194-195쪽)






또한 인상적이었던 게 개방적인 핀란드의 도서관 문화였다. 대학도서관임에도 어린이와 노인 외부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각잡고 앉아 책을 읽어야 하는 우리네 도서관 열람실과 달리 푹신한 의자에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 사람들, 그네를 타고 노는 아이들, 헤드셋을 쓰고 음악을 감상하는 할아버지에 대한 묘사는 저자 만큼이나 내게도 충격적이었다. 핀란드 국민들이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는 건 이런 열린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이 아닐런지. 요즘 우리나라에도 이런 오픈마인드적인 어린이 도서관들이 많이 생기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자유롭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핀란드의 도서관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도 있었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사우나'라는 말이 핀란드어라는 것! 핀란드 사람들에게 사우나는 일상 그 자체인데, 집집마다 사우나가 있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는 공용 사우나를 지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있을 정도라니 사우나에 대한 핀란드 사람들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핀란드인에게 토요일은 보통 사우나를 하는 날이고 명절이나 중요한 날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사우나란다. 바뿌 축제 캠핑장에 통나무집 이동 사우나가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호수가 많은 핀란드에는 호수 옆에 사우나가 설치되어 있어 핀란드인들은 호수 수영과 사우나를 번갈아 하며 즐긴다니 사우나의 나라라고 해도 좋을 듯했다.








따루와 이연희 작가가 공동집필한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에서 여행기의 본문은 이연희 작가가, 각 지역의 말미에 첨부되어 있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같은 여행정보와 핀란드 요점정리 부분은 핀란드인인 따루가 각각 담당해서 꾸려놓았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핀란드를 바라보는 이연희 작가의 여행기는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이어져 목넘김이 좋은 맥주처럼 글이 술술 읽힌다. 맥주 애호가인 이연희 작가의 취향이 글에도 반영된 건지도 모르겠다.

핀란드 각 지역의 여행정보는 따루가 핀란드인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상세하고 친절하게 조목조목 잘 정리해 놓았다. 이것만 있으면 핀란드에 떨어져서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디테일하다. 덕분에 앞으로 핀란드 여행갈 때는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는 필수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따루와 무민으로 인해 친근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먼 북유럽의 나라 핀란드. 산타마을, 자일리톨껌 정도로만 알던 핀란드에서 이렇게나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으며 그 사이에 만들어지는 풍성한 이야기거리들을 두 여인네가 떠난 핀란드 여행기를 담은 책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 덕분에 알게 된 시간이었다. 물리적 거리는 여전히 멀지만 심리적 거리는 한결 더 가까워졌다고나 할까.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다보니 어느새 책의 마지막장에 다다랐고 책을 덮자 그동안 글과 사진으로 만난 핀란드를 언젠가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솟아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짐을 싸서 떠나고 싶지만 어디 현실이 그리 녹록한가. 언제 떠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일정이지만 그래도 언젠간 꼭 한 번 가보리라, 무민도 만나고 올란도의 자전거 여행도 하며 고풍스런 게스트하우스에도 묵고, 라플란드의 썰매도 타보리라 마음 속으로나마 계획을 세워본다.

핀란드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 또는 핀란드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따루와 이연희 작가의 핀란드 여행기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를 만나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아마 책을 덮을 쯤 당신도 핀란드에 반해 당장 짐을 싸고 싶어질 듯하다. 나처럼 말이다. :)








+ 오탈자 
p.99 10번째 줄 : 벤치에 않아 →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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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 - 따루와 연희의 사적이고 주관적인 핀란드 길라잡이
따루 살미넨, 이연희 지음 / 비아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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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로의 떠남을 마구 부치기는 책! 상세하고 친절한 여행정보는 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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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머핀 - 매일 먹고 싶은 일본 최고의 머핀 전문점 레시피
후루야 가즈유키 & 후루야 아유미 지음, 서수지 옮김 / 시드페이퍼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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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처음으로 빵을 만들어 본 이후 홈베이킹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덕분에 요즘은 홈베이킹 요리책 코너에도 자주 기웃거린다. 이제 막 빵만들기에 관심이 생긴 초짜인지라 빵이라곤 특별한 솜씨가 없어도 만들 수 있는 전기밥솥케이크와 비스킷, 스콘, 머핀 정도를 만들어 본 게 전부인데, 그중에서도 머핀은 만들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토핑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과 모양을 만들 수 있어 특히 더 마음에 들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맛의 머핀을 만들어낸다는 <데일리즈 머핀>이 눈에 들어온 것도 그런 이유였다.










