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도 하지, 유명한 할머니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 희한케도 닮은 데가 있다. 배운척 해본척 아는척, 그 척하는 느낌이 없다. 하나 더 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 같다. 손만 서툴지 살아온 세월이 서툰 게 아니어서 그 요상한 미스매치의 간격에서 배어나오는 느낌은 솔직함과 천진함이다. 굳이 잘나 보일 이유도 없고 세상에 더 무슨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닌 그 달관한 듯한 태도가 아니면 도저히 이런 그림들은 나올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그림을 그렇게 좋아하나보다. 



공포영화라는 매체로 사람을 들여다본다는 컨셉이 좋기는 한데 왠지 다 읽고 나면 잠이 좀 안 올 것 같다. ㅎㅎ 재작년에 집 근처에 어떤 댁에서 핼러윈을 너무 요란하게 챙기셔서, 아이 학교 데려다주는 길 내내 한 달 남짓 아주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음험한 웃음소리를 내며 끼익대고 움직이던 페니와이즈 인형이... -_- ... 



어떤 사물이 꼭 그 형태를 띠고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아마도 어릴 적에는 궁금했었던 것 같다. 살다보니 고민해야 할 게 하도 많아서 어느 순간부터 '그건 원래 그런 거야' 카테고리에 들어가버린 호기심들이 참 많은 듯. 



어 이거 내 이야긴데, 생각했는데 좀 민망하긴 하다. ㅋㅋ 길가에 핀 민들레보고 울컥해 본 적 있는 사람이 접니다... 엄청 건강이슈에 예민한 사람은 못 되는데 그런 것치곤 나이에 비해 상당히 건강한 편에 속해 가끔 별일일세... 하긴 했는데 혹시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건가 (해몽이 좋다...) 



우리 집에 개코 오브 더 개코가 하나 살아서 그런가 도대체 무슨 메커니즘으로 그런건지 좀 궁금해. 

(더불어 필요이상으로 불안지수가 높은 것도 설마 그거랑 관련이 있는걸까)



여전히 어중이떠중이 수준으로만 구사하는 영어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으니 이놈의 것을 이번 생에는(...;;;) 격파를 하고 가야겠노라 결심을 하고 나름 실천중인데 요즘 의외로 이런 책들이 되게 유용했었어서 요것도 일단 flip through 해보러 나갈 예정. 



지난번 에세이도 좋았는데. 흘깃 본 본문 중에 내 눈을 순간적으로 탁 잡아끈 것. 제목은 출판사에서 정하는 거라 이거죠. 역자 의견은 반영이 안 된다고... 그럼 앞으로는 조금의 미안한 마음도 없이 제목은 대차게 까도 되겠구나 혼자 슬몃 웃었... 



요즘같은 시기에 더더더 선생님 같은 선생님 찾기가 힘들어서 오만가지 감정이 다 치밀어 올라올 때(... 할말하않...) 배움과 가르침, 그리고 스승에 대해서 쓴 글들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 때로는 위안을 얻기 위해서고 때로는 실용적인 조언을 얻기 위해서다. 이 책은, 후자의 이유로 들춰보고 싶다. 



기후위기를 부르짖는 것도 중요하지만, '별생각없음'으로 흘러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훨씬 효과적으로 빠르게 되돌려서 귀기울이게 하는 좋은 방법이 이렇게 생활밀착형 이슈로 묶는 거 아닐까 싶다. 당장 내일 아침 커피를 못 마신다면 어쩌시겠어요? 질문 한 마디면, 나 같으면 네? 뭐라고요? 반문이라도 할 것 같거든요.



동네마다 '문화방' 같은 곳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다. 거창한 거 말고, 그 동네에서 나름 진기명기급 되는 주민들이 오며가며 뭐,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가끔 즉석에서 뭔가를 가르치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고. 뭔가 배우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은 이런 거 가르쳐 주실 분 찾습니다 구인광고도 붙이고. 문 앞에는 꼰대출입사절, 한 장 써붙이기도 하고. 한마디로 사람들이 심심찮게 드나들이하는 살아있는 공간 말이지. 이 책 제목을 보다가 갑자기 오래 묵은 이 생각이 느닷없이 살아났다. 



