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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보그지만 괜찮아 - I`m a cyborg, But that`s o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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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영화 개봉 직후 영화관 관람 후 쓴 리뷰입니다. ^^


매번 스크린을 피로 물들이던 박찬욱 감독이 로맨틱 코미디를 찍는다고?
그것도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거기에 박감독 영화를 함께 했었던 최고의 스텝들이 다시 뭉친데다 임수정, 정지훈(비)까지 가세했다고???

. . . 여기까지만 들어도 과연 어떤 영화가 탄생할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박찬욱 감독과 로맨스 영화라.. 이 얼마나 안 어울리는 조합인가;;
그렇지만 그는 이런 기대와 우려 속에 자신만의 아기자기 하면서도 기이한, 이상한 나라의 싸이보그 같은 싸이코 로맨스를 완성한다. 그것이 바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다.


영화를 보고 나면 역시~ 박찬욱!!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그건 꼭 이 영화가 대단하다는 관점이 아니라 박찬욱 영화의 느낌이 물씬~ 전해진다는 얘기다. 어째 파스텔톤의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이쁜 화면들이 펼쳐진다 싶더니.. 역시나~ 첫장면부터 박찬욱표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건 바로 강렬한 보색대비의 의상과 함께 녹색바닥에 붉게 번지는 피! 영군의 그 해맑은 표정과 함께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하듯 펼쳐지는 첫장면은,, 역시 예사롭지 않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로맨틱 코미디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자신을 싸이보그라고 믿는 영군과 그녀를 사랑하게 된 일순의 로맨스를 기둥으로, 그 주변의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감초역할을 톡톡히 한다. 또한 영화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은 보는 재미를 키워주며, 인형의 집처럼 꾸며진 정신병원과 여러 배경들도 한 폭의 동화같은 모습도 눈을 즐겁게 한다. 겉보기 등급으론 무리없는 로맨틱 코미디인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역시 말랑말랑 로맨스만이 담긴 영화는 아니었다. 감독이 누군가. 바로 '복수 3부작'을 완성했던 박찬욱 감독 아닌가; 로맨틱 코미디지만 총알과 피가 보여주는 센쓰;; ㅡㅡ;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된다 싶었던 영화는, 자신을 싸이보그라고 착각하는 영군의 상상씬에서 온전히 싸이보그가 된 그녀의 손을 통해 총알과 피가 난무하는 장면들을 연출한다. 역시나 피가 샘솟는다.

물론, 자신의 딸과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박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기존의 박찬욱 감독 영화처럼 강도높은 폭력씬이나 직접적인 성적묘사는 없다. 그러나 영화 전체적으로 볼 때 12세 보다는 15세가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특이한 로맨스를 펼쳐가는 영화는 여러면에서 사랑스럽다. 정신병원이란 심상치 않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내뿜는 웃음이 사랑스럽고(특히 겸손함을 잃어버린 오달수의 거침없는(?) 변신은 너무 웃겼다!),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상상력이 동원된 장면들이 사랑스러우며,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겁나게 사랑스럽고, 박감독의 신선한 시선과 세련된 편집이 사랑스러우며, 쉽지 않은 캐릭터를 제 옷처럼 완벽히 소화해낸 임수정의 발군의 연기가 너무 사랑스럽다!!


특히~ 임수정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더벅머리에 노랗게 탈색한 눈썹, 할머니의 틀니와 중얼거리는 목소리, 뼈만 남은 앙상한 몸까지.. 그녀는 영화속에서 완벽한 영군으로 존재한다. 신인상을 휩쓸던 <장화,홍련>부터 눈물을 쏟게 만들던 <미안하다,사랑한다>를 거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이른 임수정. 이 영화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단연~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연기로 꼽힘에 손색이 없다. 완전 최고다!!! 

반면, 스크린 데뷔로 관심을 받았던 정지훈은 차지도 넘치지도 않는 무난한 연기를 선보인다. 사실 너무 무난하다. 그래서 주인공임에도 그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가수 '비'의 섹스어필한 기존의 이미지를 을 벗고 변신을 시도한 점은 마음에 들지만, 자신의 첫 스크린 데뷔작을 장악할 만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함은 아쉬울 따름이다.