<데일리즈 머핀>은 일본의 최고 인기 머핀 전문점인 '데일리즈 머핀'의 다양한 머핀 레시피를 담은 책이다. 2014년에 문을 연 데일리즈 머핀은 가게 이름처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있고 다양한 머핀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매주 새로운 종류의 머핀을 매장에 선보이는 걸로 유명한데, 그것들이 쌓여 어느새 800가지 이상의 레시피가 완성되었단다.

그렇다보니 이책에는 그간 보아왔던 평범한 머핀들이 아닌 제철채소를 비롯해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한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각양각색의 머핀들이 등장한다.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머핀 사진들이 즐비해 평소 머핀을 (먹거나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일단 눈요기, 즉 보는 재미 만큼은 확실히 보장하는 책이다.






<데일리즈 머핀>에는 디저트 머핀, 식사 머핀, 그리고 스페셜 머핀 세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책의 앞뒤로는 머핀 만들기에 대한 기본팁과 도구, 포장법 등의 설명이 실려 있다. 그리고 메인 머핀 레시피 사이사이에는 플레이버&필링 만드는 법 메뉴에 적혀 있는 다양한 팁들이 깨알같이 자리잡고 있다.








<데일리즈 머핀>의 첫 메뉴인 기본 반죽으로 만드는 바닐라슈거 머핀 레시피에는 머핀을 만들 때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부터 재료들, 만들기의 각 과정들이 과정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레시피부터는 앞서 설명한 과정샷은 생략되고 글로만 적혀 있다. 앞에서 설명한 부분을 잘 익혀둔다면 과정 사진이 없어도 그리 어렵진 않다. 다행히 새롭게 추가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진설명이 함께 첨부되어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레몬필, 캐러멜, 딸기 티라미수 크림 등등 각 레시피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재료들은 데일리즈 머핀의 주무기가 되는 핵심재료들이 대부분인 만큼 레시피 한쪽에 따로 과정사진을 따로 실어두었다. 책의 목차에서 '플레이버&필링 만드는 법'에 등장하던 것들로 설명이 자세히 잘 되어 있고, 재료와 함께 보관 유효기간까지 표기해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머핀의 재료들을 보면 그래뉴당, 콩소메 같은 낯선 이름들을 만나게 되는데, 책의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이들에 대한 설명을 따로 덧붙여 놓았다.






머핀은 비교적 만들기도 쉽고 첨가하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어 인기있는 빵이다. <데일리즈 머핀>은 이런 머핀의 장점을 활용해 여러 재료들을 머핀 토핑과 소로 활용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머핀들의 레시피를 담고 있다. 이제까지의 평범한 머핀들이 지루하고 식상해졌다면 이책이 펼쳐보자. 새롭고 신선한 머핀의 맛을 경험할 수 있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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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 내 영혼에 조용한 기쁨을 선사해준
이하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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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가 되면 늘 그랬듯 피어나는 여러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중 단연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내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이다. 나이 한 살이 더해지면서 그만큼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늘 그렇듯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을 담아 조금 더 알차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쉽게 답을 찾고 실천할 수 없는 고민인 만큼 매년 큰 진전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또 포기할 수는 없는지라 올해도 내 삶을 조금은 튼실하게 채워줄 수 있는 인문서 몇 권을 골랐다. 그중 한 권이 이책 이하준 교수의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였다. 우리 삶에 관한 테마로 써내려간 고전읽기라는 점에서 마음이 동했다.