뭔가를 끈덕지게 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좀, 그렇지...? 하는 시선을 단숨에 꺾어버릴 것 같은 기세가 있는 책인 듯. 그런데 안 그래도 때려치우는 데 일말의 거리낌도 없던 사람은 그럼 어디서 인내를 재발견하면 될까요... 



망가지면 버리고 새로 사기보다, 고치고 보완해서 더 오래 쓰는 습관과 태도. 이미 오래전에 멸종한 것 같지만 한번쯤 다시 되살려보자는 운동이라도 할 만한 미덕이 아닐지.



그러게요, 정말 영화는 뭐였고 무엇이고 뭐가 될 것인지??? 



박현숙 작가님은 정말 '수상한' '구미호'에 대단한 애착을 가지신 게 아닐지... 아무튼 한국형 판타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1인으로서 구미호 이야기는 환영.



책소개 글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이 소설은 책 속 환상 세계로 들어가는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의 모험을 담은 미하엘 엔데의 청소년 고전 『끝없는 이야기』와 결을 같이한다. 흠... 정말요? 



예전에... 마션을 영화로만 보고 소설은 안 읽었다는 친구에게 소설도 정말 재미있어, 하고 권한 적이 있었다. 다만, 다만... 그게 좀, 하고 뭐라고 말할까 고민하고 있으니 친구가 단박에 '테크니컬 디테일 때문에?' 라고 반문하더라. 어 바로 그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읽고 싶은데 읽으까마까를 무한반복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 관심은 주욱 있었는데 작가의 전작이 썩 내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아니었어서 젖혀두고 있었다. 그런데 본업의 의사시라고. 그럼 좀 얘기가 달라지는데. 이토록 평이 좋은 걸 보면 괜한 편견으로 모르쇠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여러번 밝혔듯, 저는 사전 덕후니까요... 



엄마, 요즘 애들이랑 얘기가 좀 통하려면 편의점에서 뭐가 맛있는지, 애들이 뭘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돼, 이 비슷한 뉘앙스로 큰딸이 말한 적이 있었다. 아니야 괘안아... 내가 뭐 10대 애들이랑 말할 일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늬들은 이미 지금도 느무 말이 많아... 난 니네하고 대화를 좀 줄여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상처받겠(삐치겠)죠. 



좋은 소설은, 지금까지 고려해 본 바 없는 시점에서 뭔가를 바라보게 만들고, 고민하게 만들고,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는 답안지를 안은 채 걸어가게 만든다. 확신에 차게 하기보다, 조금 불안하고 주위를 살펴보며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계속해서 묻고 조언을 구하고 종종 불안한 믿음만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카를로 로벨리의 책은 열심히 구입하고 있다. 읽는 속도는 묻지 마시길, 언젠가는 읽을 것이다. 여기서의 가능성은 PROBABLY 쪽에 무게를 싣도록 하자. 



이 비슷한 컨셉트로 오래전에 나왔던 그림책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곤충들의 세계 쪽이었고, 이 책은 좀 더 범위가 넓다. 



'앞으로의 일' 카테고리에 반드시 올려놓고 싶은 책. 신간 둘러보기니까 당연히 읽어보지도 실물구경도 해보지 않았지만, 찍어사재기 인생 오래 묵다보니 나도 자주 체크하는 분야에서는 이 책은 괜찮을 것이다, 그런 느낌이 확 오는 책들이 있다.



이 분은 참말 인생 재미나게 사신다. 이만큼 하고싶은 거 다 하면서도 비교적 소박하게(아니, 스케일로 보면 안 소박쪽에 가까운데, 그걸 세상 소박하게 포장하는 것도 재주다 정말) 사시는 그 재간이... 아마 이런 재미진 관점 내지는 기획력 때문이 아닐까 추리하게 됨. 



아, 동지시네요. 저도 좀 그런 편입니다. 근데 딸린 식구가 많다보니 요즘은 좀 자제중이고.

나는 고마 하산해라, 한 기억 없는데, 언놈의 유전자가 허락도 안 받고 제멋대로 가출해서 딴살림 차리는 바람에 그 병이 둘째한테로 옮겨간 것 같기도 하고. 



여기서 특히 읽고 싶은 꼭지가 있는데, 이것들입니다.