개봉전부터 특이한 소재와 박찬욱, 임수정, 정지훈의 이름만으로도 화제의 중심에 섰던 영화. 그러나 말랑말랑~한 로맨스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이들의 '특이한' 로맨스에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전반적으로 대중의 입맛에 착착~ 감겨드는 영화는 아니다. 더불어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지라 105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때론 지루하게) 느껴지는게 무척 아쉽다. 그치만 이보다 더 짧으면 좀 고민스럽긴 하겠지만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도 박찬욱 감독이 만들면 이렇게 다르다는 걸 보여준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기존의 작품과 전혀 다른 품새의 영화를 만들면서도 자신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박찬욱 감독. 대단~!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 전체의 미장센과 상식을 벗어나는 엉뚱함과 박감독의 연출이 비교적 잘 어울어진, 특이하고 개성 넘치는 잘만든 '싸이코 로맨틱 코미디'다. 뭔가 색다른 재미를 찾는 관객이라면 박찬욱식 로맨스를 기분좋게 즐길 수 있으리라. 이런 특이하고 독특한 로맨스, 박찬욱이니깐 괜찮아!라는 너그러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2006/12/10, 햇살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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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계보 - Righteous Ti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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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영화가 개봉한 날 영화관에서 보고 쓴 리뷰입니다. ^^



요즘은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도 브랜드시대다. 박찬욱, 허진호, 김지운, 류승완처럼 젊은 스타 감독들은 그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시대가 되었다. 이들 중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바로~ 장진 감독. 자신만의 독특한 엇박자 유머(흔히 '장진식 유머'라고 부른다)로 스크린을 유쾌한 웃음으로 물들이는 이 젊은 감독이 이번엔 전라도 조폭영화를 들고 나왔다. 장진과 조폭영화라.. 대체 어떤 조합일까 궁금했었는데 역시나~ 조폭영화일지라도 영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장진의 향기는 여전했다. 역시 장진 영화!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 ^ 장진 감독과의 오랜 작업으로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정재영은 <아는 여자>에 이어 <거룩한 계보>에서도 동치성으로 활약하며 자신의 연기의 깊이를 선보인다.

정재영과 정준호를 투톱으로 내세운 <거룩한 계보>는 조폭영화의 외피를 둘러쓴 우정에 대한 영화다. 이렇게 말하면 바로 떠오르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곽경택 감독의 그 유명한 <친구>. 부산을 배경으로 했던 <친구>의 전라도 버전이라고도 불려지기도 하는 <거룩한 계보>는, <친구>의 네 친구들처럼 어렸을때부터 친했고 함께 조직의 길로 들어섰던 세 친구가 각자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겪는 갈등이 다뤄진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관계라고 말하기엔 조금 껄끄러웠던 <친구>의 인물들과는 달리, <거룩한 계보>에서는 끝까지 서로의 우정을 지키고자 애쓰는 진정한 친구의 모습이 담아낸다. 그 점이 참 맘에 든다.

연극 연출가로 유명하기도 한 장진 감독의 영화에는 '장진사단'이라 불릴만큼 고정,반복출연하는 배우들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신하균이나 정재영처럼 대중적 배우로 성장하여 큰 역할로 이들도 있고,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꾸준히 활동하는 조연들로 꼬박꼬박 얼굴도장을 찍는 배우들도 많다. 이번 영화에도 어김없이 그들의 얼굴을 골고루 볼 수 있엇는데, 장진 영화를 볼 때마다 그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심지어 정재영은 차승원, 신하균이 출연한 <박수칠 때 떠나라>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신하균이 이 영화에 카페오 출연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미도>와 <아는 여자>를 거쳐 <웰컴 투 동막골>로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 정재영. 이번이 <아는 여자>에 이어 장진 영화에서 두번째 맡은 주인공인데 재밌게도 또 이름이 '동치성'이다. 해가 갈수록 더욱 깊어지고 진해지는 그의 연기는 <거룩한 계보>에서도 그대로 전해지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정재영만 떠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의 선굵은 연기는 영화 전체를 압도한다. 더불어 예상외의 틈새를 노리는 장진만의 유머를 정재영만큼 엉뚱하고도 자연스럽게 잘 소화해내는 배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있기에 장진의 웃음이 더욱 빛이 나는게 아닐까.

