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들어오던 날부터 나는 이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나는 때때로 그들이 폐허 더미에서 부서진 가재도구를 파내는 것도 보았고 때로 시체가 나오면 소리 없이 손수레에 실어 치우러 가는 것도 보았다. 그런 다음 그들은 다시 벽돌과 널빤지와 콘크리트 더미 속을 계속 파 헤집었다. (14-15쪽)
현실세계의 비극을 재료 삼아 SF나 판타지를 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세계의 이야기꾼은 현실의 재료들을 뒤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309쪽)
나는 토론 상대방에게 과학과 기술은 인접해 있지만 전혀 다른 행위라는 사실을 설명하려 했다. 은하제국을 운영할 만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과학이 뭔지도 모르는 사회도 가능한 것이다. (303쪽)
이제 이 감정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누구를 거쳤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사랑 자체였다.-「추억충」 중 (128-129쪽)
나는 ‘충’이라는 글자를 넣어 욕을 만드는 유행이 질색이다. 인간들의 한심함을 놀려대는 데 왜 아무 상관없는 벌레들을 끌어들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