시간 거지의 하루, 확 깨는 글씨체, 끊을 수 없는 은밀한 즐거움, 드라마 대사의 저주, 인생의 절정기,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모험.

제목이 정말 침흘리게 하네요 +_+ 



표지에 낚였다. 왜인지는 몰라도 우비를 썼어도 흠뻑 젖은 것 같은 꼬마한테서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



음... 일단 프리뷰 게시물에 책 목록을 좌르륵 저장해두고 나중에 한꺼번에 쓰는 편인데 이 책은 가만 보니 한참 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인 듯하다. 심지어 내가 갖고 있던... 그러니까 이게 진짜 낚인거지 ㅋㅋㅋ 



앞으로 정말 우주산업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것도 예전에도 쓴 얘긴데, 난 정말 요즘 (하루키가 오래전에 썼던) 독서로봇 내지는 비서가 된 기분이다. 갖은 책들을 다 훑어보고 가끔은 정독하고 ***님, 이건 읽으셔야만 합니다. 남들이 모르는 필살기가 될 겁니다. ***님, 이건 목차만 훑어보시고 필요하신 챕터만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러고 산다. 그런데 정작 그 분은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음모론, 비하인드 스토리, 역사, 세 가지 키워드에 다 환장하는 중딩이가 읽지 않을 수 없겠다. 정작 나는 이런 데는 별로 관심없는데 내 참, 이 집의 사서 내지는 리딩 어시스턴트 내지는 잡역부-_- 로서 옛날 같으면 쳐다도 안 봤을 장르까지 살펴보고 있어야 하는 팔자야... 근데 이 가문 분들은 이 수고를 알아주는 것인가 난 모르오 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가.

(아니, 누가 해달래? 가 정답일 듯)



덧.

제목의 헤아려봐야 할 숫자는, 

읽겠다고 사다놓고 표지도 안 건드려본 책들의 권수를 의미합니다.

물론 세어보지 않았음. 

뭐하러 심정 상하는 일을 하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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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네의 일기』는 가방에서 꺼냈다. 잠들기 전에『안네의 일기』를 읽는 것이 오랜습관이었다. 어느 부분을 얼마만큼 읽을지 정해놓은 것ㅇ느 아니다. 그날 우연히 펼친 부분 한두 페이지, 혹은 하루 분량의 일기를 소리내어 읽었다.

어쩌다가 이런 습관이 생겼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안네의 일기』는 어머니의 유품이다. 어머니는 내가 열여덟 살 때 돌아가셨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세상에는 잠들기 전에 성서를 읽는 사람이 꽤 많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할 거라고, 호텔의 침대 옆 서랍에서 성서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물론 어머니는 신이 아니다. 다만 의식이 육체를 떠나기 직전 먼 곳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그 회로가 닮았다는 것이다. -18쪽


조금씩 형태는 달라져도 본질적으로 같은 효과를 위해 만들어진 일상의 리추얼이란 것이, 의외로 머리를 기울이고 기억을 쏟아보면 한두개쯤 바닥에 데구르르 굴러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문단이었다. 


노파를 상징하는 물건이 달력인 것처럼 주인공을 상징하는 물건은『안네의 일기』일 것이다. 그의 삶에서 반복적으로 닻을 내렸다 감아올렸다하며 구둣점을 찍어주는 상징물이니까.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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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읽고 싶었었는데, 내가 알아봤을 때는 분명히 번역서가 없었다. 원서 제목을 그대로 입력하면 역서가 출간됐을 경우 그 책이 뜨던가, 작가 이름이 나오던가 뭐 아무튼 그런 결과가 나오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길래 그냥 원서를 샀더랬다. 아무래도 원서는 역서보다 읽는 속도가 현저히 더뎌지기 때문에, 이미 읽어야 하고 읽고 싶어서 쟁여둔 원서가 내 키만큼(작지 않다는 게 함정) 쌓여있는 까닭에 번역이 있다면 굳이 원서에 손을 먼저 뻗지는 않는단 말이다. 