그리고, 이경영(기막힌 사내들), 유오성(간첩 리철진), 신현준+원빈(킬러들의 수다), 이나영(아는 여자), 차승원(간첩 리철진)에 이어 이번 장진 영화에 합류한 배우는 바로 정준호. 사실 캐스팅 소식에 살짝 회의적이었다. 과연 적정 캐스팅이었을까. 정준호가 장진 감독과 어떤 조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이 영화속 주중이 되기위해 파마를 하고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어리숙한 조폭으로 변신을 시도하려는 그의 노력은 느껴지지만 아쉽게도 그의 연기는 여전히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투톱으로 나선 정재영의 연기내공에 밀리는건 둘째치고, 제 3의 인물로 나오는 순탄(류승용)에게조차 밀리니 할 말이 없다;; 주중(정준호)보다 순탄(류승용)이 더욱 기억에 남는걸 낸들 어쩌란 말이냐;; ㅡㅡ; 부디 다음 영화에서는 좀 더 성숙해진 그의 연기를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영화 후반부를 웃게 만들었던 '사랑과 우정'. 조폭을 소재로 한 터라 처음부터 끝까지 피비린내가 끊이지 않고 나왔지만 중간중간 재기발랄하게 선보이는 장진의 유머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나, 손 씻었는데..' '그럼 발로 해' 라고 나오는 예고편의 대사처럼 영화 곳곳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들이 많이 있다. 그렇게 삐질삐질 웃어댈 수 있는 장치들이 있었기에 영화속 피비린내를 견딜 수 있었을지도;; 다 말해버리고 싶지만 영화 보실 분들을 위해 참아주는 센쓰;; ^ ^;; (불고 싶어 힘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영화의 결론이 조금~ 상투적이었다는 것;; 자신이 누구보다 믿고 따랐던 사람이 자신앞에서 초라하게 무너지는 그 허무함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친구의 모습은 충분히 큰 충격을 남길 수 있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결말이어서 그 감동의 여파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쉽긴 하지만 이 영화의 전개로 볼 때 달리 다른 돌파구가 없었으리라 위로해 본다. 또한 영화속 교도소 CG장면은 나름 이해는 하지만 참으로 엉성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ㅎㅎ

그러나~ 결말보다 더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사랑과 우정'의 큰형님이 자신의 결혼기념일날 아내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었다. 그 만남의 장소가 참으로 뜨악~했지만;; ^ ^;; 사랑을 고백하는 노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장진의 손을 거쳐 기존의 조폭영화와는 다른 모습으로 완성된 <거룩한 계보>. 장진식 유머와 조폭영화의 조합이 조금은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반대중인 나의 눈으로 봤던 영화는 충분히 즐거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였다. 그러기에 장진만의 유머를 즐길 줄 알고, 정재영의 연기에 감동받으셨던 당신이라면 <거룩한 계보>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진 감독의 영화는 <아는 여자>다!!!

 

 


 2006/12/14, 햇살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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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 My S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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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아들> 시사회 관람 후 썼던 글입니다. ;)


매번 찾아보던 영화잡지를 못 본 얼마동안 미처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영화 한 편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충무로의 재담꾼으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장진 감독의 영화 <아들>이 바로 그것인데, 그가 들려주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과연 어떨지 사뭇 궁금했다. 스타 감독 장진과 차승원ㆍ류덕환이란 훌륭한 배우들이 참여했음에도 제작비의 거품을 덜어내고 저예산으로 만들었다는 이 바람직한 영화 <아들>은 요즘 한창 입소문 마케팅을 위한 시사회를 진행중이다. 때마침 반갑게도 이곳에서도 시사회가 열린다길래 개봉 전에 영화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들> 시사회까진 시간이 좀 남아 일주일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우아한 세계>를 보는 동안 혼자 여러 번 울컥~했던 나는, <아들>을 보는 내내 줄곧 눈물을 훔쳐야 했다. 우연찮게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두 편의 영화를 연달아 보며 어찌나 눈물을 쏟았던지, 그러면서 또 얼마나 웃었던지.. 울다가 웃으면 신체의 일부가 변한다는 그 말이 유독 생각나던 날이었다. ㅋㅋ 그리고 그 영화들로 인해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내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감사가 한꺼번에 일어나던 날이기도 했다.


