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vs 영화 

원작- 신 기생뎐 (이현수)

드라마- 신 기생뎐 (이영희, 손문권 / 극본 임성한)

 

 

짝짝짝!

 

  욕망이 불꽃이 떠난 주말 드라마계의 왕좌를 차지한 드라마가 있다. 막장(!)계에서 일가를 이룬 드라마 작가 임성한이 선보이는 <신기생뎐>이 그것. 재벌 2세와 계모와 출생의 비밀에 지레 기함해 원작에 손을 대지 않기엔 이 소설이 너무 아깝다.

  소설의 중심은 군산의 기생집 ‘부용각’이다. 전국의 돈을 모두 벌어들이고 있다는 질시도 옛날, 이제는 몰락만을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기생집이다. 소설은 부용각 사람들의 면면을 품격있는 문장으로 서술한다. 평생 음식만 만들어온 부용각 주인 부엌어멈 타박네와 전국에 이름을 떨친 소리기생 오마담, 영욕의 세월을 지나온 부용각을 마지막까지 잇게 될 춤기생 미스 민, 오마담의 기둥서방과 오마담만을 바라봐온 집사까지. 부용각 사람들은 곧 스러질 부용각을 이루고 있다. 어떤 위기의식도 없이. 분노와 슬픔도 없이. 열정도, 애정도 아닌 평상심으로.

  누군들 아름답고 신성한 사랑을 꿈꾸지 않겠나. 욕된 세월도 세월은 세월이듯이 욕된 사랑도 사랑은 사랑인 것이야. 고백하자면 나는 눈을 뽑아버리고 싶은 적도 있었네. 다시는 앞을 보지 못하도록 눈알을 파내고 싶은 적이 있었어. - 153쪽.

  가장 좋았던 장은 ‘집사의 사랑’이었다. 능소화 향에 취해 부용각에 발을 디딘 이래, 평생을 오마담을 바라만 봐 온 집사. 그는 평생을 애초에 손님으로 부용각을 방문하지 못한 스스로를 원망하며, 오마담의 기생의 일생을 바라본다. 스러져 가야 할 그녀의 일생을 마지막까지 지키겠다는 우직한 열정. 그러나 매일 같은 자리에 꿀물을 놓아둘 정도로 그녀를 증오하는 그의 모습은 선덕여왕을 연모해 불로 화하고 만 지귀의 정념을 닮았다.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선악의 영역이 아닌, 미추의 영역에 자리한 소설. 소담한 문장으로 삶의 한 풍경을 그저 그려내는 소설. 머리를 올리는 기생과, 사랑을 얻기 위해 물속에 몸을 던진 어린 기생 채련, 끝내 기생의 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기둥서방 사이를 전전하는 오마담. 이들은 확실히 옳지 않다. 그 옳지않음의 대가로 이들은 천대당하고, 사라짐의 운명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사라져가는 것이 어디 기생들뿐이랴. 이 소설은 은근한 맛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 흐릿하고 푸르고 먼 안개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그 마지막을.  

-국내소설/시 MD 김효선 님의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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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4-0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글을 읽으니 드라마가 얼마나 막장일질 잘 알겠네요.정말 임성한 작가는 막장 드라마의 종결자 이십니다,탕 탕 탕!!!(봉 두드리는 소리)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4-08 10:34   좋아요 0 | URL
드라마를 발췌해서 본 처지라, 마냥 막장에 대해 말하는 건 좀 무안하긴 한데요, 소설에선 부용각 모티프와 예술을 하다 기생이 된 미스 민 모티프만 가져온 느낌입니다.. 아스트랄합니다..

stella.K 2011-04-0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길 내심 바랐는데,
웬 막장질 드라마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것도 50부작!ㅠㅠ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4-08 10:35   좋아요 0 | URL
영화였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한 캐릭터 정도만 집중해서 그려냈으면 취화선 같은 영화 느낌도 났을 텐데요. 드라마의 가치관과 소설의 가치관 자체가 맞질 않는 것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stella.K 2011-04-08 12:49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취화선!
암튼 동양화 같으면서도, 한국적 한과 에로티시즘이면 딱인데 말입니다.ㅠ

나비 2011-04-08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의 삶을 다 볼 순 있을까요?

한국소설MD김효선 2011-04-08 10:37   좋아요 0 | URL
음.. 제가 이 코멘트를 제대로 이해했는진 확신이 안 서지만, 아마도 드라마에선 소설 속 '그들'의 삶이 제대로 보여지긴 힘들 것 같습니다.

다운이 2011-05-1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처음으로 드라마에 흥미를 느끼고 보기시작했어요..
재미있게 앞으로 그들이 펼쳐갈 아름다운사랑 기대해봅니다..
어떤일이 있을지..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