예약해둔 「키르케」와 「침묵 박물관」을 찾아서 그냥 나오려다 한 번 둘러만 보고 가지 뭐... 진짜 들러만 본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1초간 잠시 경직의 시간을 가졌다. 왜때문에 너는 원서 표지 그대로를 달아서 바로 내 눈에 띄어버린거니. 잠시 당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올라오는 신경질의 스멜. 


뭐... 아무튼지간에 있으니까 너를 읽도록 하겠노라하는 기분으로 뽑아가지고 왔달까

여러가지 이유로, 집에 어차피 사둔 게 있으니까 원서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는 게 문제다. 


바바야가 설화를 바탕에 두고 쓴 소설이다. 바바야가는... 러시아 민담에 나오는 마녀(비슷한 존재)인데, 이 이야기에서처럼 다정하고 보살피는 일을 하는 존재가 아니다. 외려 아이들을 잡아먹는, 어쩐지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 비슷한데 훨씬 늙고 음습하게 생기고 공포스럽고 그런 느낌.


열두 살 난 마링카는 할머니가 늘 강조하는 자기의 운명이 몸서리나게 싫다. 그 운명이란 할머니처럼 죽은 자들을 저승문으로 인도하는 망자들의 수호자가 되는 것이다. 마링카는 망자들이 아니라 산 자들의 세계에서 어울려 살고 싶어하지만 야가인 할머니도, 닭다리가 달린(생명체나 다름없는) 집도 마링카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다. 평범한 삶을 갈망하는 마링카는 결국 금기를 깨고 또래의 죽은 소녀를 저승으로 인도하지 않고 숨겨둔 채 자기의 친구로 삼는 대형사고를 치고, 이 때문에 마링카는 상상하지도 못한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고만다.


형체는 없되 먼지구름처럼 뭉게뭉게 주변을 떠다니던 욕망이 실체를 띠고 하나의 목적으로 단단하게 뭉치면서 마링카는 어린아이의 시절을 벗어나는 계단을 오른다. 삶의 양면성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아이이니만큼 충실하게 자기의 마음을 좇던 아이는 자기가 저지른 일들을 수습해보려는 단순한 시도들이 계속 엉크러지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에 쫓기면서 마지못해 어떻게든 앞으로 걸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일을 하지 않고서는, 꼬여버린 자기의 앞날을 하나도 제대로 풀 수 없게 된 마링카는 어떤 선택을 할까. 


환상적인 소재로 예쁘게 쓴 소설 같은데 은근히 무겁게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다. 어른 입장에서는 이 철딱서니가 도대체 왜 이렇게 끝까지 이기적으로 굴까, 생각하게 되지만 13-16세의 아이들은 마링카에게 절대적으로 이입할 수밖에 없을 거다. 강인한 자아와, 건강한 욕망과, 끝까지 버티는 책임감을 배워야 하는 나이에 읽으면 참 좋은 소설. 


뱀발_

마링카가 언젠가 그것이 할머니의 최선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기를,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언젠가 그것이 그들의 어른들의 최선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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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표지는 독자를 홀린다. 독자가 아닌 사람마저 홀릴 때가 있다. 아주 오래 전 대학생 때 북커버 디자이너를 잠시 지망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게 언제적????).... 꽤 유심히 본다. 표지가 엄청 세련됐다고 생각한다.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를 타이틀이 뿜는 의미와 아주 잘, 단단히 매듭지어놓은 그런 표지다. 그런데, 


작가에게 붙은 각종 타이틀과 전적이 화려해서 기대가 너무 컸다. 음, 나쁘다고 하진 못하겠다. 그런데 세련되지 못했다. 표지처럼은. 이것 역시 아주아주 옛날에 강경옥 작가가 어딘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인데,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일수록 충분히 준비된 다음에 해야 한다고(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뉘앙스로 기억하지만, 틀릴 수도 있다. 말했듯 워낙 옛날에 읽은 거라). 그 말이 쟁쟁 머릿속에 울리더라.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너무 잘 이해하겠다. 시종일관 아주 우직하게 말하고 있는데다, 머리로는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이해하겠는데 그걸 전달하기에는 좀... 캐릭터가 힘이 모자랐다. 설득력이 떨어져서 아까웠다. 조금만 더 묵혀 두었다가 썼으면 훨씬 잘 썼을 것 같아서 더 아깝더라. 어쨌거나 앞으로 쓸 소설들도 기대되는 작가였다. 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공감은 가서... 