살인을 저지르고 무기징역을 받은 강식은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들 준석을 만나기 위해 단 하루의 시간을 허락받는다. 15년 만에 서른 아홉이라는 나이가 되어 다시 맡는 바깥의 공기는 어지럽고 아련하며 몽롱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의 절박함에 기차에서 잠깐 잠이 든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던 강식은 기다리는 시간마저 아까워 아들이 다니는 학교 앞으로 그를 맞으러 나간다.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쌀쌀하게만 대하는 아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모래 눈물을 쏟는 강식은 한 밤의 비밀 외출을 통해 아들 준석과 조금씩 소통하기 시작한다.

하루의 시간을 허락받은 무기징역수가 아들을 만난다는 영화의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한 스토리 속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자간의 애틋한 감정이 곳곳에 스며있다. 얼굴도 모르는 아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15 년만에 바깥 나들이를 하는 아버지와 처음 만나는 아버지가 반가우면서도 정작 살갑게 맞지 못하는 아들이 낯설고 어색한 시선을 멈추고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열어 화해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자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부자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휴먼 드라마에서도 장진식 유머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그 웃음이 눈물로 범벅되어 가라앉을 수도 있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확~ 올려준다. 아들의 학교 앞에 갔으나 정작 얼굴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히 마련한 종이 문구나 아들을 처음으로 마주한 교문 앞에서 '저 아이의 눈이 보입니다. ... 사실 눈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라는 강식의 대사 다음에 눈만 빼고 얼굴 전체를 목도리로 둘둘 감고 있는 준석의 모습이 잡히는 장면, 그리고 아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신세대 용어 '하이 방가방가~ 완전 반갑삼!'을 연습하는 장면 등에서 장진의 반짝이는 익살과 재치를 만날 수 있다. 그런 장진식 유머 덕분에 금방 주르륵 눈물을 흘리다가도 킥킥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들>의 주무기는 역시 드라마다.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다가 함께 몰래 나들이를 감행한 밤.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그들 부자의 달리기는 그들의 관계회복을 향한 준비운동이다. 한강변에서 큰바위 얼굴보다 더 커진 보름달을 앞에 두고 애써 용기를 내어 아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강식. 그의 고백에 '나, 사랑하는구나? 아버지, 나 사랑하네~'라는 준석의 대답은 아무리 생각해도 생뚱맞기 짝이 없지만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짧은 일탈의 시간 속에 둘 만의 추억을 만든 비밀외출을 마칠 때쯤엔 그들은 이미 가족이라는 띠를 함께 두르고 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추억을 남겨준 목욕탕 씬이었는데, 욕탕 안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웃던, 함께 바다를 바라보던 그들의 뒷모습은 진정 부자(父子)의 그것이었다. 아버지 등의 호랑이 문신이 얼룩말로 보일 만큼 긴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호랑이가 얼룩말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들이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들>은 영화의 대부분을 주인공의 '독백(또는 '방백')'을 나레이션으로 깔고 진행된다. 대부분이 강식과 준석의 속마음이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제 3자인 교도관 박 경사의 이야기가 끼어들기도 한다. 인물들의 행동으로 보여주기 보다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 조금은 지루하고 익숙하지 않지만, 떨리고 긴장되는 그들의 마음을 보다 효과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하기엔 제격인 듯 하다.