고백하건데 나는 고전과 친하지 않다. 고전문학과도 거리를 두고 있으니 고전철학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평소 관심은 있지만 마음과 달리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분야 중의 최고봉이 바로 철학인데, 삶의 통찰력을 얻고 싶은 마음에 손을 뻗었다가도 어느새 제자리 맴돌기를 반복하며 난독증을 느끼게 만드는 텍스트들의 심오함에 절망하며 금세 손을 들어버리곤 한다. 심오한 고전 철학을 가까이 하기엔 나의 이해력과 통찰력이 아직은 너무 부족한 탓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어려운 그 텍스트들이 원망스럽기도 한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서 어려운 텍스트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책을 찾았고 이책을 만났다.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는 책제목처럼 저자는 '오래된 생각'인 고전 찰학들과 편안하게 대화하듯 쉽고 친절한 글쓰기로 이야기를 풀어내어 나처럼 철학적 지식이 일천한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또한 비교적 대중적이고 친근한 매체인 영화를 예시로 들어 설명한 덕분에 한결 이해가 수월했던 것도 이책의 장점이다. 이책은 쇼펜하우어의 고독부터 하이데거의 죽음까지 우리 삶의 중요한 가치에 대한 여러 철학자들의 이야기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쉽게 잘 읽히는 편이지만 그 내용이 마냥 쉽지만은 않아서 어떤 부분은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앞으로 되돌려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으며 책장을 넘겨나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 덕분에 각각의 지점에서 나의 상황과 생각들을 투영하는 책읽기를 할 수 있었다.






이하준 교수의 고전읽기인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는 우리 삶을 이루는 중요한 주제인 '나(자아)', '사랑', '관계', '삶'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읽었고 읽는 동안 곳곳에 가장 많은 포스트잇을 붙인 꼭지가 바로 '나'였다. 최근 반복된 가벼운 책읽기와는 다른 자세로 텍스트를 따라가느라 적잖은 적응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요즘 '내'가 나의 가장 큰 고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읽고 다시 또 읽고를 반복하길 여러 번 했는데, 쇼펜하우어의 고독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습관이 가장 강렬했고, 니체와 데카르트는 난제였다.

- 쇼펜하우어는 권고한다. 사교의 번거로움이나 낭비를 피하고 당신의 고독을 즐기라고.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한 한 마디, 사람들을위한 불필요한 희생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당신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고. 정말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고자 한다면 당신의 고독을 사랑하라고 말이다. 권위와 타자에 대한 적절한 무관심은 관대함의 원천이 될 수 있고 그것이 당신의 고독 속에서 나온다고 말이다. 고흐를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당신의 별을 보고 당신의 길을 걸으며 당신의 노래를 부르는 것, 그것이 고독을 즐기는 것이다. 그럴 때 당신은 누구 앞에서도 담대하고 어떤 경우에도 담담하게 대응할 수 있다. 고독을 즐기는 당신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진주를 품은 조개처럼. (29-30쪽)

현대인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 놓여 있다. 의미없는 관계들에 염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막상 혼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외로움에 쉽게 그 끈을 놓지 못하기도 한다. 흔히 고독과 외로움을 같은 것이라 착각하기도 하는데, 관계에서 기인하는 외로움과 달리 고독은 오롯이 자신에 대해 느끼는 실존적 정서로, 타인과의 관계가 아닌 자신과 만나고 대화하는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무수한 관계 속에서 지쳐 막상 가장 중요한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여 이책을 여는 쇼펜하우어의 고독은 더 깊게 다가왔고 책에 대한 어려움 대신 흥미가 한층 커졌다.

'나에 관하여'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외로움 사이에서는 쇼펜하우어의 고독을, 인생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니체의 초인을, 생각없는 책읽기에 대한 반성을 고민할 때 데카르트의 사유를, 요즘 시대에 더욱 생각해보게 되는 자유에 관해서는 밀의 자유를, 요즘 나의 큰 고민 중의 하나에 대한 대답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습관을, 그리고 에피쿠로스의 쾌락과 몽테뉴의 자아까지 여러 철학자들을 소환하며 '나'를 들여다보고 고민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방치해두었던 나라는 존재에 대해 천천히 생각을 곱씹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에 이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기도 했다.  