충격의 대반전도 조금 무리수가 있는 듯하고요. 대반전이라고 하고 싶었으면 거기까지 이르는 길을 잘 닦았어야 했는데 덜 닦였거든요.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깔끔하게 휙 뒤집은 부침개가 되어야 하는데 덜 익은 것을 초짜 부엌쟁이가 엉거주춤 뒤집어보려다 절반은 그럭저럭 뒤집어지고 남은 절반은 반죽이 깨져서 들러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orz  분명 반죽은 엄청 잘했는데... 예술적인 맛이 나올 수 있는 것이었는데, 안타깝.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도 말했듯, 심지가 있는 이야기였고 소재도 좋고 무엇보다 누구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도록 불쏘시개를 당길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꺼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심하게 쓴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되-게 불편한데 정말 이게 뭐지 싶은 건 아예 얘기도 안 꺼내는 법이니까요, 네. 


덧. 

이게 분량이 얼마나 된다고 지난 주부터 쓰다말다쓰다말다했는데 난데없는 눈 통증에 겁먹고 연이어 따라온 이상증세에 어쩐지 이것은 망막박리인것만 같다고 혼자 또 드라마를 쓰다말다하고 온라인 라이프를 모조리 접어버리고 생존에나 신경쓸까 고민도 하다가 어영부영 여기서 줄여버리게 되었다. 원래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책이었는데(말이 많아지게 하는 책은 좋은 책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개인적인 감정의 풍랑을 겪고 나니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소설이 다 뭐냐, 내 사는 일이 소설 같은데. -_-;;


"자신의 이해 수준을 뛰어넘는 타인을 믿는 상황 자체를 못 견디지. 애초에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타인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네. 그러니 우리는 더욱 이해하는 듯한 말과 행동을 반복하며 경험을 쌓아올려야 하는 거고. 그런 걸 태만히 한 자는 다른 사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자네가 말하는 합리성은 이 경우 불합리일세. 왜냐하면 나는 나지만 타인은 타인이니." -4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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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이 도대체 언제 지나간 옛이야기가 될지 가늠도 안 되는 지금, 그 옛날 스페인 독감 시절은 어땠던가?



조선 시대의 형사사건 처리방법이 궁금하다면 바로 이 책.



너무너무 슬플 것 같은데 세계시민의 윤리적 의무(라는 게 있는지는 몰라도)를 생각하면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들이 있다. 



뉴스에 관련하여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웬만한 궁금증은 다 망라한 듯하다. 근데 막상 읽어보라고 하면 참 안 읽는다. 엄마가 읽어줘 내지는 줄여서 설명해줘, 그러지. 에라이 이 게으른 것들아... 



뉴베리 수상작 고만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매번 발표되면 그래도 건너뛰기는 아쉽다 생각하게 되는 이 습관 어쩔거지...



타이틀 타이포그래피가 진심 신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디자인이 이미 있었구나. 다만 관심분야가 전혀 아니어서 몰랐을 뿐. 아무튼 줄거리를 보니 진짜 그 일본 특유의 애매모호한 미스터리 느낌인데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니 막, 땀방울이 뾰뵤뵥 솟아오르는 기분이야...



미래를 조망하고 싶을 때 참고 가능한 레퍼런스 목록에 올릴 수 있겠다.



바이오커뮤니케이션, 즉 인간 외의 생명체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소통의 방식에 관한 책. 그러고보니 살아있다는 건 어떤 방식으로든 정보를 주고받는 것에 관한 것일지도.



정확히는 꽃이 세계사를 바꾼 것이 아니고 그 현장의 순간에 꽃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가 정확할 것 같은데...

원제는 이거다. Blooming Flowers: A Seasonal History of Plants and People



악플 대마왕인 백설공주의 왕자... ㅎㅎㅎ 설정 재미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계속 나와야 할 정도로 악플의 세력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



지금까지 꽤 여러 권의 진로지도서를 읽었고, 그만큼 실망했는데, 목차만으로 기대하게 되는 진로관련서적은 아주 오랜만이다.



네, 여러번 말했듯 역사덕후가 둘 살고 있어서. -_-... 관심사도 유전되는지는 몰랐다! 