주어진 하루를 보내고 그를 보내는 길. 아들은 용기를 내어 그의 손을 잡아준다. 이제 보내면 언제 다시 만날 지 알 수 없는 아버지의 손을 아들은 그렇게 꼭 잡는다. 그리고 횡설수설 엉뚱한 말만 늘어놓던 아버지는 천천히 그를 보며 그간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완전 차단하고 보러간 시사회였기에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반전에 한층 더 놀랐다. 아들과 보내는 24시간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던 영화가 마지막에 던지는 예상치 못한 반전에 대해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의견은 접어두고 나의 감상을 말하자면 나는 그 반전까지 유쾌했다. 감동은 있지만 자칫 밋밋할 수 있던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음은 물론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여지를 던져줬던 것 같다. 직접 보실 분들을 위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련다. ^ ^;


얼마전 <이장과 군수>로 그의 장기인 코믹연기를 선보인 차승원은 <아들>에서 한층 힘을 뺀 연기를 보여주고, <천하장사 마돈나>의 섬세한 연기로 단숨에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류덕환의 연기 또한 흠잡을 데 없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장진 감독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만 영화의 대사와는 달리 차승원의 눈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는 거~~!!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옥의 티가 아닐까. ㅎㅎㅎ

가정의 달 5월에 개봉한 영화 <아들>, 따스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가족 영화다.







 


+ 보탬 하나, 이 영화는 감독과 배우에게 모두 느낌이 특별한 영화였다고. <천하장사 마돈나> 이후 배우로서 빛을 발하며 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슬픔을 맛봐야 했던 류덕환과 실제로 중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차승원에게 <아들>은 각별한 느낌을 주는 영화였을 것이다. 또한 장진 감독에게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한 영화이기도 한데, 오프닝에 중풍에 걸려 말 한 마디 못하는 늙은 죄수로 출연했던 분이 장진 감독의 진짜 아버지라고.. (이제 영화관 찾으실 분들은 놓치지 말고 보시길! ^ ^)

+ 보탬 둘, 영화 중반 얼큰이 달이 나올 때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해주는 기러기 가족의 목소리가 알고보니 초호화 캐스팅이었다고! 장진 사단의 목소리 군단의 실체는 엔딩 크레딧에서 놓치지 말고 확인하시길! (그거 보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 0^)




 
 2007/04/17, 햇살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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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3 - Spider-Man 3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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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스파이더맨 3>를 봤다. 호평과 혹평이 난무하는 터라 궁금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아주 즐겁게 봤다. 2시간이 넘어가는 러닝타임이 지겹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에 함께 매달려 다니느라 어느새 시간이 후딱 지나가더라. 크게 기대하지 않은 덕에 기분좋게 즐겼다고나 할까.

사실 난 블록버스터를 그리 선호하는 인간이 아니다. 그렇지만 블록버스터 영화가 갖고 있는 나름의 미덕-대게는 볼거리(=오락성), 때론 덤으로 작품성까지-때문에 나도 때때로, 또는 자주 블록버스터를 보러 영화관을 찾곤 한다. 점점 더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그것들은 꽤나 매혹적이다. 또한 거대 영화들은 호평이든 악평이든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설레발치는 언론에 대한 반발심으로 끝내 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솔직히 이 영화에 큰 기대를 품지 않았었다. 그런데 왜 봤냐면, 갖고 있는 영화예매권의 날짜가 다가오는데 거미 인간이 스크린을 모조리 먹어치운 바람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불거진 <괴물>때만 해도 8개관 중 2~2.5관 정도였는데 <스파이더맨 3>은 무려 3개관이 넘게 걸려있다. 전국적으로 8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점령했다니 할 말이 없다.(작년에 독점 논란을 일으켰던 <괴물>은 600여개였다.) 영화관측은 되는 영화에 올인하려 하고 배급사는 단기간에 수익을 챙기려고 하다보니 개봉 첫 주 거미인간은 스크린을 싹쓸이했고 엄청난 관객을 삼켰으며 언론은 그에 관련해 매일 기사를 쏟아낸다. 이쯤되면 영화선택의 주도권은 이미 관객의 것이 아니다.