'사랑에 관하여' 꼭지는 '나에 관하여' 보다는 한결 읽기가 수월했다. 생각하며 읽기에 대한 약간의 단련이 되기도 했지만, 사랑은 늘 흥미롭고 관심있는 주제 중 하나여서 그렇지 않나 싶다. 그중 개인적으로 벡의 장거리 사랑에 대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오랜 장거리 연애와 결혼 후 얼마 동안은 주말부부를 하다 살림을 합친 지인을 보며 했던 생각들을 책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만연한 다양한 형태의 장거리 사랑의 원인에 대한 부분에서는 씁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더불어 아도르노의 사랑의 죽음 편도 재밌었는데, 주체 대 주체로서의 사랑의 관계를 정립하고 양성의 평등적 질서로 성적 차이를 인정하는 남성 사회의 극복으로 현재 결혼 제도의 남녀의 종속적 의존관계를 극복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격한 공감과 함께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아도르노의 사랑의 죽음 편도 격한 공감으로 책장을 넘긴 파트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격한 공감과 함께 책장을 넘겼다.

- 아도르노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의회복을 위해서는 사랑의 독특한 능력을 되살려야 한다. 사랑의 독특한 능력이란 차이를 인식하는 능력이다. 아도르노에게는 '차이를 지각하는 능력'이 '사랑의 조건'이며, 동시에 '유사하지 않은 것에서 유사성을 지각'하는 것이 '사랑의 능력'이다. 이와 같은 차이와 유사성을 발견하려는 것은 사랑의 동일성이 아닌 '사랑의 비동일성'을 확보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아도르노에게 진정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은 사랑의 대상을 동일화의 논리 속에 강제하지 않고, 사랑하는 대상의 차이를 인정하고, 주체로서 지각하며, 그 주체와 구성적 관계를 맺는 것에 달려 있다. (164쪽)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에서도 보듯이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 테두리에 속해 있는 동안 여러 관계들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살아오는 내내 사람들과의 관계는 내게 큰 숙제다. 그렇기에 '관계'라는 테마는 '나' 못지 않게 각별했는데, '나'들이 모여 이루는 게 '관계'인 만큼 앞서 읽었던 '나에 대하여'에서 짚었던 부분들과 연결되는 지점들이 많아서 좀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친구와의 우정,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또다른 감정인 질투, 관계 형성의 중요한 감정인 공감, 거짓을 판별하는 정확한 앎을 바탕으로 진실에 대해 다루는 부분도 재미있었고,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한층 가깝게 다가온 이방인에 대한 내용도 되새겨볼만 했지만, 그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건 바로 '타인과의 거리두기'를 다룬 리스먼의 거리의 파토스 편이었다.

타인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저자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를 예로 들며 등장인물들의 타인지향적인 삶과 그로인한 불안과 외로움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것이 남얘기로 느껴지는 건 남의 시선이나 평가를 유난히 의식하고 튀는 걸 싫어하는 한국문화 속 우리 삶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리스먼은 '인간은 제각기 다른 존재로서 창조되었다. 그런데 서로 똑같아지기 위해서 사회적 자유와 개인적인 자율성을 상실하고 있'기에 불안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며, 그 대안으로 자율지향성 인간을 말한다. 자율지향적 인간이란 사회에 대한 적응력과 순응력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인간으로, '거리 두기'를 통해 비판적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타인과의 거리 두기'를 통해 삶의 지향점을 밖에서 내적인 지점으로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는 책의 시작을 열었던 고독 편과도 연결되는데, 이는 관계 역시 그 중심에는 나 자신이 있음을 말해준다. 타인과의 관계에 힘들고 그로 인해 불안하고 외로웠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리스먼 편을 조금 더 음미하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 중요한 것은 자율 지향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리 두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로부터 거리 두기는 자기 성찰과 자기비판 및 타자 비판도 가능하게 합니다. 발전적 의미에서 말이죠. 자율 지향형 인간이 되는 것은 니체가 말하는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의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거리의 파토스(Pathos der Distanz)'가 필요한 것이죠. 밖의 세계, 타자와 거리를 두려는 시도와 노력이 있어야만 사람은 자신을 보기 시작합니다. 창조적 파괴라는 망치와 더불어 당신 자신과 타자를 미소 짓게 만드는 꽃을 든 사람, 그러면서 거리의 파토스를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190-191쪽)