오오오오오오 

이 책은 당장 사야죠! 할말하않... 보그체가 뿌리내리는 게 너-무 싫다면, 우리말이 그래도 끝끝내 살아남길 바란다면 응당 최종규 선생님을(특히 책을 사는 일로) 응원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 



생활밀착형 개론서. 나 어릴 때 이런 책들 좀 나왔으면 좀 좋아???!!



혹시 대파값이 너무 비싸다고 파뿌리를 물에 담궈 본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저도 그래요. ㅎㅎㅎ



일하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여기 있다. 그들은 일과 육아의 길을 어떻게 동시에 걷고 있을까.



구제불능의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려면 시민들이 조금쯤은 '초짜 사회학도'의 시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가끔 공상한다. 공상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지 말고, 이젠 바꾸자.



지금은 어디서든 통찰을 얻을수만 있다면 닥치는대로 읽고 듣고, 그래야 되는 시기가 아닐까... 무엇보다 기획자들은 남들보다 한 발 앞서서 내다보는 사람들이다.



린다 수 박. 이 분의 책은 모든 아이들이 다 읽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극히 일부의 어린이들들 제외하곤 이 작가의 책들을 읽어낼 수 있는 지구력이 있는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것만 같다. 그럼 어쩌냐고... 읽어주면 되죠. 심지어 중딩이들도 책 읽어주면 좋아라 듣는데, 더 어린 애들이야 말해서 무엇.

 


걷기는 많은 생각을 데려온다. 유희열의 걷는 일은 그에게 뭘 가져다줬을까.



요즘 필기구로 펜보다 연필을 많이 쓰고 있었는데 (쓰레기 문제도 그렇고) 그 마음을 읽은 것 같은 그림책이 나와서 반갑다.



그런 말 가끔 하지 않나요? 저 놈의 머릿속(보다는 어감상 통... ㅎㅎ)엔 뭐가 들었는지... 그럴 땐 이 책을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동네이야기. 그냥저냥, 다들 그렇게 조금씩 불편을 안고 살면 좋지 않겠어요.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저자가 전하고 싶어하는 나무에서 배운 삶의 지혜. 



그러면... 자가치료도 가능해집니까? 아, 필요없는 질문이었다. 어차피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정도의 스트레스 완화요법이라면 중증 이상일리가... 그런데 대충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그런 건가요 아니면 하는 말로 '신박한' 게 있나요? 중요한 건 그거.



이런 책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세상엔 의외로 많지 않습니까? (모른척...)



모르고 싶어서 외면하지만 알려고 하지 않으면 더 무거워져 언젠가 나를 짓누르려 준비하는 것들이 있다. 



생의 하찮고 귀한 것들은 사라지거나 남는다. 이왕 남길 것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접근하기 쉬운 글로 남기는 것이 그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고마워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인생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



진정한 덕후는 사람들이 알아봅니다. 어디서든 반짝반짝하니까. 덕들의 세상이여 불멸하라...



이런 생활지침서 너무 필요하고요. 엄마들 네트워크 필요하지만 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도 많거든요. 특히 나한테는 천금같이 귀한 시간 일없이 공중에 날리는구나 싶은 순간들이 올 때. 



 어쨌거나 버티는 것이 삶이고 버텨 낸 사람은 모두들 승자야. 



르네 마그리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공포의 정체를 좀 더 낱낱이 알게 되면 두려움의 파생상품도 자세히 알게 되겠지. 모르는 게 무서운거지 알고 있는 건 그렇게 무섭지 않으니까. 



자본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가 점점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언어 감각을 벼리고 싶으면 둘 이상의 언어에 능통해지면 된다. 어느 정도는. 왜냐하면 언어를 바깥에서 바라보는 일은 하나의 언어 안에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또는 다와다 요코의 책을 읽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이번 주엔 유심히 살펴본 책이 유난히 많았다. 다른 말로 하면 정리하느라 오전 시간을 모조리 다 보냈다. 아니 이게 뭐라고 시간을 이렇게 쓸 일인가 싶네. 내일이나 모레쯤 교보문고에 실물염탐을 나가야겠다. 실천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제목을 뒤집어 말하면 23일에 장바구니 털기를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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