멀티플렉스의 보급화로 좀 더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으리라 품었던 기대는 슬프게도 기대일 뿐이었다. 오히려 거대영화의 발판이 되어 버렸다. 큰 영화 하나 개봉하면 상영관은 같은 영화로 도배되어 선택의 폭은 오히려 좁아지고, 전부터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던 작은 영화들은 상영관을 못잡아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년과 올해에 개봉했던 김기덕 감독의 <시간>이나 <숨> 등이 바로 대표적인 영화들이다. 난 그 영화들을 보려고 손꼽았지만 이 작은 도시의 멀티플렉스는 이 영화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것이 되는 물건을 밀어주는 자본주의 논리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좀 더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으로선 아쉬운 일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문을 열었던 1편은 흥행성공과 더불어 거미인간의 열풍을 이끌었지만 내겐 너무나 뻔하고 시시한 영화였다. 그래서 현란한 CG조차 지겨워질 정도였다. 그러다 얼결에 2편을 봤는데 전편과 달리 2004년의 최고 영화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아주 재미있었다. 스펙터클한 볼거리와 함께 고뇌하는 영웅의 모습을 탄탄하게 그려낸 2편은, 평범하지만 1편의 후광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과 달리 그 자체로 빛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가장 발군이었다. 그럼 3편은 어땠냐고? 간단히 말하자면 1편보다는 낫지만 역시나 2편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했다.



<스파이더맨 3>은 기대만큼 스펙터클하고 짜릿한 영화다. 새롭게 등장한 뉴 고블린, 샌드맨, 베놈 등 특색있는 악당들의 다양한 모습에 눈이 즐겁고, 영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숨막히는 추격씬과 대결씬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보는내내 몸이 움찔움찔한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겹게 여길 틈도 없이 긴장과 스릴을 선사한다. (참고로,, <킹콩>의 공룡과의 싸움씬은 감탄을 자아냈지만 지겨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또한 화려한 특수효과와 액션들 사이사이에 살짝 코믹한 요소가 등장하고,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리제인과의 로맨스도 흥미를 자아낸다.(모든 영웅들의 애인이 그렇듯 그녀 또한 영웅을 사랑한 죄로 살 떨리는 일을 여러번 겪는다.) 특히나 고층빌딩에 거미줄을 뿜어내며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공중곡예는 여전히 즐겁다.

그러나 이야기의 얼개는 헐겁다. 그래서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 3년 간의 준비 끝에 선보인 <스파이더맨 3>은 보다 거대해진 스케일과 풍성한 볼거리를 가득 안고 돌아왔지만 많아진 악당들이 제각각 일을 벌이기에 바빠 그 사건들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렀는데도 사건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이자 감독의 마음도 급했던 걸까. 영화는 악당들이 너무 급하게 개과천선하는 우를 범한다. 그들이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전제가 깔렸더라도 너무나 갑작스런 그들의 변심(?)을 공감하기는 힘들다. 악당이 온순한 양이 되어버리자 사건도 순식간에 종결된다. 허무하다. 있는대로 일을 벌인 탓에 달리 해결 방법이 없었겠지만,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던 관객의 입장에서 김이 새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아무리 허망하다 할지라도 <우주전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그 영화는 반전은..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0-;;)


앞서 얘기했듯이 <스파이더맨 3>에는 3명의 악당이 등장한다. 보이지 않지만 가장 큰 적인 자신과의 싸움까지 더한다면 4명인 셈이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은 전편보다 훨씬 더 힘겨운 싸움을 해나간다. 3편에서는 친구가 적이 되고 적이 다시 친구가 된다. 증오가 복수로 변하고 복수가 또다른 복수를 부른다. 그리고 복수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용서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세상이 평화롭지 못한 까닭은 용서가 복수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갈등하는 자아, 아버지를 잃은 절친한 친구, 딸의 병원비를 구하는 탈옥수, 라이벌 사진기자라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적들은 '복수심'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인다. 분노와 원망이 커져 상대에 대한 '복수'로 이어지면서 그들은 점차 괴물로 변해간다. 그리고 삼촌을 죽인 진짜 범인에 대한 분노와 자신을 떠난 메리제인에 대한 야속함이 더해져 정의의 용사 스파이더맨은 암흑의 세계로 빠져든다. 증오의 후유증은 영웅조차 피해갈 수 없나 보다. 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사나운 블랙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 (이부분에서 거미인간은 처음으로 눈에 독기를 품는다. 안그래도 큰 토비의 눈,, 부릅뜨니 정말 크더라; 얼굴에 반이 눈이여~;; +ㅇ+)

