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내 곁에 - Closer to Heav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벼르고 벼르다 <내 사랑 내 곁에>를 어제 보러 갔다. 엄마랑 함께 손잡고. <애자> 이후 엄마랑 두 번째 영화관 나들이인데, 이젠 영화관 가자고 하면 엄마 반응이 아주 호의적이 됐다. <애자>를 꽤 재미있게 보신 덕분이리라. 이번에 엄말아 볼 영화로는 김명민의 열연이 기대되는 <내 사랑 내 곁에>를 골랐다. 명민좌로 불리며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여 온 김명민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인 20kg을 감량하며 연기 투혼을 불살랐다는 영화라 더욱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명민의 연기는 역시나 멋졌으나 영화는 전체적으로 좀, 그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그 탓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배우들은 차치하고 박진표라는 감독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생각할 때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영화가 그의 전작이자 대중적 지지도를 높여주었던 영화 <너는 내 운명>에 대한 느낌이 겹쳐져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는 내 운명>과 <내 사랑 내 곁에>는 분명 다르다. 그런데 또한 많이 닮았다.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녀 또는 그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연인이 나온다. 닭살 돋는 애정씬이 등장하는 전반부가 지나면 후반부에서는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불치병이라는 장애에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 감동의 크기는 꽤나 다르게 다가왔다.

매작품마다 새로운 변신을 보여주던 김명민이지만 그동안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 독특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기 때문인지 사랑에 빠져 닭살 멘트를 날리는 발랄한 청춘의 모습이 솔직히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무겁고 진지한 그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나의 편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광대뼈가 움푹 패이고 갈비뼈가 드러나는 말라가는 김명민의 모습을 보는 순간, 할말을 잃었다. 살이 너무 빠져 연기를 하는 동안에도 탈진해 의식을 잃기를 반복했다는 인터뷰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되살아나며 경이감마저 들었다. 그는 역시 명민좌였던 것이다. 움직이지 못한 채 말라가는 몸과 눈만으로 대화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릿해졌다.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지만 의식만은 선명해 천형과 같다고 말하는 루게릭 병. 영화 속 모습이 비록 한 단면만을 보여줄지라도 그병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볼에 앉아 피를 빠는 모기 한 마리조차 날려보내지 못하는 장면은 무력해진 육신으로 인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충분히 전달해 준다. 그 장면을 보면서 엄마랑 몸을 떨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김명민의 살인적인 감량과 연기 투혼으로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은 하지원의 이름이 먼저 나온다. 얼마전 <해운대>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스타 파워를 유지하고 있는 하지원에 대한 존중이기도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하지원은 그만의 몫을 충분히 해낸다. 닭살 멘트와 애교를 유감없이 발휘해 관객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김명민에게 맞춰져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하지원의 연기는 영화 속에서 충분히 빛나는 듯하다.

박진표 감독의 영화라고는 기껏해야 <너는 내 운명> 밖에 못 봤지만 그때의 감동이 너무 컸기에 <내 사랑 내 곁에>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사랑 내 곁에>는 <너는 내 운명>처럼 눈물이 나지도 않고 가슴을 울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쉽다. 차라리 관객이 펑펑 울게 만들었다면 이 아쉬움이 덜해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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