마지막 테마는 '삶에 관하여'로, 루소의 숙명, 프롬의 실존, 프로이트의 딜레마, 몽테뉴의 단순함, 키케로의 늙음, 하이데거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느 것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우리 삶의 여러 요소들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의 친절한 고전읽기를 통해 옛 철학자들의 오래된 생각들을 즐겁게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설파하는 것들이 현실의 지점들과 맞물리며 단지 예전의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지금의 우리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다시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나 자신의 삶'은 그것만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 그래도 우리는 집단지성의 힘과 우리 자신들을 믿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해방 이후 경험한 한국식의 천박한 소유적 실존 양식을 확대재생산 한느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프롬이 말하는 '개개인에게 생존 근거를 마련하는 것', '합당한 노동 조건', 시장의 빅브라더만을 위한 '자유 시장 경제의 포기'를 위해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 이러한 결단만이 새로운 당신, 새로운 당신의 가족, 새로운 당신의 한국 사회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소유와 탐욕의 "싸움으로 아우성치는 이곳에서 숨을 쉬기 위한 변화의 결단이 필요하다. 형식적 합리성의 테두리 안에 질 좋은 삶의 내용을 담아내고, 소유적 삶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한 결단을 지금, 여기서 해야 하는 것이다. (254쪽)






이하준 교수의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는 고전읽기를 통해 깊이있는 생각과 통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저자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과 이해하기 쉬운 친절한 설명을 통해 고전철학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걷어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이 이책을 읽은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다. 고전은 누군가의 해석이 덧보태진 주석이 아닌 원전을 읽어야 그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물론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나처럼 고전철학 난독증 증세를 보이는 독자라면 무턱대고 어려운 고전읽기에 매달리기보다 이책 같은 친절한 해설서를 통해 고전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이책에 언급된 철학자들의 저서를 직접 찾아 읽을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고전철학을 다룬다는 점에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이책에 진심 마음이 확 끌리게 된 건 책의 서문 덕분이었다. 한동안 서점가를 휩쓸었던 고전읽기의 열풍 속에 인문고전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고전 읽기는 '생각 따라하기'가 아니라 '오래된 생각과 나의 생각 사이의 대화'라고, 그리고 고전이라는 권위에 눌릴 필요 없이 읽고 싶을 때 읽고 던져버리고 싶을 때 던져버리면 그만이라는 저자의 말은 고전에 대한 압박감과 부담을 한결 덜어낸 채 이책을 펼칠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저자는 서문에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인문고전의 숲으로 가는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친절한 고전 해설자인 저자를 따라 오래된 생각과의 쫄깃한 대화를 위해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를 다시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


- 사람들은 인문 고전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우를 범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 고전은 만능열쇠가 아니다. 오늘날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한 시대를 살았던 한 인간의 고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이유로 모든 고전은 나름의 한계가 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와 우리의 삶 속에서 재해석하고 맥락화해야 한다. (중략) 영혼을 만나는 것이 고전 읽기이고 인문학적 태도이자 삶이다. (중략) 고전은 사색하고 숙고하는 삶으로 우리를 인도하며 존재를 고양시킨다. 나는 고전이 우리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고 말하고 싶다. 고전은 나의 선입견, 나의 편견, 나 자신의 관념 체계를 벗어나는 자유정신의 힘을 우리에게 준다. (서문 중)