그러나 스파이더맨이 누구인가. 우리의 절대 영웅 아닌가. 누구나 예상했듯이 스파이맨은 영화의 주인공답게 그 난국을 벗어나 '복수'가 아닌 '용서'의 깃발을 높이 든다. 그리고 그것을 몸소 실천함으로서 용서의 미학을 증명한다.(그럴줄 알았다!) 괴물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 속의 분노와 복수심이라고. 용서함으로 당신 또한 편안해지라고.

 
허술한 점이 없진 않지만 <스파이더맨 3>은 썩 괜찮은 오락영화임은 틀림없다. 오락영화의 본분이 신나게 즐기는 것임을 떠올려볼 때 이 영화는 자신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나는 영화보는 내내 충분히 신났고 즐거웠다. 물론 별다른 기대가 없었던 덕분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어쭙잖게 세계를 구한다고 설쳐대며 미국 최고를 외치는 영화보다는 '용서'라는 다소 교훈적 메시지를 선사하는 이 영화가 더 좋고, 빈틈없이 완벽한 영웅보다 갈등하고 실수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흠씬 풍기는 영웅이 더욱 사랑스럽다. 





 2007/05/09, 햇살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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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결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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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없이 응모한 이벤트가 걸려서 생긴 예매권으로 극장을 찾았다. 버스가 안 와 거금을 들여 좌석버스를 탔으나 가는 길에 차곡차곡 신호에 걸려 기다리다보니 영화는 벌써 시작, 어쨌거나 영화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영화에 몰입하려 했다. 사실 몰입이 필요없는 영화긴 하다. 그렇지만 절대 몰입이 안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허술한 시나리오는 이미 각오하고 갔다. 이런 영화의 주목적은 일단 웃기는데 있기 때문에 관객도 그 허술함을 어느정도는 이해한다. 그렇다해도 참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장면전환 또한 부자연스럽다. 한 장면과 다른 장면의 연결이 뚝뚝 끊어진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에피소드 또한 따로 논다.

코미디 영화답게 캐릭터들도 희화화 되어 있다. 독불장군형 김수미와 임채무, 약간 모자란 푼수형인 윤다훈과 안연홍(그들은 시트콤 '세친구' 커플이기도 하다!), 그나마 가장 정상형인 유진과 하석진. 전형적인 과장 코미디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시도때도 없이 욕을 해대며 웃기려는 조폭코미디와 달리 이 영화엔 욕이 별로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극중 김수미가 감탄사 역할을 하는 shit~!는 조폭코미디 속에 난무하는 욕설에 비하면 애교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다.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은 선남선녀인 유진이나 하석진도, 코믹연기로 인기몰이했던 윤다훈이나 안연홍도 아닌, 코믹연기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중견배우 김수미와 임채무가 아닐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그리고 그들을 본 순간 필히 이 영화는 웃길 거라는 선입견을 갖게 됐다. 아니 웃기려고 노력하는 영화일 거라는 편견을 가졌다고 하는게 옳을 것이다.

김수미는 '안녕, 프란체스카'와 '가문의 위기/부활' 등의 여러 작품을 통해 이미 코믹 아이콘으로 자리를 굳혔지만, 중후한 이미지의 임채무는 모레노 심판으로 완벽 변신한 '돼지바' 광고 한 편으로 단숨에 코믹스타로 떠올랐다(영화에도 모레노 심판이 잠시 등장한다; ㅋ). 물론 그뒤에도 '황금어장'을 통해 꾸준히 그 끼를 선보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오랜 연기 경력이 증명하듯 자연스런 연기와 함께 서슴없이 망가지며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하며 웃음을 전해주는 두 중견배우의 대활약은 영화 속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특히 호텔 '키스신'은 정말 압권이었다! ㅋㅋ)


또한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 유진. 사실 아이돌 가수 출신의 유진이 스크린 데뷔작으로 코미디 영화를 골랐다는 게 좀 의아했다. 이미지 관리하는 입장에서 망가지는 연기가 쉽지 않을텐데? 하지만 영화시작과 함께 의문은 풀렸다. 코미디 영화에서 유독 혼자 안 망가지고 안 웃기는 사람이 있다.(이성재가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나 혼자 안 웃겼다.라고 고백했듯이!) 이 영화에서 그런 캐릭터가 바로 유진이 연기한 박은호였던 것이다. 지적이고 참하기까지 하다. 한결같이 모두 망가지는 상황속에서도 그녀 혼자 꿋꿋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망가지는 연기가 최고라는 말은 아니다. 오해마시라~;) 단 한 컷, 예외가 있는데 바로 무도장 무술씬이다! 망가지기 보다 생뚱맞은 춤솜씨에 박장대소했던 장면이다.

유진이 출연한 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비교적 무리없는 연기를 선보인다는 평을 들었었다. 그러나 드라마에선 어땠는지 몰라도 영화에서 만난 그녀의 연기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대단한 내공을 요하는 캐릭터가 아니었음에도 얼굴 표정이나 감정 표현, 시선처리 등이 어색하고, 영화의 긴 호흡을 이어가는 것도 좀 벅차보인다. 다른 가수출신 배우들보단 좀 나은 편이긴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은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많은 부분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배역을 고른 점은 칭찬할 만하다. 작품보는 눈은 여전히 의문스럽지만. 어쨌든 꾸준히 노력해 앞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줄 날이 오길 바란다. 



영화를 다보고 나오는 길에 같이 본 언니에게 어떻냐고 물었다. '웃기네'. 그녀의 간단명료한 대답이었다. '요즘 웃을 일이 없었는데 그냥 웃기엔 괜찮은 것 같다'. 친절하게 부연설명까지 덧붙여 준다. 그렇다. 발로 쓴 시나리오일지라도 나를 웃게만 해준다면 만사 OK인 분들에게 적극 권장할만한 영화다. 그러나 나처럼 그것만으론 부족한 관객에겐 비추인 영화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발로 썼다는 것은 아니다. 내 말인즉 작품성따위 필요없이 웃고 싶은 영화를 찾는 분들에겐 효용성을 발휘하는 영화라는 이야기다.

그나마 같이 본 언니가 아주 즐겁게 웃는 모습을 위안 삼으며 영화관을 나왔다. 역시 모든 문화상품은 그 성격에 맞는 고객을 만났을 때 가장 빛을 발하는 법이다. 영화같이 본 언니가 바로 그런 고객이었던 것이다! 진지한 예술성 영화와 함께 가벼운 상업영화 또한 자기 나름의 역할이 있고 의미가 있다. 언니에게 이 영화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그럼 나는 어땠냐고? 뭐, 이 글을 다 읽었다면 말 안해도 알 거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내 돈 주고 봤다면 웃다가도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좌석버스비가 생각나긴 했다(영화비는 공짜였으니;).




+ 군소리 - 그러나 상대를 비하하거나 특정 신체부위를 언급하는 저질 유머나, 웃음을 유도하려는 가학적 상황연출이나, 귀를 막고 싶은 욕설들 없이 상황과 배우의 망가짐으로 관객을 웃기는 점에서 이 영화는 어느정도 '착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비록 쉬트~가 난무하긴 하지만;). 아이들과 봐도 그리 민망하지는 않을 듯도 하다. (그렇다고 권하기도 그렇지만;)

 + 덧붙임 - 참! 깜박했는데,, 닥종이 앞에 두고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 이야기할 때 잠시 울었다. 그것 역시 뻔한 스토리긴 하지만 아무리 코미디라도 엄마 이야기는 항상 눈물이 나나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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