오래된생각과의대화,이하준,고전읽기,철학,책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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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2016-02-29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리뷰 - http://tea119.blog.me/220640980638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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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사를 했다. 날을 정하고 이삿짐을 싸기 시작하면서 새삼 놀랐던 건 곳곳에 숨어있던 다양한 물건들의 존재였다. 처음 독립할 때 비교적 단출했던 이삿짐과 달리 그곳에 살았던 세월의 흐름만큼 온갖 다양한 물건들이 흔적처럼 남아있었다. 혼자 살림이라 나름대로는 가급적 짐을 늘리지 않으려 최소한의 가구와 살림살이만 갖추고 살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이번에 이삿짐을 싸면서 알게 됐다. 더불어 말로만 듣던 이삿짐의 가장 큰 적이 책장에 빼곡하게 쌓여있는 책들이라는 얘기를 온몸으로 느끼기도 했다. 이삿짐을 싸면서 적지 않은 물건들을 버리고 왔음에도 짐을 풀면서 뭔가 애매한 물건들이 자꾸자꾸 나왔다. 예뻐서, 선물받아서,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버리기 아까워서 등등 온갖 이름표를 단 물건들이 새집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한 채 상자에 담겨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부모님집 내방도 이사를 했다. 미처 갖고 오지 못했던, 방의 삼면을 가득 채웠던 책장들과 책들을 비어있던 작은방으로 옮기고 예전 내방을 부모님의 공간으로 새로 꾸몄다. 그러면서 독립하면서 미처 갖고 나오지 못했던, 그방에서 살았던 십여년의 세월 동안 켜켜이 쌓였던 내 시간들의 흔적 같은 물건들을 타의적으로 정리를 해야 했다. 이번에도 만만치가 않았다. 하지만 이삿짐을 싸며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어느 정도 덜어내는 연습을 한 터라 이번에는 비교적 쉬웠다. 물건에 대한 집착과 불필요한 소유욕을 버리니 정리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이번에도 적지 않은 양의 물건들을 버렸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줄 물건들은 따로 담아두었다.

내게는 비교적 큰일이었던 두 번의 짐정리를 겪고 나니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필요해서 샀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필요없는 물건들이 많았고, 그것만 가지면 큰 행복을 느낄 것 같던 물건들은 어느새 한쪽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좁은 집이 점점 더 좁아졌고, 열심히 정리를 해도 금세 어지럽혀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물건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을 버리니 불필요한 물건들이 많아졌고 그것들을 버릴 용기가 났다. 십여 년을 모았던 미니 영화포스터를 버렸고(물론 아끼는 일부는 남겨뒀지만;;), 오래된 수험서를 버렸고, 매년 모아뒀던 다이어리 달력을 버렸다. 책을 살 때마다 악착같이 받아서 모아두었던 각종 사은품들도 나눔 바구니에 들어갔다. 물건을 비우니 복잡하던 집에 공간이 생겼고 내 마음에도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소극적으로 소소한 비움을 시작하던 쯤 우연히 들어갔던 블로그에서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나눔으로써 삶에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인다며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나 역시 이사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라 흥미로웠는데, 때마침 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매체에서 미니멀리스트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이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소개글을 접하게 됐다. '단순하게 살기'라는 제목의 단어와 표지에 걸린 심플하기 그지없는 방안의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책을 펼치게 됐다.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으로만 사는 미니멀리즘과 그것을 실천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이책은 책제목이 그대로 책내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온갖 물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발 딛을 틈조차 없던 집에 살던 저자는 방을 가득 채우던 물건들을 버리고 비움의 삶을 택하면서 변화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건들을 버리니 삶이 바뀌었다니! 처음에는 그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지만,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물건들을 사들이고 집착하고 소유하던 삶에서 벗어나 '물건'이 아닌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의 취지에 깊이 공감은 하지만 솔직히 글쓴이처럼 살 자신은 없다. 책장에 꽂힌 아끼는 책들을 모두 버릴 자신도 없고 몇 벌의 단출한 옷만 남기고 나머지 옷들을 처분할 용기도 없다. 하지만 필요없는 물건들을 사들이고 그것들을 소유하기 위해 정력을 쏟는 뻘짓을 더이상은 그만해야겠다고, 내 서랍장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버리기 아깝거나' '언젠가 쓸지도 모를' 물건들을 어서 비워내야겠다는 생각만큼은 확실하게 들었다. 그리고 비움을 실천해본 사람들은 안다. 무언가를 버렸을 때의 그 해방감을. 그것들을 보며 가졌던 이런저런 죄책감이나 부담으로부터 한결 가벼워지는, 그 비움만큼 마음이 넓어지는 그런 느낌을 말이다.

이사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짐정리가 끝나지 않았다.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완전히 버릴 수 없는 물욕의 충돌로 방황하고 있는 짐들이 아직 곳곳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차마 버리지 못했던 그것들을 이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덕분에 비교적 홀가분하게 이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처럼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정말 단순하게 살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물건을 늘이기보다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가며 삶에서 '나'의 지분을 키워나가야겠다. 다소 뻔하고 자주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삶을 가볍게 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만나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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